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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하루만에...트럼프 “빨리 후임 지명” 인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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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임 대법관은 여성”...미 대법원, 보수 절대 우위 되나

민주당 총력 저지 모색, 대선 최대 이슈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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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보진영의 아이콘'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2017년 새해 첫날 워싱턴DC 대법원에서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사진촬영에 참여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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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별세 하루만인 19일(현지시각) 미 공화·민주 양당이 ‘인준 전쟁’에 들어갔다. 대선을 6주 앞두고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 지명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민주당의 반대에도 후임으로 보수 성향대법관 인준을 밀어붙인다면, 미국 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보수 6, 진보 3의 보수 절대 우위로 바뀐다. 공화당 입장에선 대선을 지더라도 법원을 확보한다면 향후 이념 대결에서 상당히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진보 성향의 긴즈버그 대법관은 전날 췌장암 합병증으로 숨졌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미 역사상 두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진보의 대모’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불렸고,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까지 제작됐을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긴즈버그 별세 하루만에...트럼프 “후임은 여성으로 빨리 지명”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과 모든 연방정부에 조기 게양을 지시하고 추모 포고문에서 “그녀의 유산과 미국 역사에 대한 공헌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추모 분위기는 하루를 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공화당 계정을 태그하면서 자신과 공화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미국 대법관의 선출로 여겨져 왔다”며 “우리는 이 의무가 있다, 지체 없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윗에 대해 일제히 속보를 내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자를 지명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또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주 빨리 후보 지명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후보자는 아마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긴즈버그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사기꾼”으로 부르는 등 강하게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신이 나갔다”며 맞받아 치기도 하는 등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긴장관계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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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보수성향의 여성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는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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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법관 후보로는 보수 성향 여성인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와 남아시아계 남성인 제6연방고법의 애뮬 타파 판사, 제11연방고법의 쿠바계 여성인 바버라 라고아 판사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배럿 판사가 대법관 공석을 메울 선두주자라고 NBC 뉴스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화당, 2016년엔 “대선의 해엔 지명 안돼”...2020년엔 “지명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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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미치 매코널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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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후임자로 지명하는 인물에 대해 상원이 인준 투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긴즈버그가 숨진 당일 성명에서 “공화당은 다수당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탁월한 연방 판사에 대한 임명 지지를 약속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지명자는 미 상원 원내에서 인준 투표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긴즈버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인준투표에 들어갈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진보 언론들은 공화당의 이 같은 모습이 이중적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대선의 해인 지난 2016년, 당시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명하려 하자 “떠나는 대통령이 지명해선 안된다”며 막아서서 대법관 인준을 무산시켰다. 그러나 이번엔 공화당이 대선을 불과 6주 남기고 후임을 지명을 밀어붙이며 속도전을 펴려 하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법사위원장도 이날 트위터에 “대통령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레이엄은 지난 2016년 오바마의 대법관 지명을 가장 앞장서서 반대하면서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해에 대법관 공석을 메우려 하면 똑같이 반대할 것”이라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실제 그런 상황이 오자 바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만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이 “차기 대법관은 11월 선거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이 선택해야 한다”고 밝혀 추가 이탈표가 나올지 주목된다.

◇민주당 총력 저지 모색...대선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민주당은 대법관 문제를 선거 쟁점화 하면서 ‘총력 저지’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인들은 다음 대법관 선택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이 빈자리는 새 대통령이 나오기 전까지 채워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다음 대법관은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공영라디오 NPR는 긴즈버그 대법관이 최근 손녀에게 “나의 가장 강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 취임 때까지 내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구술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 자신이 사망해 보수 대법관이 충원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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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 시각) 루스 배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에 애도하는 사람들이 미국 뉴욕에 있는 그의 얼굴이 그려진 액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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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원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현실적으로 인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 의회에서 대법관과 연방 판사의 인준은 단순 다수결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대법관 임명에 상당히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다. 동성결혼 허용 등 미국 사회를 뿌리째 바꾸는 결정이 대법원에서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출구조사에서 대법관 지명을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꼽은 유권자가 무려 21%에 달했는데, 이들 중 56%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해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41%)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전 대법관 후임을 지명해 공화당 지지층의 위기감을 부른 것과 달리, 이번에는 거꾸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 지명을 강행하려는 분위기여서 민주당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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