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드풋에서 열린 대회 역사. 올해로 6번째다. 상금 단위는 달러. 바비 존스는 당시 아마추어여서 우승 상금 1천 달러는 에스피노사가 차지했다.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올해 두 번째 메이저 골프 대회 제120회 US오픈이 열리는 뉴욕 머매로낵의 윙드풋(winged foot) 골프클럽은 US오픈을 올해로 6번째 개최한다. 그 사이 또 다른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을 1997년 한 번 치렀다.
골프장 이름처럼 날개 달린 발이 있었으면 좋을 정도로 페어웨이가 좁고 길며 러프는 억세다. 그린 주변으로는 깊은 벙커들이 둘러싸고 있는 코스다. 특히 그린 언듈레이션이 무척 어렵다. 올해는 파70에 전장 7477야드로 치러진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파5 홀이지만 대회에서 파4 홀로 경기되는 두 개의 홀(502야드 5번, 504야드 17번 홀)이 있다. 2006년 대회 때 전장 7264야드보다 200야드 가량 길어졌다.
US오픈 개최 코스 가운데 어렵기로 손꼽히는데 이전까지 다섯 번 치른 대회에서 최종 합계 언더파 스코어는 1984년 대회 때 퍼지 죌러(미국)와 2위로 마친 그렉 노먼(호주) 두 번 뿐이었다. 그간의 대회가 어떠했는지 다섯 개의 역사를 살펴봤다.
2006년의 프로그램북. |
2006년: 미켈슨의 더블보기 악몽
우승자 제프 오길비(호주)는 마지막날 2오버파 72타를 쳐 4라운드 합계 5오버파 285타로 정상에 올랐다. 출전 선수 평균 타수는 74.99타였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기억되는 선수는 필 미켈슨(미국)이다.
최종 라운드 17번 홀까지 선두를 달려 우승이 눈앞이었지만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면서 다잡은 우승을 내줬기 때문이다. 마스터스에서 3번, 디오픈과 PGA챔피언십을 한 번씩 우승한 미켈슨이 유독 US오픈 우승이 없다. 6차례에 이르는 US오픈 준우승 가운데 이 대회가 가장 뼈아픈 2위였다.
미켈슨에 1타 뒤진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오길비는 한 때 공동 선두에 나서기도 했지만 16번 홀까지 미켈슨에 2타차로 뒤졌다. 그래도 17번 홀(파4)에서 5.4m 칩인 파세이브에 이어 18번 홀에서도 파를 지키면서 경기를 앞 조에서 마쳤다.
미켈슨은 오길비에 1타 앞선 채 마지막 홀에 들어섰는데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공은 러프에 빠졌다. 미켈슨은 거기서 페어웨이로 레이업하는 대신에 그린을 향해 바로 쐈다. 멋진 피날레를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볼은 나무를 맞고 더 깊은 러프로 들어갔고 거기서 한 세 번째 샷은 벙커에 빠졌다.
당황한 미켈슨은 그린에 올리려 했으나 네 번째 샷이 그린 옆 러프에 빠졌다. 보기를 하면 다음날 연장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칩샷은 홀을 외면했고 결국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경기를 마친 미켈슨은 “내가 바보짓을 했다”고 자책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1984년 US오픈 프로그램북. [사진=USGA] |
1984년: 퍼지 죌러의 언더파 연장승
전장 6930야드로 마찬가지 파70인 코스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이틀간의 예선에서 컷오프는 7오버파 147타였다. 특히 1953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컷탈락이 없던 아놀드 파머가 31년만에 처음 컷 탈락했다.
첫날은 10년 전인 1974년도 이 코스에서 우승한 해일 어윈이 2언더파 68타를 치면서 공동 선두로 마쳤다. 둘째날 퍼지 죌러(미국)가 4언더파 66타를 치면서 중간합계 3언더파로 어윈에 한 타차 2위로 따라붙었다.
무빙데이까지 이런 구도는 이어졌으나 파이널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한 어윈은 무려 9오버파 79타를 쳐서 6위(4오버파)로 자멸했다. 이날 2언더파를 치면서 3위로 마친 커티스 스트레인지(미국)의 타수도 1오버파 281타였다. 마지막날은 죌러가 이븐파를 쳤고, 그렉 노먼(호주)이 1언더파 69타를 쳐서 공동 선두(4언더 276타)로 마치게 됐다. 역대 이 코스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최종일 언더파 스코어는 두 사람이 유일했다.
다음날 연장전 18홀 승부는 2번 홀에서 갈렸다. 죌러는 버디를 잡았고, 노먼이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3타차로 벌어졌다. 이후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죌러는 이날 3언더파 67타를 쳤고, 노먼은 5오버파 75타로 부진하면서 죌러가 처음으로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놀드 파머가 한참 인기 있던 시절이어서 프로그램북에도 그가 모데롤 나왔다. |
1974년: 해일 어윈의 7오버파 우승
역대 US오픈에서 손꼽을 정도로 어려웠던 대회가 1974년에 열렸다. 이때도 파70에 전장은 6961야드였다. 코스 자체가 어려웠기도 했지만 전년도에 조니 밀러가 마지막날 역대 최저타인 63타를 쳤기 때문에 USGA(미국골프협회)가 이 대회에서 극도로 어려운 세팅을 조성했다. 대회를 취재했던 딕 샤프가 ‘윙드풋의 대학살(Massacre at Winged Foot)’이라고 책에 썼을 정도였다.
1라운드 때는 단 한명의 선수도 언더파 스코어를 내지 못했다. 게리 플레이어(남아공)가 이븐파를 적어내 선두에 올랐다. 2라운드에서는 아놀드 파머, 해일 어윈이 이븐파 70타, 레이몬드 플로이드가 1오버파를 쳐서 이날 3타를 잃은 플레이어까지 합계 3오버파의 4명이 공동 선두를 이뤘다. 150명이 출전한 가운데 36홀을 마치고나자 컷오프 타수가 13오버파 66명에 불과했다.
무빙데이에서 톰 왓슨(미국)이 1언더파 69타를 쳐서 한 타차 선두(3오버파 213타)로 올라섰다. 하지만 마지막날에 왓슨이 9오버파로 무너졌고, 그나마 3오버파를 쳐서 최종 7오버파 287타를 기록한 어윈이 우승에 이르렀다. 이븐파 70타를 친 포레스트 페즐러(미국)가 2타 뒤의 9오버파 289타로 2위를 했다. 이는 2차 세계 대전이후 1963년 줄리어스 보로스의 9오버파 US오픈 우승 다음으로 높은 스코어 우승이었다.
당시 USGA의 오픈챔피언십이라고 불렸다. [사진=USGA] |
1959년: 빌리 캐스퍼 2오버파 우승
전장은 파70에 6873야드로 치러졌다. 원래 US오픈은 토요일인 3라운드에 36홀 경기로 치러졌으나 이 대회는 토요일에 천둥이 치고 큰 비가 내려서 4라운드는 일요일로 연기되면서 처음으로 나흘간 대회로 치러졌다.
첫날은 벤 호건, 진 리틀러 등 4명이 1언더파 69타를 쳐서 공동 선두로 마쳤다. 둘째날 빌리 캐스퍼(이상 미국)가 2언더파 68타를 쳐서 한 타차 선두(1언더파 139타)로 올라섰다. 147명이 출전했는데 10오버파 150타 이내를 친 61명만이 본선에 올랐다.
무빙데이에서도 캐스퍼는 1언더파 69타를 쳐서 2위 벤 호건에 3타차 선두였다. 마지막날 캐스퍼는 4오버파 74타를 쳤지만 결국 2오버파 282타로 한 타차 우승한다. 2위는 이날 1오버파를 쳐서 선전한 밥 로즈버그였다. 캐스퍼는 이 대회에서 우승한 지 7년 뒤인 1966년에 다시 US오픈을 우승하고 그 이듬해 마스터스를 우승하면서 메이저 3승을 달성한다.
1929년 US오픈은 내셔널오픈으로 불렸다. [사진= USGA] |
1929년: 바비 존스의 23타차 연장승
1929년은 제33회를 맞아 파72에 6786야드의 전장에서 열린 윙드풋 서코스의 첫 번째 US오픈이었다. 이 대회는 아마추어 보비 존스의 탁월함이 빛났다. 첫날부터 존스는 3언더파 69타를 쳐서 알 에스피노사(이상 미국)에 한 타 앞섰다.
둘째날 에스피노사가 이븐파를 쳐서 진 사라센과 2언더파 142타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존스는 3오버파 75타로 부진해 2타차 공동 3위였다. 142명이 출전해 15오버파 159타 이내를 친 67명이 컷을 통과했다.
토요일 오전 3라운드에서 존스는 1언더파 71타를 쳐서 진 사라센에 3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오후의 4라운드에서는 실망스럽게도 7오버파 79타로 부진해 3오버파 75타를 친 에스피노사와 6오버파 294타로 공동 선두로 마치게 됐다.
일요일에는 두 명의 36홀 연장전이 열렸다. 전반 연장 라운드에 존스가 이븐파 72타를 쳤고 에스피노사가 12오버파 84타로 부진해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오후에 열린 후반 연장에서는 존스가 3언더파 69타를 쳐서 합계 3언더파 141타로 마쳤다. 반면 에스피노사는 8오버파 80타에 그쳐 최종 20오버파 164타였다. 메이저 대회 사상 23타차라는 역대 최대 타수차로 존스가 우승했다. 하지만 우승 상금 1천 달러는 아마추어였던 존스 대신 에스피노사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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