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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 패닉 6개월] '부동산 대신 주식하세요' 정부정책 전환…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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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부동산 자금, 증시로 이동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박원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 증시가 '업그레이드' 하면서 정부의 국정 기조도 증시 친화적인 방향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학 개미' 열풍과 부동산 정책 논란이 맞물리면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고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극적인 증시 지원에 나서고 있어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패닉 이후 증시 급반등과 개인 주식투자 붐이 시작됐을 때까지도 증시를 대하는 정부 당국의 자세는 대체로 위기관리에 주력하는 소극적인 쪽에 가까웠다.

지난 4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동학 개미' 등으로 향하는 저금리 유동자금이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이 같은 시각을 잘 보여줬다.

이어 6월 기획재정부가 개인투자자의 2천만원 이상 국내 주식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새로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금융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것도 증시 지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양도소득세 확대로 세수가 느는 만큼 거래세를 인하하기 때문에 절대 증세가 아니다'라는 기재부 입장에도 '간신히 살아난 주식투자 의욕을 무너뜨린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실상 개미들 손을 들어준 것이 정부의 증시 정책 전환의 분수령이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17일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어 같은 달 20일에는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주식시장 활성화"라며 "세수 감소를 다소 감수하더라도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건전한 투자를 응원하고 투자 의욕을 살리는 방안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정부는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부분이 아니라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며 "주식 장기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방법을 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아파트값 급등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이 거세지자 6·17 대책, 7·10 대책, 8·4 대책 등 부동산 대책을 연거푸 쏟아내는 한편 막대한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에서 증시로 돌리겠다는 국정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세제 개편안도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선을 기존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높여 대다수 소액투자자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거래세 인하 시기도 기존 안보다 1년 앞당기는 등 개인투자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수정됐다.

정부는 나아가 정부 재정으로 투자자 손실을 흡수하거나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뉴딜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유망한 투자처를 제공, 유동자금을 흡수하고 한국판 뉴딜 사업을 성공시켜 투자 성과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한국판 뉴딜' 추진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이런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도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지산 키움중권 리서치센터장은 20일 "정부가 부동자금을 부동산에서 증시로 옮기고자 하는 의도가 명확했다"며 "한국판 뉴딜 등 성장지향 정책을 제시했고 개인의 증시 참여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 증시 활황을 유도한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증시 부양에 따른 부(富)의 효과는 경제와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부동산 규제를 통한 증시 자금 유입 유도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크게 보면 긍정적인 방향이고 정부·금융당국 정책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부는 세계적으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으로 가는 것을 막고 기업 투자 등 생산적인 곳으로 유도하고 싶어한다"며 "이를 위해 부동산 규제, 뉴딜펀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표적 증시 부양 정책인 뉴딜펀드의 경우 정부가 인위적으로 증시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윤지호 센터장은 "정부가 아무리 주식투자를 유도해도 증시를 움직이는 본질은 기업 실적"이라며 "기업 실적이 나아지지 않으면 증시가 유동성만으로 붕 떠 있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증시를 도와주려면 펀드 비과세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가 덜 돼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부가 증시 등 자본시장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정부는 특정 자산 가격의 인위적 부양보다는 시장의 부족한 점을 조정하고 건전하게 만드는 제도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지산 센터장은 "증시 참가자 입장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과거 정책들은 장기 지속하지 못했다"며 "한국판 뉴딜도 지속성이 최대 관건으로, 그러지 못하면 또 하나의 버블로 끝날 여지가 있다"고 관측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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