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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 대법관 후임 인선 시기 놓고 공화·민주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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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후임 지명 시 곧바로 인준 투표 진행"

민주 "새 대통령 나오기 전엔 안돼"

과거 오바마 정부 스캘리아 대법관 별세 땐

공화당 반대로 대선 후 트럼프가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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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18일(현지시간) 87세로 별세했다. 대법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긴즈버그 대법관이 췌장암 전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워싱턴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이날 밝혔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1999년 대장암, 2009년 췌장암, 2018년 폐암, 2019년 췌장암을 각각 극복했다. 올해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아왔는데, 안타깝게도 다섯번째 암발병은 이겨내지 못했다.

◆여성, 소수자 위한 ‘진보의 아이콘’ 지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코넬대 학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해 대학교수, 판사 등 일류 코스를 걸었다. 새내기 법조인이던 1960년대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숱한 차별을 겪었다. 그는 1993년 8월 빌 클린턴 대통령 지명으로 취임할 당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됐는데, 상원은 찬성96 대 반대3으로 그를 인준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평생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 보호에 전력했다. 1996년 버지니아주가 군사학교에 남자만 입학하도록 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주도했다. 국가가 불필요하게 장애인을 격리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대법원 결정에도 관여했다.

그는 첫 여성 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가 2006년 퇴임한 이후 2009년 첫 히스패닉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가 취임할 때까지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었다. 2010년 진보 성향의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이 퇴임하고 그 후임으로 엘레나 케이건이 취임한 이후 10년째 대법원에서 ‘진보의 최고참’ 역할을 해왔다. 역대 114명의 대법관 중 여성은 오코너 등 4명이었다. 긴즈버그가 타계하면서 여성 대법관은 소토마요르, 케이건 2명만 남았다.

긴즈버그 대법관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도 두텁다.

80대 고령에도 건강 관리에 몰두하는 모습이 공개됐고, 그의 건강관리법이 책으로까지 나왔다. 그를 다룬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과 다큐멘터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출시 후 그의 얼굴을 새긴 머그잔과 티셔츠 등도 인기다. 긴즈버그의 이름 영문 이니셜인 ‘RBG’에 미국 인기 래퍼 노토리어스 B.I.G의 이름을 합쳐 ‘노토리어스 RBG’라고 불리며 록스타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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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이 별세한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청사 앞의 한 추모객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정의 수호자 잃었다” 애도 물결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소식에 미국은 애도와 추모의 물결로 뒤덮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 유세 중에 “그는 놀라운 삶을 이끈, 놀라온 여성이었다”고 조의를 표했다. 이어 내놓은 성명에서 “법의 거인을 잃은 데 대해 애도한다”며 “그는 대법원에서 보여준 훌륭한 정신과 강력한 반대로 명성을 얻으셨던 분”이라고 추모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매우 슬픈 소식”이라며 “그는 모두를 위한 인권을 맹렬하게 추구한 여성이었다”고 애도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우리나라는 역사적 인물인 법관을 잃었다. 대법원은 소중한 동료를 떠나보냈다”며 “우리는 물론 미래 세대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지칠 줄 모르는, 굳건한 정의의 수호자’로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긴즈버그 대법관은 수많은 여성을 위한 길을 다졌다”며 “그녀 같은 사람은 또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RBG”라고 적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긴즈버그는) 성 평등을 이끈 강인한 법률가”라며 “위대한 여성을 잃은 미국인들의 한없는 슬픔에 동참한다”고 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우리 나라의 커다란 손실”이라고 했고,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는 큰 슬픔”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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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 전, 후임 인선될까

미 언론과 정치권은 몇년째 긴즈버그 대법관의 건강에 관심을 쏟아 왔다. 현재 대법원 구성이 보수5 대 진보4인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3번째 대법관 지명기회가 넘어가면서 균형추가 보수쪽으로 완전히 기울지가 관심사다. 긴즈버그 대법관이 다섯번의 암 투병을 이어가면서 건강 관리에 철저했던 것은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한쪽에 치우치는 점을 우려해서였다고 CNN은 전했다.

당장 공화당과 민주당은 11월 대선 전에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 인선 가능성을 놓고 설전을 시작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의 후임을 지명하면 상원은 곧바로 인준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의 후임자는 모두를 위한 평등과 기회, 정의라는 그의 헌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인들은 다음 대법관 선택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 빈자리는 새 대통령이 나오기 전까지 채워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도 “다음 대법관은 대선 이후 새 대통령이 선임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미 언론도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과 인선 시기에 관심을 쏟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후임자 지명을 강행한다는 전제에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연방고등법원판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전했다.

노터데임대 로스쿨 교직원인 배럿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브랫 캐버노 판사를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할 때 후보군에 포함된 인물로 알려졌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낙태에 반대하는 등 보수 성향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제6 연방고등법원의 아물 타파 판사, 레이먼드 케슬리지 판사, 제3 연방고등법원의 토머스 하디만 판사 등이 거론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선거 전 인준을 밀어붙이더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의 후보 지명 이후 상원 법사위의 검증 및 인사청문회, 본회의 표결 등을 마치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기 때문이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판사 인준에 평균 69일이 걸렸다. 공화당이 상원 인준에 필요한 과반(51석)인 53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당내 반란표가 나올 수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6년 2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별세하자 후임으로 메릭 갈랜드 워싱턴 연방항소법원장이 지명됐지만 공화당 반대로 인준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당시 공화당은 “차기 대통령이 새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인준 반대를 주장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결정한 닐 고서치 지명자가 대법관이 됐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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