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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내 재감염 없다던 질병청 번복…재양성 논란 다시 불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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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양성→4월 초 재확진 20대 女…반년 만에 발표

질병청 "다른 바이러스 계통에 의한 재감염 가능성"

재양성자, 재감염 아니라 판단…"규명 제대로 안돼"

"계통 따라 재감염…독감처럼 예방접종 필요할수도"

뉴시스

[암스테르담(네덜란드)=AP/뉴시스]지난 8월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남성 2명이 거리에서 마스크 착용 명령이 내려진 것과 관련, 마스크 착용을 홍보하고 있다. 24일 홍콩에서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감염이 확인된지 하루만에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도 각각 1명씩 코로나19 재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20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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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그간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양성 사례가 없다고 밝혀왔던 방역당국이 처음으로 반년 전 발생한 국내 재감염 의심 사례 1건을 연구 중이라고 밝히면서 재양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재감염 의심 사례가 다른 바이러스 계통에 전염되면서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코로나19에 대응하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가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특히 계통이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돌아가면서 유행할 경우 독감처럼 매번 유행을 예측하면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하고 백신도 유행에 맞춰 접종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국내 재감염 사례 없다→있다…갑자기 번복한 방역당국

2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재감염 의심사례로 1건이 신고됐으며, 현재 국내 연구진이 해당 의심 사례를 연구·조사 중이다. 연구 내용은 추후 국제논문에 실릴 예정이다.

재감염 의심 사례는 지난 3월 양성 판정을 받았던 20대 여성이다. 이 확진자는 격리해제 이후 4월 초에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전 세계에선 코로나19 완치자의 재감염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30대 홍콩인 남성의 재감염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지난달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신문에 따르면 올해 3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 남성이 4개월 반만에 다시 무증상 감염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지난달 스페인을 방문한 후 영국 런던을 거쳐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진행한 홍콩대학교 연구팀은 기존에 이탈리아와 인도 등에서 보고됐던 재감염 사례는 '추정'에 불과하지만, 이번 경우는 엄격한 검사를 거쳐 확인된 코로나19 완치자의 세계 첫 재감염 사례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8월 코로나19 재감염이 드물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완치자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재감염 사례가 논란이 되면서 방역당국도 부랴부랴 국내 재감염 사례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지난 1월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시종일과 재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이 "국내에서 재감염 사례로 확인된 경우는 현재까지 없었다"며 "해외에서 재감염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어떤 사례인지 확인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재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20일 또는 21일 브리핑 또는 서면으로 재감염 의심 사례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국 "다른 바이러스 계통에 의한 재감염 가능성 커"

방역당국은 국내 재감염 의심 사례를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 계통에 의한 재감염으로 판단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국의 경우 코로나19 클레이드(Clade·계통) 자체가 변동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건 (첫 번째 감염과 두 번째 감염 모두) 클레이드가 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감염된 30대 홍콩 남성도 기존에 감염됐던 바이러스 계통과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

이 남성은 3월에 V형 바이러스에 감염돼 4월 중순까지 격리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스페인 여행 후 영국을 거쳐 홍콩 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입국검사에서 '무증상자'로 확인됐다. 재감염 판정 당시 이 남성에게선 유럽 등지에서 유행하는 G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계통은 S형이다. 이후 일부 변형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에선 V형이 주로 유행했다. 반면 G형은 올해 4월 이후 유럽에서 전 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에선 5월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유행 때부터 G형이 지금까지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재감염 의심 사례의 20대 여성이 3월에 이어 4월에 감염된 만큼, S형에 감염된 이후 V형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G형 계통이 4월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퍼졌고, 우리나라에는 5월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한 수도권 유행 때부터 퍼졌다"며 "재감염 시기가 4월 초인 만큼 초기에 S형에 감염된 이후 V형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뉴시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최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직원 6명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울산 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2020.09.09. bb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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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락됐던 재양성 논란, 다시 고개 드나

재감염 의심사례가 보고되면서 지난 5월 일단락됐던 재양성자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방역당국은 격리해제 이후에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는 것은 죽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지난 5월19일 오전 0시부터 '재양성' 용어를 'PCR 재검출'로 변경하고, 재양성자 관리를 중단했다. 재양성자와 접촉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와 바이러스 검사 결과 감염력이 있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었다.

방역당국이 재양성자 285명의 접촉자 790명을 조사한 결과 재양성 시기 접촉만으로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접촉자 3명이 확진된 사례는 있었지만, 역학적으로 다른 감염원 노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방역당국은 판단했다. 또 재양성자 108명의 바이러스 배양검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재양성자의 접촉자 가운데 감염 사례가 나왔다. 지난 5월 대구의 한 90대 여성은 가족 중 재양성자가 있어 검사했는데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대구 지역 10대 여성도 가족 중 한 명이 재양성 판정을 받은 뒤 실시한 접촉자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재감염 의심 사례 확진자의 경우 3월 첫 확진 이후 4월 재양성(재감염)까지 불과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재감염 이후 접촉자 중 감염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은 재양성 결과에 대해 죽은 바이러스가 나온 것이라면서 재양성자 관리를 하지 않았다"며 "재양성 관리를 멈추기 전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재발한 것인지,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재감염인지,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나오는 것인지 등을 일일이 규명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계통 따라 재감염된다면…"독감처럼 매번 예방접종 할지도"

계통이 다른 바이러스에 재감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코로나19도 결국 매년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교수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항체는 오래가지 않고, 매번 유행하는 계통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다른 항체를 예방 접종한다"며 "코로나바이러스도 계통이 다양해지고, 항체가 오래가지 않는다면 재감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매년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재감염 사례는 많이 보고될 것"이라며 "재감염에 대비해 연구, 방역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행 초기 중국에선 완치자를 대상으로 완치 2~3주 후 항체검사를 진행한 결과 90% 이상이 IgG 항체와 중화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재감염이 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완치 4~8주 후 항체가 서서히 감소하고, 무증상·경증 환자일수록 항체 소멸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대감이 줄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무증상 확진자의 40% 정도는 항체 생성 2개월 후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홍콩 30대 남성의 재감염 사례가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소식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항원을 기억하는 면역계 세포인 '기억 T세포' 때문에 재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앓다가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재감염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이전 감염에서 형성된 기억 T세포가 즉시 반응해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거나 심한 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재감염이라는 우울한 메시지 속에서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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