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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美 최종심급' 연방대법원, 트럼프가 '보수' 대못 박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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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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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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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그럭저럭 균형을 이뤄온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진보의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별세를 계기로 급격히 우경화될지 주목된다. 11월 대선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신직인 연방대법관 후임에 보수 인사를 임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연방대법원은 인종 문제와 낙태 등 가치와 이념이 부딪히는 예민한 사안들에 대해 마지막 결론을 내리는 미국의 명실상부한 '최종심급'이다.


바이든 "11월 대선 승자가 후임 연방대법관 지명해야"

19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긴즈버그 대법관이 18일 췌장암 전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우리는 역사적인 인물을 잃었다"라며 "미래 세대는 긴즈버그를 지치지 않는 법정의 챔피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긴즈버그는 2009년 췌장암, 2018년 폐암으로 각각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올 초엔 간에서 암 병변이 발견돼 항암치료를 받아왔지만, 긴즈버그는 "90세까지 대법관 자리를 지키겠다"며 퇴임을 거부해왔다.

여성과 성소수자, 유색인종 등 사회적 소수 보호에 앞장서온 대표적 진보 법관인 긴즈버그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등 보수 진영으로부터 기피인물로 꼽혀왔다.

긴즈버그가 병상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자신이 물러날 경우 공화당이 이끄는 행정부와 상원이 보수 인사를 후임 연방대법관에 지명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연방대법원의 이념 구도는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크게 기운다.

실제로 긴즈버그는 숨을 거두기 며칠 전 손녀에게 "나의 가장 강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이 전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월 대선의 승자가 긴즈버그의 후임을 지명해야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전날 "대선이 겨우 40여일 남았다"며 "유권자가 대통령을 뽑고 그 대통령이 상원이 검증할 연방대법관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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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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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가 유력 후보"

그러나 공화당은 긴즈버그의 후임 연방대법관 임명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내 긴즈버그의 후임을 지명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원에서 곧장 후임 지명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고등법원 판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 판사는 낙태에 반대하는 등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배럿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브랫 캐버노 판사를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할 때 마지막까지 고려했던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 별세 전부터 배럿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하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네소타주 선거 유세 도중 긴즈버그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그는 놀라운 삶을 살았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법의 거인'을 잃은 것에 대해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그는 다른 관점을 가진 동료들에게 불쾌감을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고 평가했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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