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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000원 버스에 1억 손해봤다" 고속버스사, 농어촌에 보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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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 2019년부터 농어촌 버스 요금 1000원

농어촌 버스 노선 겹치는 시외버스 수익 감소

금호고속, 1000원 버스 운행 이후 손실보상 요청

지자체 “수천만원 수익 감소 있지만, 근거 부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교통복지 정책으로 ‘농어촌 1000원 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전남 영광에서 농어촌 버스요금 하락으로 시외버스 노선 수익이 감소하자 버스회사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시외버스 노선 운행 횟수까지 줄어들어 역효과도 우려된다.



금호고속 “1000원 버스 달리자 수익 감소”



중앙일보

지난 16일 전남 영광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직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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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전남 영광군 등에 따르면 금호고속은 영광군의 1000원 버스 시행에 따른 시외버스 노선 수익 감소분을 보상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영광군은 지난해 1월부터 영광지역을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요금을 성인 기준 1000원으로 낮추는 단일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1000원 버스는 김준성 영광군수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전남 영광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주민은 적지만 이동 거리가 멀어 교통이 불편한 전국 상당수 농어촌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요금을 낮추는 1000원 버스·택시 등 공약을 시행하고 있다.

1000원 버스가 시행되기 전 영광지역 버스요금은 기본 1300원에서 1㎞당 116원의 초과 운임이 책정돼 최고 3000원이었다. 금호고속이 수익 감소 문제를 제기한 시외버스 노선은 광주광역시에서 출발해 영광-법성-홍농까지 가는 직행 구간이다. 금호고속은 법성-홍농 구간만 이용할 때 요금을 2200원으로 책정했는데 1000원 버스 시행 이후 수익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1000원 버스로 5000만원 이상 수익 감소”



중앙일보

지난 16일 전남 영광군 주민들이 지역을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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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은 금호고속의 요청을 받고 1000원 버스 시행 전인 2018년과 지난해의 수익 변화를 분석한 결과 법성-홍농 구간에서 5000만원 내지 1억원의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금호고속은 광주에서 영광으로 향하는 직행 시외버스 노선을 주중 31회, 주말 35회 운영한다. 하지만 세부 운행 구간을 따져보면 1000원 버스 시행 이후 탑승객이 줄어들자 금호고속은 지난해 5월 1일부터 법성-홍농 구간 운행 횟수를 11회 줄였다.

1000원 버스 도입 이후 주민들의 지역 내 교통 여건은 나아졌지만, 시외로 이어지는 노선의 운행 횟수가 줄어드는 역효과도 나타난다. 영광군 관계자는 “버스요금이 하락하기 전에는 직행 버스를 이용하는 군민들의 수요가 있었지만, 1000원 버스 시행 이후에 돈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보려고 좀 느리더라도 농어촌 버스를 이용하는 군민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영광군, 검토 중이지만 “근거 부족”



중앙일보

지난 16일 전남 영광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주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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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은 금호고속의 수익 감소분 보상 요청을 놓고 검토를 거듭하고 있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광군은 농어촌 버스를 운행하는 지역 버스업체의 손실분을 보상해주는 조건으로 1000원 버스를 시행했다.

하지만 금호고속의 경우 영광군 내에 위치한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예산 투입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금호고속이 수익성이 부족한 전남지역 노선을 운행하면서 전남도 측에 수익 감소 보상을 받고 있어서 중복 보상인지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금호고속이 전남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손실보상금을 받는 곳은 전남 신안군이 있다. 서울 남부고속터미널에서 신안 암태도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 노선으로 신안군이 고속버스 운행 손해를 군비로 보전하는 조건의 협약을 금호고속과 맺으면서 이뤄졌다. 이 노선은 지난해 4월 개통 뒤 4개월 만에 2억6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신안군이 같은 해 상반기 손실보상금으로 1억5300만원을 금호고속에 지급했다.

영광=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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