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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1이고, 남성들 욕·침뱉어도 돼요" 새벽 SNS 수상한 알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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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트위터에 최근 OO만남 상대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A양(19). 이 글을 발견한 ‘사이버 아웃리치’ 상담원은 A양에게 급히 쪽지를 보내 대화를 시도했다. A양은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가정폭력을 피해 혼자 나와 있다”며 “나쁜 일인 건 알지만, 용돈이 필요해서 OO만남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A양은 신상이 드러날 것을 걱정해 더 이상의 상담을 원치 않았다. 사이버 상담원은 익명을 보장할 수 있는 채팅 상담을 권했고, A양은 그제야 다시 상담에 응했다. A양은 “먼저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줘서 정말 고맙다. 덕분에 살았다”고 남겼다.

19일 한국 청소년 상담복지개발원 산하 청소년 사이버 상담센터는 "이달 초부터 ‘사이버 아웃리치’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아웃리치는 A양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성매매·자해 등을 하려는 위기 청소년을 선제적으로 발굴해내 일탈을 막는 프로그램이다. SNS가 청소년들의 일탈 통로로 사용되고 있어서다.



‘#OO’ ‘#OO 알바’ 검색해 위기 청소년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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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청소년들이 일탈하는 통로로 사용되고 있다.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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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상담원들은 SNS상에서 성매매·자해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위기에 빠진 청소년을 찾아낸다. 이후 메시지를 보내 상담을 제공하거나 지역 센터·쉼터로 연계하는 식이다. 효과적인 발굴을 위해 상담원들은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일을 한다. 이 시간대가 청소년들이 SNS 활동을 활발히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상담원들이 사용하는 검색어는 ‘#OO’ ‘#OO 알바’ 등이다. 언뜻 보기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일탈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은어이기 때문이다. SNS상에서 조건만남은 ‘#OO’ ‘#(지역명) OO’ ‘#OO 만남’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 외 청소년을 성 착취 대상으로 삼는 ‘ #OO 알바’ ‘#OO 알바’ 등도 있다. OO 알바는 청소년에게 성적으로 수치스러운 행동을 시키는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이고, OO 알바는 성적인 행위를 하는 청소년을 지켜보고 돈을 지불하는 성 착취다.



가출청소년 47%가 조건만남…90%는 온라인으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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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북부지검은 가출 청소년을 유인해 성매매를 시킨 일당을 기소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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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키워드를 올리는 청소년 중엔 가출청소년들이 많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 47.6%가 ‘조건만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조건만남을 경험한 10명 중 9명(87.2%)은 채팅앱(46.2%)이나 랜덤 채팅앱(33.3%), 채팅 사이트(7.7%)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이 위기 청소년들의 일탈 창구로 사용되는 셈이다. 최근 사이버아웃리치 상담원이 쉼터로 연계한 한 가출청소년도 “갈 데가 없어 잘 곳을 구하려다 그랬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일탈 청소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만, 대부분 가정의 돌봄을 아예 받지 못해 방치된 경우가 많다. 일부는 자발적 성매매가 아닌 포주의 강요로 성매매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9일 서울북부지검은 가출청소년 3명에게 수십차례 성매매를 시킨 일당 4명을 기소했다. 인천 삼산경찰서도 지난 17일 가출청소년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일당을 입건했다. 이들 모두 SNS·앱을 통해 성 매수자를 찾았다.



사이버 상담도 늘어…8월까지 21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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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 제공하는 채팅상담 서비스. 익명으로도 상담이 가능하다.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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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로 청소년을 위한 사이버 상담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한해 청소년 사이버 상담센터에 들어온 사이버 상담 건은 총 25만건이다. 하지만 올해는 8월까지 접수된 상담 건수만 21만건을 넘어섰다. 센터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 상담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이버 상담센터는 사이버 아웃리치 뿐 아니라 채팅 상담, 게시판 상담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양미진 청소년 사이버 상담센터 센터장은 “사이버 아웃리치는 올해 처음 예산을 편성 받아 막 첫발을 내디딘 사업이지만, 이미 위기 청소년들을 구출해내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사이버아웃리치 전담 상담원은 총 16명인데 앞으로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해 더 많은 위기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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