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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파월·애플 그리고 로빈후더…美증시 고공행진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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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과 정부의 경기 자극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

대형 IT기업의 영향력 확대

개미 혹은 로빈후더들의 귀환

펀더멘탈보다 모멘텀…투기성·도박성 투자 급증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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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역사상 가장 파국적인 경제 붕괴를 야기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도 불고, 주식시장은 5개월 만에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 증시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다. 미 실업률은 여전히 10% 내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출시조차 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뉴욕증시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회복할 수 있었던 5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美연준과 정부의 경기 자극

코로나19 위기가 다른 경제 위기와 가장 두드러지게 차별화되는 것은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미 연방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연준은 코로나발 경제위기가 가시화하자 긴급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하고 시장 전반에 걸쳐 수십억 달러를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발맞춰 미 정부는 개인들에게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직접 지급했고, 중소기업엔 총 5조달러를 지원했다.

연준의 사실상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과 연준의 경기부양책이라는 ‘쌍끌이’ 돈풀기로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됐고,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연준과 정부가 빠른 속도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학습효과 덕분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당시 연준과 정부는 시장에 강한 믿음을 줘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고, 투자자들은 연준에 맞서는 건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상승장에 베팅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연준의 개입은 또 다른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끼쳤는데, 연준의 회사채 및 국채 매입으로 수익률이 폭락해 주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식으로 투자자금이 쏠린 이유다.

경기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

팬데믹이 통제되면 미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고한 믿음도 주가를 끌어올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많은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믿고 있다. 8월 제조업 활동은 증가세로 전환했고, 고용도 4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이익도 지난 분기에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상장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32% 감소해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내년이면 다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위기 이전을 넘어설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미 연구기관 루쏠드그룹에 따르면 경제학자들 역시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과거 70여년래 보지 못했던 속도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루쏠드그룹의 짐 폴슨 투자전략가는 “위기와 관련된 모든 것이 규모가 크고 속도도 빠르다”며 “경제가 회복을 지속하고 실질 GDP 성장률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컨센서스와 괴리가 크지 않다면 그간의 주식시장 상승세는 워밍업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S&P500 지수가 연말까지 14일 종가대비 6.4%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주가가 계속해서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봤다.

대형 IT기업의 영향력 확대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된 대형 기술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은 올해 주가가 57% 폭등했다. 애플 한 기업의 시가총액은 잘 나간다는 중소기업 2000개를 합친 러셀2000 지수 전체보다 크다. 뿐만아니라 영국 런던증시의 대기업들을 추종하는 FTSE100지수도 능가한다.

또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페이스북 등 이른바 5대 빅테크의 S&P500 지수 내 비중은 전체 시가총액의 23%에 달해 30여년 만에 가장 높다. 아마존 주식은 올해 68%, MS는 30%, 페이스북은 30%, 알파벳은 13% 각각 급등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투자자들이 이들 IT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재택근무나 온라인 쇼핑,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확대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술주의 약진으로 주식시장에서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나뉘었는데, 이에 대해 증시 자체가 크고 강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례로 전통적인 강자로 꼽혔던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은 지난달 말 92년 만에 처음으로 다우지수에서 퇴출됐다.

개미 혹은 로빈후더들의 귀환

개인투자자들이 올 상반기 미국 증시에서 차지한 비중은 20%에 달한다. 10년 전 2010년과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스마트폰 등으로 주식거래가 간편해진데다 수수료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식뿐 아니라 파생상품인 옵션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투자자들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는 기업에 몰리고 있다. 올해 354% 폭등한 스포츠베팅사업자 드래프트킹스, 버진갤럭틱홀딩스(51%), 정부 지원을 받아 제약회사로 탈바꿈하기로 한 이스트만코닥 등이 대표적이다. 코닥의 경우 정보유출 의혹이 불거진 후 대부분의 이익을 반납하기 전까지 614% 급등했다.

아울러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 중 하나는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402%에 달해 현재는 미국에서 8번째로 큰 기업이 됐다. 테슬라 주가가 적정한지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테슬라를 비롯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다. 동영상 앱 틱톡에서는 ‘제2의 테슬라에 투자하는 방법’과 관련된 게시물들의 조회수가 6월 2억 5000만건에서 현재 4억 2000만건으로 늘었다.

펀더멘탈보다 모멘텀…투기성·도박성 투자 급증

테슬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올해 투자자들은 상승하고 있는 주식에 올라타는 방식의 거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많이 뛴 종목을 골라 자신의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모멘텀 투자다.

이 과정에서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도 급증했고, 시장의 방향성에 끼치는 영향도 확대됐다. 예를 들어 테슬라에 공매도가 집중됐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테슬라 주가 상승세를 더욱 부추겼다. 헤지(위험회피)를 위해서는 현물도 함께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뿐이 아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일본 소프트뱅크조차 대형 기술주 콜옵션을 40억달러 규모로 사들여 뉴욕증시 급등을 유발했다. 소프트뱅크는 테슬라, 아마존, 애플, MS, 쇼피파이 등의 콜옵션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독 주가 급등세가 두드러졌던 기업들로 사실상 투기·도박성 투자를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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