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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제주 노형동 방화 살인…DNA 검출된 담배꽁초, 유력 증거 안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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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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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광주 일가족 살인범은 제주 노형동 원룸 방화 살인범과 동일인?

19일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꽃바구니를 든 살인범 - 그가 205호 방문자인가?'라는 부제로 미해결 사건 2006년 제주시 노형동 소재 원룸 방화 살인사건을 재조명했다.

제작진은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았다. 제보자는 지난 2014년 광주에서 일어난 일가족 살인 사건의 범인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것. 그의 주장에 따르면 범인 김 씨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있다고 했다.

제보자는 14년 전 제주의 교도소에서 김 씨를 만났다. 당시 김 씨는 한 대학교의 여자 기숙사에 침입해 성범죄를 저질러 복역 중이었다. 그런데 김 씨는 사건 당시 자신의 SNS에 범행을 자백하는 글을 게시하고 사건 현장에 자신을 알리는 메모를 남기고 또한 직접 경찰서에 가서 자수를 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제보자는 이러한 김 씨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다는 것.

제보자는 김 씨가 성범죄를 저지르기 한 달여 전 제주시 노형동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방화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그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이 사건에 대한 법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저지른 것이라 추측했다.

이에 광주 일가족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도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김 씨의 범행에 대해 "어이가 없는 사건이었다. 사람을 이렇게 쉽게 죽이나. 살해의 방법과 대상이 통상적인 범죄와 달랐다라며 첫 살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2시간여 만에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현장을 떠난 김 씨, 그의 범행에 재판부 역시 첫 살인으로 보기에는 범행이 대담하고 잔혹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전 검사는 "그의 범행이 첫 살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과거 사건들을 살펴보던 도중 노형동 원룸 살인 방화 사건을 검토하게 됐다"라며 "제주 기록까지 다 빌려봤는데 김 씨가 진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당시 기소되어 재판을 받아 형을 받았다면 광주 살인 사건 없었을 것이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한 기숙사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도 "2006년 방화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강간 범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평가했다. 광주 사건 당시 피해자 최 씨만 살인한 뒤 도주할 수 있는 상황에도 귀가한 가족 2명을 추가로 살해한 것이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더 심한 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고.

사실 당시 노형동 원룸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들도 기숙사 성범죄가 도피성 범죄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김 씨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노형동 원룸 방화 살인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상태.

특히 노형동 원룸에서는 김 씨의 DNA가 확인된 담배꽁초가 발견되었음에도 이는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광주 일가족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 씨. 재판부는 미리 살인 도구 준비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선물할 꽃다발을 사 왔다는 정황으로 이 사건을 우발적인 살인으로 판단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사건 담당 수사관은 김 씨에 대해 "감정이 급변했다. 오열했다가 예민해졌다가 감정 변화가 심했다"라며 "제주 사건을 추궁하자 상당한 분노를 보였다. 끝난 전과에 대해 왜 캐묻냐 어떤 점 때문에 날 의심하냐는 반응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노형동 방화 살인 사건에서 담배꽁초가 결정적인 단서로 채택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건 유족들은 "당시 1차 감식에서 발견되지 않고 2차 감식에 발견된 것이 일부러 누군가 그를 음해하기 위해 놔뒀을 수도 있다고 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당시 담배꽁초의 신빙성을 의심했던 것. 그리고 김 씨 또한 그것이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취재진에 지나친 거부 반응을 보이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작진의 거듭된 설득에 진실을 알리고 싶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의 어머니는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모순된 게 많았다. 1차 감식 때는 담배꽁초가 없고, 2차 감식 때 현장에서 나왔다. 1차 감식이 끝나고 여자 친구에게 아들이 피우는 담배가 뭐냐라고 묻고 그다음에 현장에 담배꽁초가 등장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의 어머니는 "그리고 사건 당시 아들은 PC방에 있었다. PC방에 있었다는 기록까지 난 제출을 했다"라며 "당시 아들한테 그런 누명을 씌우고 사건 담당 형사들은 1계급 특진을 했다"라며 수사관들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조작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제작진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을 찾았다. 하지만 그들은 일제히 취재를 거부했다. 이에 사건의 첫 제보자는 형사들이 취재를 피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무혐의 처분이 나고 경찰들 상대로 고소장 쓰는 걸 봤다"라며 형사들이 김 씨에게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또한 제보자는 "당시 피해자가 갖고 있던 향수 목걸이 반지가 김 씨 여자 친구한테서 발견됐다. 그걸 PC방 가는 길에 주운 종이가방에서 획득했다고 하는데 우연이 너무 겹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그리고 오랜 설득 끝에 제주 경찰이 노형동 원룸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1차 감식에는 발견을 하지 못하고 사건 발생 3일 후 정밀한 수색을 하면서 원룸 내부에서 발견했다"라고 했다. 원룸 주변에서 발견됐다는 김 씨의 주장과는 다른 의견.

경찰은 "기숙사 사건 자수 이전에 담배꽁초의 감정을 의뢰했고 기숙사 사건이 발생한 후 DNA가 김 씨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가 차후에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미리 알고 증거를 조작하겠냐"라고 했다.

그리고 당시 김 씨의 컴퓨터 로그 기록에 대해서도 살인 방화 추정 시각에는 접속한 기록이 없다고 했다. 당시 살인과 방화는 시간차가 있었고 살인의 경우 2월 17일 12시경, 18일 0시경 방화가 이뤄진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 두 시각에 김 씨의 알리바이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김 씨가 있던 PC방에서 피해자의 원룸은 차로 8분 거리에 있었다.

또 우연히 피해자의 유품을 주워 여자 친구에게 선물했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유에 대해서는 검사 측에 물어보라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유가 담긴 기록 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했다.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유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던 도중 제작진은 사건 당시 김 씨 측에서 언론사들을 상대 로언 론 중재 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던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정 대상자 중에는 SBS도 포함되어 당시 서류가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제작진이 직접 나서 관련 서류를 찾았다. 그리고 이 노력에 응답이라도 하듯 무혐의 사유가 적힌 당시 서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당시 검찰은 양호한 상태의 담배꽁초도 의심했다. 전소된 현장에서 그러한 담배꽁초가 발견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 또한 살인과 방화는 결과론적인 것이고 사건의 시작은 금전과 성 때문인데 사건 전 70만 원을 인출한 기록이 있는 김 씨가 금전을 취하고자 피해자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는 다소 주관적인 판단도 무혐의 사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노형동 사건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기숙사 사건을 저질렀을 거라 추측했던 경찰의 생각과 달리 검찰은 노형동 사건의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시기에 일부러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판단했다.

또한 결정적으로 205호 안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 대해 누가 일부러 가져다 뒀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과 국과수 결과를 인용하며 8억 2천만 분의 1로 김 씨의 DNA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은 100% 김 씨가 핀 담배꽁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판단으로 담배꽁초는 증거로서의 힘을 잃게 되었던 것.

이에 전문가들은 "8억 2 천만 분의 1로 아닐 가능성은 아니라는 거다. 이건 과학적 근거는 없애버리고 무죄로 만들려는 거 아니냐"라고 당황스러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혐의를 단정해놓고 경찰 수사에 불신을 가진 상태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나 싶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DNA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사건 발생 3일 후 증거가 나온 것에 대해 경찰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러한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과학수사팀원은 "왜 그게 증거 효력을 잃는지 모르겠다. 발견한 담배꽁초 사진을 찍고, 현장을 완벽하게 보존 중이던 상태에서 꽁초를 추후에 찾은 거다. 그런데 전소된 방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냐며 의심을 하더라. 하지만 옷 주변에 있다면 그렇게 보존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 화재감식요원은 "전소는 완전히 타서 재 밖에 남은 경우가 아니다. 그건 완소다"라며 "화재가 심하게 나더라고 바닥이 타는 일은 별로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제작진은 당시 현장에서 담배꽁초가 타지 않고 남는 것이 가능할지 사건 현장을 재연했다. 전문가는 실험을 통해 "우리가 이런 부분은 보통 보호된 영역이라고 부른다"라며 담배꽁초가 발견된 장소를 지적하며 "불은 위로만 올라가려고 하고 아래로 내려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바닥에서 담배꽁초 발견될 수 있는 것은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무혐의로 사건 종료는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추후에 무죄를 받더라도 기소를 하는 게 맞다. 검찰은 대법관도 아닌데 왜 최종적인 판단을 해버리냐"라고 일침 했다.

또한 무혐의 처분 사유서 분석한 전문가들은 "담배꽁초가 발견된 장소에 대해서는 모호한 표현만 있다"라고 지적하며 "담당 검사가 일부러 애매한 표현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룸 내부에서 발견되었다는 정확한 표현이 있었다면 무혐의 처분이 쉽게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이례적인 일이 반복되었던 노형동 살인 방화 사건.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는 "불기소 처분이 나고 담당 검사를 만났는데 그 검사는 수사 지휘관이 아니었다. 수사 지휘관은 해외 연수를 떠나 다른 검사가 이어받았다"라고 했다. 이에 전문가는 "불기소 이유를 보면 검찰이 이것에 대해 수사한 내용은 거짓말 탐지기나 그런 것 밖에 없다. 실질적으로 수사한 것이 별로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건을 바로 기소하지 않고 8개월 묵힌 뒤 무혐의 처리한 이유는 본인의 일로 바빠서 열중하지 않고, 넘겨받은 검사도 기록만 보고 판단하며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2006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2007년이 되어서야 형제 번호가 붙은 농형동 살인 방화사건. 이 이유를 밝히기 위해 제작진은 당시 검사를 취재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다. 하지만 당시 검사를 만나는 것은 어려웠다.

그리고 당시 기소가 늦어진 것에 대해 시한부 기소 중기가 되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검찰 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에 전문가는 "시한부 기소중지는 흔한 것이 아냐. 이 사건의 경우 그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는 "이런 의심이 비합리적은 아니다. 터무니없는 의심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끝내 당시 검사와의 인터뷰는 진행될 수 없었다. 이에 검찰 측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처리한 사건이며 종결된 지 10년 이상 경과하여 정확하게 기억하기 어렵고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담당 검사와의 인터뷰는 부적절하다고 판단,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검찰은 담배꽁초 만으로 김 씨를 살인과 방화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의 범행 수법에 대해 지적했다. 과거 그의 범죄에서는 결박이나 입막음의 정황이 드러나는데 노형동의 사건은 그것이 없다는 것.

이에 전문가는 피해자의 사체 상태를 통해 "입과 코에서 나온 잔 거품은 힘든 호흡으로 폐부종이 생기면 나오는 흔적, 침구에 파묻힌 것만으로 질식사는 어렵다"라며 결박이나 입막음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의 볼 주변에서 발견된 물결무늬의 주름과 표피 박탈 등을 지적하며 단순히 눌렀다기보다는 코와 입을 무언가로 막았을 것이다. 접착제 테이프나 재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증거가 없는 것에 대해 "반항하지 못하도록 결박이나 입막음을 했던 증거는 방화 이전에 제거했을 것이다. 다른 사건과 이 사건의 다른 점은 두 번 현장을 방문했다는 것이다"라며 두 번째 방문에서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 사건에 대해 "최근 경찰과 검찰의 수사협의회가 가동되어 상시적인 협력 체계가 갖춰졌다. 여기에서 이런 사건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방송은 재수사가 이뤄진다면 무엇이든 도울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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