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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ARS여론조사에서만 ‘제2의 조국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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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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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이 9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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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년 오늘 9월 9일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고 10월 14일 사직했다. 36일 재직. 오랫동안 준비한 개혁의 청사진이 있었지만, ‘불쏘시개’ 역할만 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글을 올렸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후 촉발됐다. 이후 두 달 동안 정국은 ‘조국 사태’로 들썩거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성 휴가 연장 의혹은 공교롭게도 국감을 앞둔 비슷한 시기에 확산됐다. 조국 사태와 시기도 비슷하지만 법무부 장관 자녀의 특혜 의혹이라는 비슷한 양상을 띠면서, ‘제2의 조국 사태’로 비화됐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난해 조국 사태처럼 여러 지표가 출렁거렸다. 다만 이런 현상은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에서만 두드러졌다. 전화면접원 조사에서는 아직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TBS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ARS 90% 전화면접 10%)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 평가가 9월 첫째 주에 부정이 긍정을 앞서는 ‘데드 크로스’ 현상을 보였다. 9월 둘째 주(9월 7∼9일)조사에서는 부정이 49.5%, 긍정이 45.7%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9월 첫째 주 데드 크로스 이후 부정이라는 평가가 더 커진 것이다. 정당지지율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33.7%, 국민의힘 지지율은 32.8%였다.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다른 양상

하지만 비슷한 시기 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전화면접원 100%)에서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9월 둘째 주 조사(9월 8∼10일)에서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이 46%, 부정이 45%였다. 데드 크로스에 근접했을 정도다. 정당지지율은 ARS 조사와 훨씬 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39%인데 반해, 국민의힘 지지율은 19%에 불과했다. 지난 6월 이후 갤럽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은 계속 비슷한 흐름을 이어온 셈이다.

9월 둘째 주라는 비슷한 시기이지만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ARS 조사에서는 ‘추미애 사태’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였지만, 전화면접원 조사에서는 양당 지지율 격차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ARS 조사가 전화면접원 조사보다 훨씬 민감도가 높다”면서 “때문에 조사 시간대와 응답률, 조사 방식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RS 조사가 시의적인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전화면접원 조사가 질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ARS 조사는 양적인 평가를 내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은 양당의 적극적인 지지층에 의해 형성된다”면서 “고정 지지층은 박스권 안에 묶여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가 사안에 따라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미애 사태가 여론조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전화면접원 조사와 ARS 조사의 가장 큰 차이는 20대의 지지율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월 둘째 주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18∼29세의 민주당 대(對)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대 12%(무당층 43%)이다. 동일한 시기의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18∼29세의 양당 지지율은 27.7% 대 36.4%(무당층 22.6%)였다. 전화면접원 조사에서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을 세 배가량 차이가 나게 앞질렀지만, ARS 조사에서는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넘어섰다.

갤럽의 9월 둘째 주 조사 리포트에는 “조사방법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집니다”라는 글이 함께 실려 있다. 이 글에서는 전화면접원 조사와 ARS 조사의 차이를 설명했다. 갤럽은 “다만 언론이나 정치권이 평소 원하는 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인용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조사방법별 특성과 차이를 살펴보고, 혼란스러운 여론조사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어놓았다.

갤럽은 이 글 말미에 ‘조국 장관 취임부터 사퇴까지 상반된 조사결과가 나온 이유’라는 조사담(調査談)을 링크해 놓았다. 조사담에서는 지난해 말 조국 사태에서 전화면접원 조사와 ARS 조사 차이에 대해 ‘호남지역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도’, ‘20대와 30대의 정당지지도’를 언급했다. 두 조사에서 이 부분이 특히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에 리얼미터의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각축을 벌이면서 요동을 쳤다. 한때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갤럽조사에서는 민주당이 40% 안팎, 한국당이 20% 안팎을 유지하면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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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가 전화면접원 조사보다 민감도 높아

‘추미애 사태’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조차 약간 다른 양상을 보였다. 9월 셋째 주 여론조사(TBS 의뢰)에서 9월 둘째 주 조사와는 달리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했다. 둘째 주 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다가 셋째 주 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다시 벌어졌다. 추미애 사태가 여론조사에서 조국 사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인 것이다. 홍형식 소장은 “추미애 사태는 20대를 비롯한 젊은층에서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다만 추미애 사태는 군 휴가 연장 의혹이기 때문에 젊은층 남자들의 군심(軍心) 문제로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가 남녀 가리지 않고 젊은층에 이슈가 됐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법무부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점, 젊은층에 불공정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점 등이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값 폭등 등 여러 상황이 겹쳐 있다”면서 “지난해와 올해의 같은 시기 갤럽조사를 비교하면 국정지지도의 부정 평가 사유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의 갤럽조사에는 부정 평가 사유에서는 ‘인사 문제’가 가장 컸다. 하지만 올해 9월 부정 평가 사유에는 ‘경제·민생 문제’, ‘인사 문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의 비슷했다.

추미애 사태가 진행형이기 때문에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렸다. 홍형식 소장은 “추미애 사태는 조국 사태처럼 의혹이 사실이냐, 아니냐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정쟁 프레임화되면서 하나의 게임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렇게 되면 가장 답답한 쪽은 청와대”라면서 “사안은 조국 사태보다는 경미하나, 추 장관의 답변 태도가 대중을 화나게 하면서 사건이 커져 버렸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조국 사태를 통해 검찰수사, 언론보도, 재판 상황에 관한 일정한 학습효과가 추미애 사태에서 작용하고 있다”면서 “민심은 상식적인 선에서 추미애 사태를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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