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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성추행 피해자’ 출제 논란 MBC 재시험에…수험생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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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생 “잘못된 논제로 고민하는 내가 자괴감 들어”

지방에서 상경한 응시생 두번 불편

“재시험 때문에 토익시험 취소하기도”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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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취재기자 입사 시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당사자 호칭을 묻는 문제를 출제해 논란이 된 MBC가 결국 재시험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응시생들은 “논술 문제로 한 번, 재시험으로 두 번 피해를 줬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한 응시생 A씨는 “피해호소인 용어가 명백히 잘못됐음을 아는데도 그 순간 시험장에서 어떤 답변을 내야 합격할지 고민하는 자신이 싫었다”며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부터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시생 수준에서도 문제 의식을 느꼈는데 MBC가 시험 출제 과정에서 논제를 거르지 않은 게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응시생 B씨 역시 “1차적으로 시험 당일 논제를 보고 황당했다.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유래도 없는 피해호소인 용어를 주장한 것은 피해자의 주장에 힘을 빼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와 성추행 사실 입증 문제가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 묻고 싶었다면, ‘권력형 성범죄를 어떻게 보도해야 하냐’는 식으로 문제를 출제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13일 언론사 시험 준비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MBC 취재기자 입사시험 논술시험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 호소인이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이 있다면 논리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도 무방함)’라는 논제가 출제됐다.

‘피해호소인’은 박 전 시장 사망 직후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에서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당사자를 지칭하던 용어다. 당시 박 전 시장 고소인을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고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이라는 뜻의 ‘피해호소인’이라는 호칭을 붙여 논란이 된 바가 있다.

응시생들의 잇따른 항의에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하고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갑작스러운 재시험 통보로 다른 시험 일정을 포기해야한다”며 응시생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B씨는 “수험생들은 다시 시간을 내서 시험을 치러야 하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수험생들은 교통비도 못 받고 상경하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당장 나만해도 10일 토익 시험을 칠 예정이었는데, MBC 필기 재시허 때문에 취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자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1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응시자들이 일정한 시간 동안 살아있는 피해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 사람을 뭐라고 부를지 본인들이 결정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라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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