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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7연투도 할 수 있다" 롯데 좌완 고효준의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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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8일 잠실 LG전에서 역투하는 롯데 왼손투수 고효준.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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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투도 할 수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왼손투수 고효준(37)은 씩 웃으며 자신있게 말했다. 롯데 가을야구의 불씨를 살린 귀중한 승리를 이끈 뒤였다.

롯데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5-3으로 이겼다. 롯데는 선발 아드리안 샘슨이 5와 3분의 2이닝 3실점했으나 타선이 터지지 않아 1-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해 역전승을 거뒀다.

승리투수는 고효준이었다. 고효준은 6회 말 2사 2루에서 샘슨에 이어 등판한 뒤 네 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오지환, 로베르토 라모스, 김현수, 박용택까지 상대의 핵심인 왼손타자들을 상대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올 시즌 10번의 등판 끝에 거둔 첫 승리였다.

고효준은 경기가 끝난 뒤 마무리 김원중이 경기구를 전해줬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고효준은 "'왜 주느냐'고 물었더니 '올해 첫 승이니 챙겨준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프로 데뷔 첫 승이나 의미있는 승리도 아니지만 챙겨준 후배의 마음이 기특해서였다.

고효준은 지난해 FA 계약이 늦어지면서 호주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혼자서 구슬땀을 흘린 끝에 개막 초반 팀에 합류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고전하다 일주일 만에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6월 초 다시 한 번 콜업 기회를 얻었으나 2경기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그 사이 손가락 부상 때문에 테이핑을 하고 투구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해 팀내 최다 홀드(15개)를 올리며 건재함을 입증했던 그였기에 더욱 아쉬웠다.

그런 고효준이 9월이 되자 돌아왔다. 시즌 초반 140㎞대 초반에 머물렀던 구속도 올라왔다. 팀이 힙겹게 가을 야구를 향한 도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효준은 3경기 연속 퍼펙트 행진을 벌이며 승리까지 따냈다. 고효준은 "2군에서 코칭스태프들이 볼넷을 내주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안타를 맞겠지만, 볼넷은 안 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고효준에게 2020년은 안타깝기만 한 시즌이다. 프로 데뷔 최장기간인 18시즌 만에 FA가 됐으나 기대했던 규모의 계약(1년 총액 1억 2000만원)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고, 기회를 기다렸다. 고효준은 "계약은 계약이고 야구는 해야 한다. 지난해 최다 경기 출전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 베테랑 투수는 안 된다는 편견도 조금은 깼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돌아오는 주말부터 총력전을 예고했다. 고효준의 역할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고효준은 지난해에도 팀내 최다이닝(62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3연투를 거뜬히 해냈다. 그는 "7연투도 관계 없다. 시간 여유가 별로 없다.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처음 시작도 롯데였고, 은퇴도 롯데에서 하고 싶다. 아직은 끝을 생각하지 않지만 미련을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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