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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추미애 타임 310분…대정부질문이 남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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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권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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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총 44명의 국회의원이 질의자로 나서 국무위원들과 주고 받은 질의응답 시간은 약 1148분. 이 중 추 장관 자녀 문제를 거론한 시간만 약 310분(27%)이다.

1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나흘 간의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자로 나선 국무위원은 총 15명이다. 하지만 질의는 추 장관에게만 집중됐다. 추 장관이 참석하지 않았던 이틀 동안의 대정부질의에서도 추 장관 관련 질의로 채워졌다.

국회법에 따르면 대정부질문 의원 질문시간은 20분을 초과할 수 없다. 교섭단체 간 합의로 20분 이내에서 질문 시간이 정해지는데 이번에는 13분으로 합의됐다. 다만 국무위원 답변에는 제한이 없어 의원마다 총 질답 시간에는 편차가 있다.


'추미애 타임' 3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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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 자녀' 문제 질답이 가장 많이 이뤄진 대정부질문은 첫날인 지난 14일 정치 분야 질의다. 추 장관이 국무위원으로 본회의에 참석한 이날 여야 의원 11명은 총 300분 중 151분을 '추미애 타임'에 썼다. 50.3%다.

여당에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5분 가운데 25분, 김종민 의원이 사실상 질문 없이 주어진 13분의 시간을 추미애 장관 옹호에 썼다.

야당에서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34분,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31분,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22분 전체 질답 시간 모두를 추 장관 자녀 문제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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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외교 통일 분야는 총 280분 가운데 95분(33.9%)이, 17일 교육·사회·문화 분야는 300분 가운데 64분(21%)이 추 장관 자녀 정쟁에 쓰였다. 16일 경제 분야에선 추 장관 관련 질의가 특별하게 나오지 않았다.

여야별로는 나흘 동안 여당이 총 69분을 추 장관 옹호에 사용했다. 야당은 241분을 추 장관을 공격하는 데 썼다. 각각 적지 않은 시간을 쓴 셈인데, 내용은 원내에서 반복해오던 기존의 의혹 공방 수준을 뛰어넘진 못했다. 추 장관 부부와 보좌관의 아들 휴가 민원 전화 여부, 서씨(추 장관 아들)의 휴가 공방, 추 장관의 동부지검 아들 사건 부실수사 의혹 등이다.


질의는 안하고 '추미애 옹호'만 한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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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추미애 장관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9.14.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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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대정부질문' 시간을 '질문' 없이 '자유발언'으로 채운 의원도 있었다. 14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세번째 순서로 발언대에 오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는 의원당 주어진 13분 만에 끝났다. 국무위원 누구도 불러내지 않고 나홀로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휴가 특혜, 자대배치 청탁 등 야당이 제기하는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을 반박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유불리나 이념, 입장이 아니라 오로지 사실이다. 반칙과 불법이 있었으면 처벌해야 하고 없었으면 (의혹 제기를) 중단해야 한다. 야당도 '이게 사실이다'라는 증거를 갖고 와서 논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큰 소리로 "사실이 아니다. 사실대로 해야 한다"고 외친 뒤에야 발언을 끝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런 김 의원의 모습에 뼈아픈 말을 남겼다. 박 의장은 김 의원이 발언대를 떠나자 "대정부질문은 정부 측과 일문일답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법 제122조는 "대정부질문은 일문일답의 방식으로 한다", "의장은 의원의 질문과 정부의 답변이 교대로 균형 있게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최장 '추미애 타임' 주인공은 '34분' 국민의힘 윤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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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0.9.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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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시간을 추 장관 의혹 관련 질의에 쓴 주인공은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14일 국민의힘 첫 주자로 발언대에 선 윤 의원은 발언시간 34분 내내 추 장관을 대상으로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입장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윤 의원은 추 장관에게 "본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냐.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냐"고 묻기도 했다. "특임검사를 임명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추 장관이 "답변을 드리지 않겠다"고 하자 "오죽하면 동료의원들이 장관의 답변 태도가 불편하다고 지적하겠느냐"며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그는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도 재차 추 장관 경질을 요구했다.

같은당 전주혜 의원도 발언 시간 31분 전체를 추 장관과의 질의에 썼다. 14일 야당 마지막 순서였던 전 의원은 "현역 장병들은 물론 예비역,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이 아드님의 황제복무를 보고 분노에 차 있다"며 추 장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전 의원은 "요즘 내가 조국이 아니라서 미안하다. 내가 추미애가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자책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고 한다"며 "대한민국은 과연 공정한 나라인가. 무엇이 진실인가. 내 편은 진실, 상대편은 거짓말이냐"고 비판했다. 전 의원의 '황제 군복무', '탈영' 등 표현에 추 장관은 "너무 야비하지 않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29분), 성일종(26분) 신원식(22분)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22분) 의원도 주어진 시간 모두를 추 장관 관련 논쟁에 썼다. 전체 시간 30분 중 25분을 쓴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45분 중 25분을 쓴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추추추'에 "국민들 절망할 것"…대정부질문서 나온 일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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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정의당 의원(왼)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사진=뉴시스,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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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추미애 질의 속 송곳같은 낭중지추 질의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김상희 부의장이 "우리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국정 관련 부분을 우리 의원들께서 질의해달라"고 2차례 당부하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마지막 날 "제발 여기(추 장관 정쟁)에서 벗어나자, 국민들께서 절망하신다"며 "이제는 국정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쟁 속에서도 정책 질의에 집중하며 동료 의원들에게 일침을 한 여야 의원들은 있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질의에 앞서 "저는 법무부 장관님의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며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린 지금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조금 더 건설적인,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돌봄과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질의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질의 끝에 "이제까지의 대정부질문을 바라보며 제 마음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며 "꿋꿋이 민생과 국정운영에 관해 정책 질의를 하는 의원들도 계셨지만 소중한 시간의 대부분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문제를 둘러싼 정쟁에 허비됐다"고 지적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질의에 앞서 "국익만 생각하고 국민만 위하는 질의를 행정부에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민족주의 통일 담론'에 대해 지적하고, 정경두 국방장관에게는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해 질의했다.

조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 300)과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자영업자 등 민생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과연 병사 한 명의 휴가 문제가 지금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 국민 민생과 얼마나 관련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해진 기자 realsea@, 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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