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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캐디피 15만원, 카트비 12만원…골퍼들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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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오딧세이-57]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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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횡포가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캐디피를 2년 전보다 2만원 올려놓더니 부킹 서비스도 엉망이에요."

춘천권 L골프장 인터넷 회원권을 가진 지인은 만날 때마다 골프장 행태에 분통을 터뜨린다. 그동안 두 개 코스를 번갈아 이용하며 다른 골퍼까지 회원가입을 권유했지만 올 들어 돌변한 골프장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캐디피가 12만원에서 잠시 13만원을 거쳐 얼마 전 14만원까지 오른 데다 인터넷 부킹도 시작과 함께 종료돼 버린다. 보통 3주 전 부킹이 열리는데 클릭 순간 바로 마감된다.

얼마 전에는 다른 회원과 동시에 클릭했는데 둘 다 실패했다. 부킹 시스템에 의혹마저 든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를 틈타 골프장이 캐디피, 카트비, 그린피 등 모든 비용을 올려 골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올 초만 해도 고객 유치에 허덕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단단히 한몫 챙기려는 기세다.

올 들어 대부분 골프장이 캐디피를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올렸다. 라비에벨 14만원에 이어 웰링턴과 제이드팰리스 등 5개 골프장은 급기야 캐디피 15만원 시대를 열었다.

캐디피 부담이 골프장별로 한 해에 8~25% 높아진 셈. 4~5년 만에 1만원씩 오르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골프장 측은 고객이 몰리면서 업무는 가중되는데 일할 캐디는 적다고 항변한다. 캐디 특성상 조금이라도 대우가 좋은 골프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한다.

고객 4명이 캐디피를 나눠서 내기 때문에 1만원 인상이래도 1인당 부담은 2500원에 불과하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이런 입장을 수용하는 골퍼들도 있다.

이들은 그 대신 캐디선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캐디피가 아무리 높아도 상관없지만 원하는 사람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군산CC나 사우스링스 영암CC 등 일부 대중골프장은 캐디선택제나 노캐디제를 실시하지만 대부분 골프장은 아직 꺼린다. 캐디가 없으면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이는 고객 감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디피보다 더 황당한 것은 카트비다. 골프장에 가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식음료값과 카트비다.

웬만한 대중골프장 아침 해장국 한 그릇이 1만7000원, 커피 9000원, 생맥주 1만2000원, 막걸리 1만4000원이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호구로 삼는 행위에 분노한다.

식음료야 이용하지 않으면 되지만 카트비는 피할 수도 없다. 대부분 골프장 카트비는 9만원으로 1만원 올랐다. 곤지암과 제이드팰리스는 12만원이다.

카트비와 관련한 골퍼들의 원성은 골프잡지인 JTBC 골프매거진이 최근 네이버 밴드 회원 11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잘 드러난다.

● 골프 비용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1. 카트 이용료 42%

2. 그린피 39.1%

3. 식음료비 10.5%

4. 캐디피 7.5%

"제가 이용하는 골프장 카트비는 작년 10만원에서 올해 12만원으로 올랐어요. 이용시간 기준으로 최고급 수입차 렌탈비보다 비싸죠." 강원권 골프장 한 회원의 불만 섞인 목소리다.

응답자 대부분 5만원 이하로 카트비를 내릴 것을 주장한다. 배터리 교체와 수리비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가격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 적절한 카트비는?

1. 5만원 이하 66.5%

2. 받지 말아야 한다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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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에 따르면 전국 회원제 골프장 평균 카트비는 8만9500원으로 2010년(7만8700원) 대비 13.7% 올랐다. 대중골프장은 8만4500원으로 10년 동안 15.8%(7만3000원 대비) 인상됐다.

카트 가격을 1000만원 선 가정할 때 하루에 두 번 돌리면 56일이면 구입비용을 충분히 뽑는다. 대당 1500만원 선이라고 해도 3달이면 원금을 회수한다.

유일하게 배터리 교체와 수리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를 감안해도 이 기간 내 원금회수가 충분하다. 그 이후론 현금을 주워 담는다. 통상 5~6년 사용한다면 20배 가까운 이윤을 남긴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카트비는 3587억원으로 전체 골프장 매출액 3조2641억원의 10.9%에 달했다. 골프장들이 가장 짭짤하게 수입을 챙기는 것이 바로 카트비다.

골프장 사주들이나 친인척이 별도로 개인회사를 만들어 카트 부문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카트도 렌트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따로 없다.

수익이 큰 반면 안전사고는 빈발한다. 카트 자체 문제점부터 시작해 운전 미숙과 골퍼 부주의까지 원인은 다양하다.

내리막이나 커브길 이동 중 손잡이를 잡지 않거나 캐디 대신 카트를 몰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동 중 뽑기를 한다든지 딴 돈을 세다가 카트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는다.

필드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계곡에 추락하거나 뒷좌석 골퍼가 완전히 타거나 내리기 전에 운행해 사고가 난다. 클럽을 백에 넣거나 빼는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카트를 이동시켜 사고를 내기도 한다.

"체육시설법상 카트비 인상엔 마땅한 규제 수단이 없어요. 신고제가 아닌 상황에서 현장 단속을 나가도 법적 근거가 없어 곤란합니다."

경기도청 관계자의 말이다. 카트비가 높은 사실을 정부도 인식하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한다.

"2000년부터 골프대중화를 위해 골프장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어요. 이 감면혜택을 470만 골퍼에게 돌리고 카트비를 개인별로 부과해야 합니다."

레저산업연구소의 서천범 소장은 3명 골프 땐 4인 기준 카트비에서 1명분을 제하는 식으로 가격체계를 바꿀 것을 제시한다. 동시에 일정 핸디캡 이하 골퍼들에겐 카트 선택제를 실시할 것도 주장한다.

골프장들은 코로나 사태 와중에 이용료(그린피+캐디피+카트비)를 2년 전에 비해 1인당 2만원 정도 올려 고객부담을 키우고 있다.

레저산업연구소의 '코로나 사태 이후 골프장 이용료 현황'에 따르면 주중 대중골프장 평균 이용료는 총 19만4000원이었다. 2018년 대비 12.5%, 토요일은 24만2000원으로 8.8%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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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제 인상률보다 2배 높아 대중골프장이 세금감면을 악용한다는 원성이 거세다. 일각에선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회원제 골프장에도 세금감면 혜택을 주면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 사태로 특수를 누리는 골프장들이 요금만 올려 받는 현실을 개탄한다. 무리한 요금인상을 제한해 달라."

최근 골프장 요금 인상과 관련해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청원 글이다. 코로나 사태를 틈타 자행되는 골프장의 무리한 가격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켜본다. 골프대중화에 역행하는 처사에 개탄한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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