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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날씨 이야기]지구가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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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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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미국 애리조나주 일대에서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다. 마을로 번지면 수많은 인명 피해가 올 수 있는 상황! 이 현장에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 핫샷 멤버들이 출동한다.”

2017년 개봉된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Only the Brave)’의 광고 카피다. 소방관 19명이 사망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위대한 소방관들의 헌신과 용기, 그리고 사랑을 그렸다.

최근 미국 서부 해안의 3개 주에서 동시에 발생한 대형 산불을 보면서 이 영화가 떠올랐다. 9월 15일 현재까지 소방관을 포함해 사망자가 35명이지만 실종자가 워낙 많아 사망자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현재 100여 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이미 산불 피해 면적이 2만2234km²로 남한 면적의 20%가 훌쩍 넘었다. 2019년 고성 대형 산불 당시 피해 면적 28.72km²보다 무려 774배나 더 넓은 면적이 불탄 것이다. 고성 산불 당시 피해액이 1291억 원이었으니까 미국 서부 지역의 피해액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미 서부 지역 대형 산불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다. 40도가 넘는 폭염이 오래 지속되면서 바짝 마른 나무들이 대형 산불을 만들었고, 미국의 소방 능력으로도 진화하지 못하는 최악의 재앙이 발생한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2020년의 전조가 심상치 않았다. 역대 최악이라고 하는 호주의 대형 산불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 때문이었다. 1월 호주 산불로 인명 피해 33명, 소방관 사망 9명이 발생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산불로 12억50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호주보다 더 심각한 산불이 북극권에서 발생했다.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5월부터 시작한 대형 산불이 진화되지 못하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악이라고 불렸던 2019년의 피해 면적을 넘어섰다. 시베리아 기온이 1월부터 8월까지 평균보다 5도 이상 높았던 이례적인 폭염이 원인이었다. 세계기후특성(WWA)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베리아 폭염과 북극의 역대 최고 기온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뜨거워진 북극이 대형 산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서부 지역과 호주, 북극권 대형 산불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때문이라면, 열대우림 아마존과 보르네오 대형 산불은 인위적인 성격이 크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2020년의 첫 6개월 동안에 이미 열대우림 3069km²가 사라져 브라질 아마존의 삼림 벌채 사상 최악의 기간이었다”고 밝힌 것처럼 최악이라던 2019년 산불 피해를 이미 넘어섰다. 9월 2일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칼리만탄주 715곳에서 산불이 발생해서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매년 건기가 되면 보르네오에서는 팜 농장 등을 만들기 위해 산불을 낸다. 2015년 최악의 대형 산불을 경험한 인도네시아는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올해도 역부족이라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인류가 만들어낸 지구온난화와 탐욕으로 인한 산불은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기에 너무 두렵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한국기상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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