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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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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의 여성혐오에 맞서는 여성들의 목소리[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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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예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예수님은 여성이나 소수자를 보듬었잖아요.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즘의 가치가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닿아 있다고 봐요. 교회 안에서도 충분히 페미니즘이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의 풍토는 ‘페미니즘 사각지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절망적이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 돼!” 2003년 총신대 채플 시간에 여자 목사 안수를 반대하며 나온 그 유명한 ‘기저귀 발언’이다. 성차별적인 교회 직제 구조야 알려진 바지만, 대놓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지극히 성희롱적인 발언이 나올 수 있었던 맥락은 무엇일까.

대학 인권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민지 작가(35)는 <언니네 교회도 그래요?>에 교회 여성 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회 내 여성혐오 유형과 메커니즘, 그리고 혐오 없는 교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지난 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 작가는 “사회적으로 여성혐오 문제가 드러나고 미투 운동의 치열한 시기를 거치면서 교회 안에서도 신앙을 젠더 문제 속에서 사고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교회 내 여성혐오를 비판하고 바꾸어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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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전 율법 지키지 않으면서
여성에 대해선 문자 그대로 해석
‘성경의 권위’에 유교 문화가 결합



‘모태 신앙’인 이 작가는 대학시절 1년간 학생 선교사를 다녀왔을 정도로 독실한 신자다. “크리스천 정체성은 제 삶의 큰 부분인데 교회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을 느끼곤 했어요. ‘남성은 술과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설교를 들으면 ‘내가 조심해야 할 대상인가?’ 마음이 불편한 거죠.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은 사라지고, 여성만 유혹자로 보는 존재적 혐오잖아요. 갑자기 각성을 했다기보다는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비판적인 사고를 배워간 거 같습니다.”

책에는 수많은 여성혐오 사례들이 나온다. 이를테면 날이 더워 민소매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여자가 교회에 그렇게 살갗이 다 보이는 옷을 입고 와도 되냐, 창녀처럼”이라는 ‘몸평’을 당한다. 부목사의 ‘처’인 젊은 사모는 임신한 배가 불룩하다는 이유로 “배를 가리고 다녀야지, 그렇게 드러내고 다니냐”고 한소리를 듣기도 한다. 소위 ‘몸가짐’이라는 것이 유독 여성의 몸에 대해서만 강요되는 것이다. 장년부 여성들만 일상에서 잘 입지도 않는 한복을 입은 채 안내를 서고, 식사 준비와 청소 같은 ‘돌봄노동’이 강요되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다.

“과거 전광훈 목사는 ‘빤스 목사’(여신도에게 속옷을 내리라고 했을 때 그대로 해야 진짜 내 신도라는 발언)로도 물의를 일으켰잖아요. 그런데 왜 집사님, 권사님들은 이렇게 모욕적인 이야기를 받아들였을까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린도전서 14장34절)는 구절대로 교회 안 남성 권력에 따르는 ‘순종적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강요한 거죠. 하와는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거나 선악과로 아담을 타락시켰다는 죄악의 낙인도 무척 오래된 혐오고요.”

수천년 전 <성경>에 쓰인 율법대로 지키지 않으면서도, 유독 여성에 대한 부분만은 오늘날에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비판해야 할 지점이다. “<성경>의 권위를 끌고 오면 신앙인으로서 감히 저항하기가 어렵죠. 게다가 한국의 유교 문화가 교회에 스며들면서 가부장적 질서가 더욱 공고해진 게 아닐까요.”

경향신문



미투 거치며 교회도 변화 움직임
신앙을 젠더 문제 속에서 사고
페미니즘 공부·여성 연대 시도



여성혐오가 공고한 교회 안에서 ‘크리스천’과 ‘페미니스트’는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교회를 떠나는 대신 그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모임 ‘믿는페미’다. 이들은 교회 안 페미니즘 공부 모임을 만들고, 교회 바깥에서 여성혐오 범죄 피해자를 추모하는 ‘여성혐오-free’ 예배를 열기도 한다. 팟캐스트를 활용해 여성들의 연대도 만들어내고 있다. “전도가 그런 거죠. 좋은 건 전하고 싶잖아요. 잘못된 걸 깨닫게 된 이상 알리고 함께 바꿔나가려는 거죠.”

책에선 예수의 삶을 기록한 복음서가 4개인 이유를 “말할 필요가 있는 것에 대해서 많은 목소리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성경>도 ‘열린 텍스트’이고, 더 많은 관점과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약시대 입다라는 장수는 전쟁에서 승리하면 가장 먼저 자신을 맞으러 나오는 자를 제물로 태워 바치겠다고 하나님께 서원 기도합니다. 승리한 그를 맞이한 이는 아끼던 외동딸이었어요. 입다의 딸은 ‘처녀의 몸으로’ 죽었다는 한 줄만 남기고 성서에서 사라집니다. 주목할 것은 이 편파적인 기록 가운데서도 입다의 딸은 ‘흔적’을 남겼다는 겁니다. 죽기 전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 함께 애통하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이스라엘 여성들은 해마다 나흘 동안 입다의 딸을 애도했다고 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그의 삶을 해석하면 당대 여성들이 이룬 깊은 애도의 연대를 들여다보게 되는 거죠.”

<언니네 교회도 그래요?>라는 책 제목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며 변화를 확장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늘날 교회가 더 차별하고, 소수자 혐오도 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교회가 누군가의 목소리로만 독점되는 소외와 배제의 공간이 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성가대에서도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다 함께 화음을 이루잖아요. 사랑이 실천되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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