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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부채비율 1099%' 대한항공, 1.1조 빌려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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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美호텔 재융자 실패…대한항공 직접 대출 건설비 2조 육박 호텔, 매년 1000억 순손실 [비즈니스워치] 안준형 기자 why@bizwatch.co.kr

'마천루의 저주'일까.

대한항공이 2017년 미국 서부에서 가장 높은 높이(335m)로 지어 올린 '윌셔그랜드센터'가 그룹 유동성 위기의 '구멍'으로 지목받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의 자금난이 가중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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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항공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에 9억5000만달러(1조1215억원)를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호텔과 사무공간 등이 들어선 윌셔그랜드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대한항공이 보유한 호텔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6월말 부채비율이 1099%에 이르는 대한항공이 거액의 돈을 빌려준 이유는 한진인터내셔널이 호텔 건축 과정에서 빌린 대출금 9억달러의 리파이낸싱(재융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자 대한항공이 직접 돈을 빌려준 셈이다.

대한항공은 9억5000만달러중 6억5000만달러는 자체 자금으로 마련했다. 나머지 3억달러는 대한항공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빌렸다. 대한항공이 은행 빚을 내 계열사에 돈을 빌려줬다는 얘기다.

윌셔그랜드센터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한진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다. 대한항공은 1989년 한진인터내셔널을 통해 15층 규모의 호텔을 인수해서 운영하다, 2017년 재건축으로 73층까지 높이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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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 889개 객실을 보유한 인터컨티넨탈호텔, 사무공간, 컨벤션 등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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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현실화하는 대가는 컸다.

대한항공은 호텔 재건축 사업인 '윌셔그랜드프로젝트'에서 한진인터내셔널에 총 7457억원을 유상증자했다. 2014년 1374억원, 2015년 1758억원, 2016년 4325억원 등이다. 호텔 건설비로 대한항공이 댄 현금만 70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진인터내셔널은 2012~2014년 금융회사로부터 8억1000만달러를 빌렸다. PF(Project Financing) 대출 3억달러, 아리랑본드 2억1000만달러, KEXIM(한국수출입은행)보증부채권 3억달러 등이다. 2017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한진인터내셔널은 윌셔그랜드센터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금을 9억달러로 늘렸다. 대한항공은 차입금 9억달러 전액에 대해 지급보증도 섰다.

이번엔 금융기관으로부터 리파이낸싱하는데 실패하면서 대한항공이 직접 돈을 빌려준 것이다. 리파이낸싱을 거치면서 차입금 규모도 8억1000만달러, 9억달러, 9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호텔 운영비도 빚을 내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대출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이 자체 현금으로 빌려준 6억달러중 3억달러는 한진인터내셔널 일부 지분 매각과 연계해 3억달러 규모의 브릿지론(일시적 자금 조달)으로 다음달 상환받을 계획이다. 나머지 3억 달러는 내년 한진인터내셔널이 담보대출을 받아 갚을 예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호텔업계가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어 대한항공이 계획대로 6억달러를 상환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진인터내셔널의 당기순손실은 2017년 777억원, 2018년 1039억원, 2019년 1072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자금 상환이 늦어지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의 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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