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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로나둥이의 '서른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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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따뜻하게] 미래보고서가 제시한 암울한 앞날 정보기술 혜택, 소수에 집중 우려 삶의질·학습 격차, 인간관계 벌어져 [비즈니스워치] 김동훈 기자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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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용민 기자 kym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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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다간 소수 특권층 중심의 문명사회가 된다. 과학 기술의 혜택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면 기술 발전이 인류의 삶의 질에 기여하지 못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경고한 내용입니다. 이 연구원은 2018년에 설립한 국회 출연 기관인데요. 전문가 150여명이 참여한 프로젝트 '2050년 대한민국 미래예측과 국회가 주목한 11대 국가 개혁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미래 사회를 전망했습니다.

연구원이 2050년을 주목한 이유는 30년이 한 세대 정도라는 점에서 장기적 미래를 예측하기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필수로 쓰게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미래의 한치 앞을 내다보는 것이 부질없는 일 같기도 하지만요. 우리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과정 속에서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실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EU) 또한 2015년부터 '유럽의 미래를 위한 대화'에 시민 26만명이 참여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미래의 모습을 '디지털 정보격차'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술의 발전은 사회의 광범위한 변화를 주도하고 촉진하므로 이에 따른 격차 문제 또한 중요하게 살펴봐야 건강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보고서가 경고하듯 기술 발전의 혜택이 소수에만 집중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보고서에선 2050년에 원격 근무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혹은 재택근무가 활성화하고 있는 오늘날 현실이 미래에는 자연스럽게 보편화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연구원은 502명의 시민과 함께 심층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국민이 바라는 미래'(선호미래) 주제의 별도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대부분 직장인들은 집이나 카페, 공원 등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연결해 일하고, 기업의 사무실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집과 가까운 곳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 대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분산 사무실을 도입했는데 직장인들은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일한다"는 겁니다.

얼핏 보면 근사한 모습이지만, 이를 누리지 못하고 소외되는 사람은 없을지 지금부터 잘 살펴봐야겠죠.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삶의 질에도 차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삶의 질의 격차뿐만 아닙니다.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교육 환경이 도입되면서 학습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공교육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질적 수준이 과거보다 떨어지는데, 학원·과외 등 사교육은 여전한 모습인 까닭에 저소득층은 이미 피해를 보고 있죠.

세밀하게 보면 학생들이 온라인 교육에 참여할 때 이용하는 디지털 기기, 인터넷 환경의 차이도 격차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학습을 지도할 가정의 형편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조부모 가정, 맞벌이 부부와 같은 환경에선 조력이 어려울 수밖에요. 얼마 전엔 초등학생 2명이 부모 없이 집에 머물며 라면을 끓이다 화재 사고를 겪은 안타까운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취약계층의 온라인 학습 환경을 관리할 시스템 부재 탓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 덕에 온라인 활동으로 대체 가능한 것이 많아져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모두가 이를 누리지 못하고 피해까지 발생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면 빠르게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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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회미래연구원]


2050년이 됐을 때 교육 현장과 일터에만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인·가족 관계도 기술과 발달에 따른 혜택과 격차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원은 "2050년쯤 되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의 발전에 따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 함께 살지 않는 '정신적 가족'(spiritual partnership)도 많다"고 전망하는데요.

심지어는 세상을 떠난 가족과 만남도 가능하다는 예상입니다. 살아있을 때 남겨놓은 고인의 데이터를 모아 가상현실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같은 기술 이용이 원활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삶의 질도 많은 격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훌륭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고품질의 '연결된 느낌'을 만끽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저화질의 영상으로 세상을 떠난 고인을 추모할 수밖에 없겠죠.

지금부터라도 소외 문제를 해소하고 디지털 정보 격차를 줄일 대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 발달은 사람 중심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 역시 인공지능(AI)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조명하며 이같은 대목을 지적합니다.

보고서는 "2050년은 '인간 중심의 자동화'라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인간 능력의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상상만 했던 미래를 미리 겪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재택 근무가 세계적으로 확산됐죠. 기술의 발전 덕에 가능한 일입니다. 나아가 이런 기술 발전에 따른 문제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매년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태어난 사람은 30만2676명인데요. 이를 근거로 올해 태어날 아이가 30만명 전후라고 봅시다.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에 태어난 '코로나둥이' 30만명이 30살 즈음 됐을 때, 그러니까 2050년의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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