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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밀 유출 혐의' 전 법원장 1심 무죄…"정당 업무"(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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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종 전 서부지법원장…1심 무죄

"직권남용 중대" 검, 징역 2년 구형

사법농단 4번째 판결…연이어 무죄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0.09.18. ms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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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60·사법연수원 15기) 전 서울서부지법원장(현 수원고법 부장판사)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들이 1심에서 연이어 무죄를 선고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로 이 전 원장도 무죄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래니)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원장의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재판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 ▲이 사건 보고 문건이 직무상 비밀이 맞는지 ▲이 전 원장에게 수사확대 저지 목적이 있었는지 ▲하급직원에게 수사기밀 수집 등을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기획법관의 보고행위에 이 전 원장이 공모한 사실이 있는지를 차례로 따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보고문건은 (기획법관이) 직무상 취득한 기밀이 일부 포함됐다"며 "일부는 기획법관의 의견에 해당하거나 감사과정에서 파악된 것으로 수사기밀로 볼 수 없는 것도 있으나 일부는 여전히 수사기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유지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원장이 임 전 차장에게 이에 대한 지시를 부탁받은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수사확대 저지 조치에 대한 실행을 마련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 전 원장은 집행관사무원 비리 사건에 관한 철저한 감사 외에 수사 확대 저지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원장이 법원 직원이나 영장전담 판사에게 (영장청구서) 사본 확보 및 관련자 진술 등 파악을 지시했는지 봐도 이 전 원장의 지시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관련자 진술을 종합하면 이는 기획법관의 요청으로 한 것일 뿐 이 전 원장의 지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기획법관은 임 전 차장의 지시로 보고문건을 보냈고, 이 전 원장의 작성지시는 없었다면서도 보고 중 일부는 이 전 원장에게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며 "이 전 원장이 일부는 알았던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고행위의) 공모를 인정하긴 어렵고, 당시 기획법관의 진술이 정확한 기억에 의한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1심 법원은 이 전 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원장이 영장청구서의 사본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법원장으로서의 정당한 업무로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며 "나머지 지시 역시 관련자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 전 원장의 지시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운 이상 의무없는 일을 했는지 여부는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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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20.09.18. ms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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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USB에서 발견된 이 사건 보고문건에 대해 "이 사건 공소사실과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 사이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고, 별도로 이 사건 혐의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위 문건 압수 당시 검찰은 기획법관만을 임 전 차장과 필요적 공범관계로 봤다"며 "임 전 차장과 이 전 원장은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등의 인적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이 보고문건을 기초로 검사가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집한 2차적 증거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하급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재 범죄사실에 위 보고문건을 압수함으로써 인지했다고 보이는 공무상 비밀누설 범행 등이 포함 돼 있다"면서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이 적법하게 이뤄졌기에 2차적 증거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원장은 판결을 마치자 "올바른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린다"며 "30년 넘게 일선 법원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재판해 온 한 법관의 훼손된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의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은폐하고자 수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법원 내 하급직원에게 총 8차례에 걸쳐 영장청구서 사본과 관련자 진술 내용 등을 신속히 입수하고 보고하게 하는 방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원장은 이같은 방법으로 보고받은 내용을 임 전 차장에게 총 5차례에 걸쳐 전달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헌법상 영장주의 취지를 오염시키고 훼손했으며, 조직 보호를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점에서 범행이 매우 중대하다"며 이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한편, 이번 판단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사건 가운데 현직 판사에 대한 두 번째 선고다. 앞서 현직판사의 신분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신광렬(55·19기)·조의연(54·24기)·성창호(48·25기)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열린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임성근(56·27기) 부장판사도 같은 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 중 가장 먼저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유해용(54·19기)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경우 현재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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