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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집주인이 갱신 요구 안 한다는 특약 넣자는데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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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보는 새로운 임대차 상식 사전

3회-임차인에게 불리한 특약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은 무효

계약 갱신 요구권은 살아있어


한겨레

지난 7월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임대차3법 개정을 촉구하는 세입자 및 113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국회에 모여 7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임대차3법 개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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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에 계약을 연장하면서 지금 월세의 5%를 초과하는 월 1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구두 합의했어요. 계약서 작성 시 임대인이 다음번에 계약 갱신하지 않을 것을 특약으로 넣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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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2020. 7. 31.) 이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 들어온 여러 상담 사례 중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주택임대차계약서에 포함시킬 경우 법적 효력이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아직 임차인이 행사하지도 않은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를 미리 포기하게 하는 문구를 합의한 것이므로 이는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무효가 됩니다.

좀더 상세히 상담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주택임대차 계약의 임대 조건은 전세 보증금 4억원이고, 계약 만료가 2020년 11월인데, 임대인이 계약 2년 연장하려면 보증금은 그대로 하고 매월 월세를 10만원을 인상해달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보증금의 5%면 보증금을 2000만원 인상해주면 되고 이를 현행 법정전환율(4%)로 계산해보면 연 80만원(2000만원*0.04=80만원), 1달에 6.7만원(80만원/12개월=6.666…)인데 임대인이 월세를 10만원을 달라고 하니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연 5% 내에서 인상할 경우보다 월 3.3만원을 더 내는 셈이 됩니다. 월 10만원을 환산율(4%)로 거꾸로 환산해보면 보증금 3000만원에 해당해 5%를 넘는 증액입니다.

자녀 학교 문제 때문에 앞으로 4년을 이 지역에서 더 살기를 원하는 임차인은 임대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약을 할 때 2년 후 다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렇게 구두로 월 10만원 인상에 합의한 뒤 임대인이 계약서 작성할 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는 문구 또는 ‘다음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기를 고집할 경우 임차인 본인도 약속을 뒤집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였습니다. 이 사안에서 살펴봐야 할 법률적 쟁점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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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임대인이 지금보다 임대료 5%를 초과해 인상하는 계약 연장 조건을 제시해서 임차인이 그 조건에 이의없이 합의한 경우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발간한 개정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한 해설서에는 임차인이 적극적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계약 2년 연장시 5%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인상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경우, 연장된 계약기간 만료 전에 다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임차인은 임대인의 생활 조건이나 성향도 유의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번에 “5% 임대료 인상에 합의하고 다음 번에 계약갱신요구를 해야지.”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더라도 이것은 임차인의 생각일 뿐이고 그때 가서 임대인에게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가 생길 수도 있고, 1년 쯤 뒤 임대인이 해당 주택을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에게 매각함으로써 그 매수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정당하게 갱신거절을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5% 초과 임대료 인상에 합의해주었다고 해서 2년 뒤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번째 쟁점은 ‘금번 계약 체결 때 임차인은 계약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한다’라는 문장을 포함시켰을 경우의 법률상 효과입니다. 실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면 이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문구에 불과하지만, 이때 계약서의 임대료 증액이 5%를 초과하면 그 초과 부분은 무효가 되고 임차인은 다음번에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위와 같은 문구를 계약서에 포함시키면 이는 ‘임차인은 차회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특약과 실질적으로 같은 내용이 됩니다. 후자와 같은 경우에는 아직 임차인이 행사하지도 않은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를 미리 포기하게 하는 문구를 합의한 것이므로 이는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여 무효가 됩니다. 이러한 합의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합의가 무효라 하더라도 임차인으로서는 2년이 지나 계약 협의 과정을 다시 증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소지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계약서에 이와 같은 문구를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번째 쟁점으로, 구두로 임대료 증액이 합의되었는데 계약서 체결 단계에서 임대인이 계속 계약갱신요구권 불행사 특약을 포함시키자는 고집을 피워 계약기간 만료 즈음에 계약 갱신을 두고 분쟁 발생이 우려될 때 임차인이 5%를 초과한 임대료 증액 협의를 뒤집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임대료 조건을 다시 정하자고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아직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내에는 5%를 초과한 임대료 인상 합의를 뒤집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낮출 수 있습니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지난 7월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법 제정 39년 만에 계약 갱신에 대한 임차인(세입자)의 권리가 생겼다. 2년이 지나면 임대인(집주인)의 처분에 모든 게 맡겨져 있던 ‘기울어진 운동장’이 계약갱신요구권의 신설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과 갈등이 자극적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독일·프랑스·미국 등 수십년 전부터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해 온 대다수 나라에서는 임차인의 주거권과 임대인의 재산권이 공존하고 있다. 새로운 임대차 관계를 위해 필요한 임대차 2법에 대한 상식, <한겨레>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9월16일(수)부터 20일(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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