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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 (목)

이재명 맹비난에 조세연 반박자료 비공개 결정.."재갈 물리기"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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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예산낭비’ 설명자료 만들고 언론 배포 않기로

실무진 “억울하다” 대응 입장에도 조세연 윗선서 막혀

이재명 “부실 연구”, 김태년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효자”

조세연 연구진 인터뷰 “지역화폐 확대, 정치적 목적 때문”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획재정부 유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만들고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실무진들이 반박 자료를 만들었지만 연구원 윗선에서 언론에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대권주자와 집권여당이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갈을 물린 셈이란 지적이 나온다.

조세연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발행은 경제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며 지자체장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이 지사는 주장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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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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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 “억울하다” 입장에도 윗선서 “입장 발표 없다”

17일 조세연에 따르면 김유찬 원장은 홍범교 연구기획실장 등 간부들과 회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조세연 관계자는 ‘이 지사의 4가지 질문에 대해 답변할 계획’인지 묻자 “별도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며 “(윗선에서 결정된 것이어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무진들은 반박 내용을 담은 언론배포용 ‘설명자료’를 만들었지만 김 원장이 언론 등에 배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에서는 “억울한 점이 많다”며 보고서에 대한 외부 공격에 공식적으로 반박하겠다는 입장이 강했지만 윗선에선 다른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과 홍 실장은 이날 이데일리의 수차례 전화·문자에도 응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 16일 밤 페이스북에 “조세재정연구원은 2018년까지 자료로 2019년 말에 연구를 끝냈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연구 내용의 부실이 지적되자 자료를 업데이트해 추가 연구로 보완하겠다고 했다”며 ‘조세재정연구원이 얼빠진 게 아니면 4가지 질문에 답변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이 연구는 끝난 것입니까. 아니면 여전히 연구 중입니까”라며 “2019년 말에 끝난 연구라면 왜 9개월이 지난 지금 발표했습니까. 그리고 끝난 연구를 왜 추가 연구로 보완합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여전히 연구 중이라면 연구완료 후가 아닌 지금 미완의 연구결과를 최종 연구결과인 것처럼 공식 발표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지사는 “‘얼빠진’ 것이 아니라 학자적 양심에 따른 중립적으로 올바른 연구를 하는 국책연구기관임을 증명할 기회이니 답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글은 지난 15일 지역화폐 관련 조세연 보고서를 비판하는 4번째 게시물이다.

이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지역화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며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15조원대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재정투입에 따른 지역 화폐 발행의 승수 효과는 생산 유발액 기준 1.78배, 부가가치 유발액 기준 0.76배”라며 “지역 화폐가 지역 내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세연 연구 결과와 상반된 주장을 한 것이다.

연구진 “경제효과 없는 지역화폐 통폐합 해야”

앞서 송경호·이환웅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지난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 지역화폐의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발행 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중손실(순손실) 등 부작용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는 연구진이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SBDC)를 통해 2010~2018년 3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지역화폐 운영에 사용된 부대비용을 산정한 결과 경제적 순손실이 올해 22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참조 이데일리 9월16일자 <“얼빠진 연구원” 이재명 비난에 조세연 “지역화폐 정치적 목적” 반박>)

송경호 부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입증했다며 근거로 사용한 보고서에 여러가지 분석 상의 문제가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은 “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는 현금·카드를 받다가 지역화폐만 받기 시작한 지역축제를 통해 지역화폐 효과를 분석했다”며 “지역화폐 효과를 분석하려면 지역화폐를 통한 매출액에서 현금·카드 매출액 차액을 계산해야 하는데, 지방행정연구원은 이렇게 차액을 구하지 않고 지역화폐를 통한 매출액 전부를 지역화폐 효과로 봤다”고 꼬집었다. 지방행정연구원 보고서는 17일 김태년 원내대표가 경제효과가 있다며 거론한 보고서다.

송 위원은 “정부가 관리하는 온누리상품권으로도 소상공인 지원이 가능한데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우후죽순 발행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며 “비효율·후유증이 큰 지역화폐 발행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2010~2018년 3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를 한 이유에 대해 “2018년 자료가 최신 자료이고 2019년 자료는 내년에 나온다”며 “가장 최근 자료까지 담아서 분석했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당연히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역화폐=지역화폐는 대형마트가 아닌 지역의 소상공인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재화로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올해는 서울·경기·세종 등 229개 지자체가 서울사랑상품권, 경기지역화폐, 인천e음, 여민전 등으로 연간 9조원 규모로 발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10% 할인된 금액으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구입할 수 있다. 8%는 중앙정부가 국고보조금으로, 나머지 2%는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 중앙·지방정부의 지역화폐 보조금만 9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이재명 지사는 20만원 충전 시 5만원을 얹어주는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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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29개 지자체에서 9조원 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정도로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커졌다. 2018년 지방선거 이후 공약에 따라 경기지역화폐가 도입되는 등 확산세다. 괄호 안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 수. 단위=억원, 개 [자료=한국조세재정연구원,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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