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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는 영혼의 성소이자 화엄만다라"…일감스님, 암각화 명상록 출간, 탁본전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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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와 산문 등 실은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펴내

·탁본전은 21일까지, 70여 점의 알타이 암각화 탁본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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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스님이 알타이 지역 암각화를 만난 사유와 통찰을 시, 산문, 탁본 등으로 구성한 암각화 명상록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를 출간하고, 직접 뜬 탁본들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전시회에서 탁본을 설명하고 있는 일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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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각화는 하늘과 땅, 인간이 일궈낸 화엄만다라입니다. 암각화를 보는 것은 맑고 오래된 거울, 고경을 보는 겁니다. 나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깨어나게 합니다. 사람이 본래 지닌 선량한 성품을 알게 합니다.” 수락산 용굴암 주지인 일감스님(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은 “암각화는 사람들을 기다려 하늘이 감춰놓은 비장(秘藏)의 그림같다”며 “봐도 봤다고 할 수없고 알아도 알았다고 할 수없는 미묘한 깨우침이 있다”고 밝혔다.…

일감스님이 암각화를 다룬 책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불광출판사)를 펴내고, 암각화 탁본전까지 열어 화제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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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스님의 암각화 명상록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책 표지(와) 탁본전 전시장 전경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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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는 알타이 지역 암각화를 답사한 스님의 사유와 통찰을 담은 시와 산문을 중심으로 사진과 탁본이 어우러졌다. 그야말로 한 수행자의 ‘암각화 명상록’이다. 21일까지 아라아트센터(서울 인사동)에서 열리고 있는 ‘일감스님의 알타이 암각화 탁본전’은 갖은 어려움 속에서 한 장 한 장 수행하듯 뜬 탁본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더불어 교감하는 자리다.

암각화는 수만~수천년 전의 고대인들이 바위에 새긴 그림이다. 사슴·고래같은 사냥 대상물, 기하학적 무늬, 기도하거나 춤추는 인물상 등이다.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 풍성한 사냥 등을 향한 간절한 주술적 행위로 해석되는 암각화는 선사시대 생활문화상 연구, 미술의 원형으로서 귀중한 자료다. ‘바위에 새긴 역사책’이다. 암각화는 세계 곳곳에 남아 있지만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몽골·러시아 등 알타이 지역에 특히 많다.

물론 한국에도 전국 곳곳에 전해진다. 국보 285호로 지정됐으나 해마다 강물에 잠기는 등 훼손이 가속화되는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 ‘고령 장기리 암각화’(보물 605호)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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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지역 암각화 답사 도중 탁본을 뜨면서 쉬고 있는 일감 스님. 불광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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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스님의 암각화 인연은 2005년 해인사에 주석할 당시 저명한 수묵화가이자 암각화 전문가인 김호석 작가와 인근의 장기리 암각화를 답사하면서 시작됐다. 선뜻 그 뜻을 파악하기 힘든 암각화는 스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스님은 점차 암각화를 성소순례하듯 찾게됐고, 세계문화유산인 카자흐스탄의 탐갈리 암각화 등 알타이 지역은 물론 파미르고원까지 답사한다.

탁본전 전시장에서 지난 15일 만난 일감스님은 “기도하는 모습 등 암각화를 마주할 수록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삶의 지극한 마음을 담아 숭고한 삶으로 나아가려는 간절한 염원, 절대적으로 지켜내려 한 어떤 메시지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삶의 고통을 이겨내고 마침내 낙원으로 향상하고자 하는 의지를 승화시킨 예술로 느껴졌죠. 그림을 새기고 기도하고 축제를 연 영혼의 성소입니다. 암각화에 깃든 메시지는 바로 더 나아지려는 향상의 마음으로 봅니다.”

스님은 “생명의 고귀함, 모두가 하나라는 공동체 정신, 그리고 열반과 극락은 바로 여기에 있으니 지금 이 자리를 극락정토로 만들자는 깨우침을 얻었다”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향상의 마음, 삶의 숭고함을 잃지 말자”고 강조한다. 암각화 답사를 함께 한 김호석 작가는 “스님에겐 암각화를 대하는 지극한 마음, 암각화가 전하는 그 떨림을 감지하는 특별한 감이 있었다”며 “수행자로서 맑고 투명한 사유의 결과물, 소중한 명상록이 바로 책”이라고 말했다. 이근배 시인은 추천사에서 “스님의 암각화 탐험은 혜초의 고행의 성지순례같은 정진수행, 실천궁행의 길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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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수천년 전 고대인들은 자신들의 간절한 염원을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바위에 새겨 놓았다. 고대인들이 바위에 새긴 그림인 암각화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 불광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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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본전에는 일감스님이 “암각화의 뜻을 마음에 담아온 만큼 관람객 저마다 자신의 불성을 찾기를 기대하는” 탁본 7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반구대 암각화’ 탁본들도 나왔다. 스님은 “우리 반구대 암각화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며 “울산시나 문화재청, 우리 모두가 더 이상의 훼손을 막고 보존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반구대 암각화 탁본의 하나는 해마다 장마 때면 황톳물에 잠기는 상황을 은유하며 거꾸로 내걸기도 했다.

알타이 암각화 탁본전은 수천년 전 고대인들이 긁고 파고 새긴 생생한 손길들이 잘 드러난다. 그들의 간절한 기도와 염원이 시공을 초월해 관람객에게 다가오며 저마다 한 자락의 깨우침을 얻을 수도 있는 귀한 자리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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