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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창업 2년만에 AI반도체 다크호스로…"인텔·퀄컴 뛰어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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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 [AI 반도체 강국 만들자]② 퓨리오사AI…"AI반도체 글로벌 벤치마크 테스트서 인텔, 엔비디아 제쳐"]



지난해 10월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를 비롯한 멤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해외에서 낭보가 날아와서다. 구글, 페이스북, 인텔, 퀄컴, 엔비디아, 알리바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이 공동으로 만든 AI반도체 벤치마크 테스트 '엠엘퍼프(MLPerf)'에서 아시아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높은 성과를 낸 것이다. 퓨리오사AI는 주요 지표에서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 대등하거나 더 나은 기록을 보였다. 창업한지 2년, 당시 직원 20명에 불과했던 퓨리오사AI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면에 이름을 알린 사건이었다. 네이버D2SF와 산업은행 등 창투사들이 대거 투자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백준호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다들 스타트업이 어떻게 AI 반도체를 하느냐고 무시했지만 실력을 확인한 이후엔 다르게 대한다"면서 "2025년 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톱티어 AI반도체 업체가 될 것"이라며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다음은 서울 신사동 퓨리오사AI 사무실에서 가진 백 대표와의 일문일답.



- 스타트업의 반도체 시장 도전은 무모해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창업하게됐나

▷ 서울대 공대를 중퇴한 뒤 도미해 조지아 공대를 졸업하고 AMD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아키텍처 설계를 했다. 그러다 AI 시장이 무르익는 것을 보고 동료들과 창업했다. AI 반도체는 오히려 스타트업이 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AI 반도체는 새로 생겨난 영역으로 기존 반도체 개발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가요와 랩의 차이라고 할까. 가수 조용필씨가 랩을 이해한다고 해서 만들수는 없는 것처럼 반도체와 AI 양쪽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실제 인텔이 수년전부터 AI칩셋 연구를 위해 조단위의 투자를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지난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2.4조원에 인수한 것도 그래서다. 기존 반도체 개발조직의 AI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오히려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다른 도메인(영역)에 있는 업체들이 직접 칩을 설계하고 성과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 퓨리오사 AI라는 사명은 어떻게 지었나

▷창업초기 영화 매드맥스의 여주인공 퓨리오사가 멋있어서 따라지었다. 주인공이 기득권에 저항해 자기만의 이상향을 쫒는데 그런 점들이 스타트업의 전복적 측면, 기존 조직에 위협을 가한다는 면에서 돋보였다. 쿠팡이 신세계를 위협하고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산업질서에 저항하고 위협하듯, 우리도 인텔이나 엔비디아같은 공룡들에게 위협적 존재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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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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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반도체는 왜 중요한가.

▷새롭게 등장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이 고성능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동작하게하는 칩셋이다. 자율주행을 예로 들면 도로상황을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판단하는 것이다. 복잡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빨리해야하고 차량인 만큼 에너지 효율성도 가져야한다. AI반도체는 AI 관련 시장에서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비중이 큰 것이다. AI 알고리즘을 AI칩이 흡수하면서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다른 분야로 나갈 수가 없다.

- 퓨리오사만의 경쟁력은.

▷우리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성장 발전해왔다. 그러나 AI 반도체는 창의력과 지성이 뒷받침되어야한다고 본다. 인적·물적 자본만 있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을 탄생시킬 수 있던 것도 창의성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AI반도체 설계 역시 인간의 근본적 역량과 창의성, 엔지니어링의 결합이 필요한 일종의 아트(예술) 영역이다. 우리는 현재 30명의 직원중 90%이상이 개발자인데 국내 최고인 것은 물론 글로벌 수준의 개발역량을 가진 분들이 모였다. 우리는 반도체 하청업체가 아닌 글로벌 회사를 목표로하고 있어서 창의성이 뛰어난 국가대표급 인재들이 모여든다.

- 엠엘퍼프(MLPerf) 벤치마크 결과가 무척 고무적이다.

▷엠엘퍼프는 AI칩 회사들의 칩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만든 벤치마크 테스트다. 구글과 페이스북, 엔비디아, 인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수요자와 공급자가 규칙과 대상 모델을 논의해 테스트 방식을 정하는데 여기서 좋은 성과를 냈다. 엔비디아는 수백명의 엔지니어를 엠엘퍼프 벤치마크에 투입했는데 우리는 20여명의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또 성능이 최적화된 ASIC(주문형반도체)도 아닌, 프로토타입 모델인 싱글·멀티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와 자체 소프트웨어를 출품했다. 카테고리3(Research, Development, and Other)의 이미지분류와 객체인식 부문에서 반응속도, 초당 데이터처리 성능 등 칩 테스트 주요지표가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벤치마크에 참가한 전세계 9개 업체중 우리가 가장 작다. 엔비디아, 인텔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특히 아무래도 최적화된 ASIC가 아닌 프로토타입 모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만큼 우리 설계자산이 글로벌 톱티어로 갈 수있는 잠재력을 확인시킨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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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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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인데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전세계적으로 AI 칩개발사는 100여곳에 달한다. 클라우드같은 고성능 서버 인프라에 들어가는 칩과 반대로 엣지(Edge) 같은 주변의 단위서비스에 들어가는 로코스트(저비용)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가 고부가이자 기술 난도가 높다. 또 다른 축은 딥러닝에 포커스되느냐 아니면 범용이냐다. 우리는 고성능 서버에 딥러닝하는 최고 영역을 지향한다. 이런 칩분야에는 글로벌 업체들이 포진해있다. 특히 클라우드용이라면 7나노, 5나노 등 프론티어테크(선단형공정)를 써야한다. 더욱이 클라우드칩은 다양한 신경망 모델도 수용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구동하는 SW스택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여기 쓰이는 SW는 '로켓사이언스' 즉 나사(NASA)의 우주개발 수준으로 어렵다. 기존 대기업들이 고전하는 부분도 여기다. 참고로 엔비디아가 AI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래픽프로세스유닛(GPU)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같은 GPU 제조사인 AMD를 압도하는 것도 '쿠다'라는 강력한 SW 스택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칩도 잘 설계하지만 이 칩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좌우하는 SW스택 덕분에 AI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효율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CEO의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개척 영역에 선도적 연구개발(R&D)을 해본 경험이 있다. 자율주행차 역시 마찬가지인데, 테슬라가 앞서가는 것도 프론티어 R&D로 전세계의 고급 인적자원을 흡수하고 있어서다. 우리가 지향하는 부분도 바로 SW경쟁력이다. 사실 칩설계 뿐 아니라 칩을 잘 활용하는 SW까지 두 영역을 모두 이해하면서 개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한국 최고의 SW개발자들을 합류시킨 이유도 거기에 있다.


스타트업이 전례없는 정부사업 주관…"글로벌 도약 마중물"





퓨리오사AI "최고난도 서버 AI반도체 중 추론용 NPU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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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호 퓨리오사 AI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퓨리오사AI는 지난 4월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 중 고성능 컴퓨팅 서버용 AI칩 개발사업 부문에서 SK텔레콤과 함께 주관기업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스타트업이 초대형 정부 프로젝트에서 주관업체가 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특히 서버분야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서버에 활용되는 AI 반도체와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A반도체 기술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도 8년간 총 708억원으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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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대해 백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서 서버용 추론칩 개발사업을 주관하게돼 영광스럽고 책임감이 무겁다"면서 "국내 반도체 관련 업체들중 고성능 AI칩을 가장 선도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우리 임무는 서버용 모듈중 추론용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하는 것으로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과 협력해 인공 신경망 추론성능을 극대화한 글로벌 수준의 NPU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백 대표에 따르면 서버용 AI 반도체 칩은 크게 신경망 트레이닝(학습)칩과 추론용 칩으로 구분된다. SK텔레콤이 주관하는 트레이닝용 칩은 AI에게 데이터 학습을 시키는 것이 핵심으로 속도보다는 스루풋(throughput) 즉 일정시간내 처리되는 데이터의 총량이 중요하다. 반면 퓨리오사가 담당하는 추론용 칩 개발은 반응속도가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를 예로 든다면, 사전에 다양한 도로상황을 학습한 AI반도체가 실제 주행중에 들어가서는 즉각적으로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대처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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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가 개발에 참여하는 서버용 AI반도체 모듈 개념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는 "트레이닝과 추론용 칩을 각각 개발하면 SK텔레콤과 웨이퍼를 절반씩 나눠 생산하게 되며 이를 SK텔레콤과 네이버의 서버에 접목해 다양한 AI 서비스 구현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AI반도체 개발 사업에 대해 백 대표는 "프론티어에서 일하는 국내 최고의 회사들을 정부가 끌어 모아 결과물을 내도록 했다"면서 "사업 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업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정부 AI반도체 사업은 10년간 1조원으로 절대 규모는 작은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업체들의 R&D에 적잖은 도움을 주고 후속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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