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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에이모, AI학습 데이터 가공 `자동화`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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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공지능(AI)에 데이터를 학습시키려면 전체 작업 시간 중 80~90%는 '데이터 라벨링'에 써야 합니다. 예전에는 고연봉을 받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하던 일이지만 이제는 대중 참여로 바뀌었어요. '인형 눈 붙이기'라고 표현하는 단순 작업도 물론 있지만, 실력을 쌓아 품질을 검수하는 매니저가 되고 프로젝트 리더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오승택 에이모 대표(49·사진)는 최근 데이터 산업의 변화가 '혁명'에 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인천공항, 게티이미지뱅크 등 다양한 기업·기관에 AI 학습용 데이터를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국내 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자율주행차량의 '센서 퓨전(Sensor Fusion) 데이터'를 가공한다. 센서 퓨전 데이터란 자율주행차량의 3대 센서(2D 스테레오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더)에서 나온 각 데이터를 취합한 것을 말하는데, 이를 다룰 수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힌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데이터 라벨링 회사로 분류되지만 직접 개발한 학습용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에이모는 최근 기업용 AI 학습 데이터 가공 플랫폼 '에이모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다. 데이터 가공 경험이 쌓이면서 '이 사진은 초기에만 데이터를 입력해주면 머신이 추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몇 년간 연구해 플랫폼으로 개발한 것이다. 그 결과 100명이 한 달간 작업할 일을 사흘 만에 끝낼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였다. 이 회사 AI 학습용 플랫폼은 이미 데이터 120억건을 학습했고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학습용 데이터를 가공해 AI에 주입하고, 검수를 거쳐 재학습시키는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갖춘 회사는 많지 않아 세계 시장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오 대표는 "시장이 큰 북미가 1순위이고 유럽·중국·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법인도 만들었다"며 "현재 직원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7~8명을 비롯해 80명이고 작년 매출은 13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20억~13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오 대표는 KT 인터넷 시스템기획팀과 데이터베이스기획팀에서 일했고, CJ제일제당 E-Biz 사업본부장,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커머스 본부장 등을 지냈다. 국내 인터넷 쇼핑 초창기인 2004~2005년부터 고객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온 그는 2016년 구매 예측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에이모의 전신인 '블루웨일'을 창업했다. 솔루션 개발은 8개월 만에 좌절됐지만, 데이터를 가공하던 노하우로 2018년 학습용 엔진 'AIMMO'를 개발하면서 사업 모델과 사명까지 바꿨다.

그는 데이터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이 회사에 등록한 데이터 라벨러(크라우드 워커)는 약 2만명이다. 경쟁사에 비하면 많은 인원이 아니지만, 난도가 높은 데이터를 다루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다.

오 대표는 "우리 회사는 양적 경쟁으로 일하는 분들의 시급을 깎기보다 '효율화'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다. AI 어시스트(오토라벨링) 분야에 연구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며 "자율주행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하며 전문인력을 60명 고용했는데, 1년 후 10여 명을 정규직(퀄리티 매니저)으로 채용했다. 이런 모델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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