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징계처분 속히 철회해야"…허 목사 모교 동문회도 "마녀사냥" 반발
한국기독자교수협 "중세 시대로 회귀하는 협박"
허호익 은퇴목사(전 대전신학대 교수)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노회가 오랫동안 이단과 조직신학 연구에 매진해온 허호익 은퇴목사(전 대전신학대 교수)를 동성애 옹호로 면직 및 출교 처분한 것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25일 논평을 통해 "허 교수는 교계에서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성소수자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논의를 이끌어 온 신학자"라며 "'동성애란 죄인가'라는 그의 저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성소수자를 이해하는 데에 기여했고, 소수자에 대한 보편적 관점과 역사 자료를 소개한 보기 드문 신학적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성소수자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저작을 발표한 이유로 목사직을 박탈하고 교회 출입을 금지하는 반지성·무인권적 처사가 아니라 온 생명이 상생하는 인권과 평화의 길을 택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 목사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이 하루 속히 철회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허 교수의 모교인 연세대 신과대학 동문회도 입장을 내 "우리는 이번 면직·출교 사태를 접하며 서구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을 떠올린다"며 "동성애에 대한 무차별적 증오가 일시적으로 교회의 권위를 세워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그야말로 일시적으로, 서구 중세 마녀사냥이 주는 역사의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성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동시대에서 가장 앞선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교회가 초기 정착기에는 앞서 나갔다. 지금은 아니다. 예수님은 시대를 앞서 약자 편을 든 선구자다. 무차별적 사랑을 보여 주셨는데, 지금 한국교회는 시대에 뒤떨어져 욕먹는 꼴이 되고 있다"는 허 목사의 글을 소개하며 "허 동문의 개탄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도 이날 낸 성명에서 허 목사에 내린 교단의 징계를 두고 "학문의 자유마저 빼앗는, 중세시대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독선적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앞으로도 교단 권력이 '목사 면직'이라는 칼을 들고서 목회자를 옥죄고, 굴복시키는 도구로 계속 활용할 것이라 우려돼 개탄스럽다"며 허 목사에 대한 면직과 출교 판결 철회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국회에서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도 "유엔(UN)이 권고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 국가들도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는 만큼 국회는 반드시 이를 제정해 국가적 차원의 인권을 신장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예장 통합의 대전서노회 재판국은 20일 허 목사가 저서 '동성애는 죄인가' 등에서 동성애를 옹호했다며 최고 수위 징계인 면직 및 출교 조치했다. 허 교수가 총회 재판국에 상소하지 않으면 판결은 확정된다.
허 목사의 동성애 옹호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미 목사와 교수직에서 조기 은퇴한 사람을 면직하고 출교한 재판국 판결을 놓고 법적 절차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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