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현장 업무 증가, 일부 환자 갑질 등 의료진 이중고
보호복 입고 닭뼈 발라주거나 택배 심부름 하는 등
보건소 직원 껴안고 침 뱉는 등 방역 방해 행위도
코로나19 방역 인력 3 분의 1 '번아웃' 겪어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고 있는 선별진료소 한 의료진 모습.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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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현장 일선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환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의도적으로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의료진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원영 서울대병원 간호사는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힘들게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은 못 할 망정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니까 너무 화가 난다"며 방역 현장에서 의료진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토로했다.
최 간호사는 "중요한 물건을 전달해주거나 할 순 있지만 수시로 택배나 자장면을 배달시키시는 분이 있다"며 "1층에 가서 음식 받아오라고 (시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격리복을 입고 환자에게 삼계탕 뼈를 발라 준 의료진도 있었다"며 "안 된다고 설득하는 시간이나 그냥 해주고 마는 시간이나 그게 그거니까 실랑이하다 지쳐서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못 하니까 업무가 마비된다"고 호소했다.
실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택배 심부름을 시키거나, 반찬 투정을 부리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 진행자 신혜식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사진=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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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에는 한 유튜버가 격리 병실에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다 간호사와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를 운영하는 유튜버 신혜식 씨는 이날 방송에서 "방송하기 전부터 열 받아서 간호사와 대판 싸웠다"며 "이제 제가 해달라는 거 아무 것도 안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신 씨는 병원 식사가 입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밥 먹어야 하고 눈치를 봐야 한다"며 "외부 음식 반입 안 된다고 하지만, 검역받아서 들어올 수 있는 과일 같은 것을 넣어주면 안 되나"라고 했다.
이어 "여기서 주는 싱겁고 밍밍한 음식들만 먹으라는 건가"라며 "택배는 안 된다. 뭐는 안 된다 이러는데 과일을 먹고 싶으면 내 돈이라도 내서 과일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하는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는 환자도 있었다.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뒤 검체 채취를 위해 보건소를 찾은 A 씨 부부는 보건소 직원을 껴안으며 검사를 거부했다. 이들은 "나 혼자 확진되는 게 억울하다"며 바닥에 침을 뱉는가 하면 "문재인 독재" 등을 외치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 부부는 이후 안산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보건소 직원 2명은 곧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 조치됐다. 두 사람은 검체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전주의 한 소방서 앞에서 탈진해 쓰러진 의료진 모습. / 사진=전북 전주시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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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증가한 업무량, 폭염 등으로 인해 의료진들이 체력 고갈로 쓰러지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전북 전주시에서 푸른색 방호복을 껴입은 의료진이 구급차 뒷문에 신체 일부를 기대고 서 있다가 풀썩 쓰러지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공유되면서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지난 12일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발표한 '제2차 경기도 코로나19 치료 인력·인식 조사'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인력 3명 중 1명이 '번아웃'(소진) 상태에 처했다고 응답한 설문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방역 활동을 방해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국가 방역 체계에 도전하며 방역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행위들이 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방역 방해, 가짜뉴스 유포는 공동체를 해치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초기 신천지 상황보다 훨씬 엄중한 비상 상황"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치는 불법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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