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세계 304위 포포프, AIG 여자오픈 우승 드라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인비, 코로나19 이후 첫 LPGA 무대서 4위
한국일보

독일의 조피아 포포프가 2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을 거둔 뒤 트로피를 끌어안고 있다. LPGA 페이스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304위 조피아 포포프(28ㆍ독일)가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총상금 450만달러) 우승을 차지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동료 선수 캐디를 맡을 정도로 선수로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으나, 이번 우승으로 독일 선수로는 처음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박인비(32ㆍKB금융그룹)은 단독 4위에 올랐다.

포포프는 2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ㆍ6,64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 기록,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2위 재스민 수완나뿌라(태국)를 2타 차로 제친 그는 우승 상금 67만5,000달러(약 8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3라운드까지 3타 차 선두였던 포포프는 이날 첫 홀 보기로 불안한 출발을 보이는 듯했지만 2,3,6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안정을 되찾았다. 전날 3타 차 공동 2위였던 수완나뿌라가 4∼7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몰아쳐 1타 차로 추격했으나 포포프는 타수를 잃지 않고 계속 리드를 지켰다. 결국 수완나뿌라가 11, 13번 홀 보기에 발목이 잡혀 3타 차로 멀어졌고, 포포프는 15번과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현재 LPGA 투어 출전권조차 없는 포포프의 우승은 ‘무명 골퍼의 반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LPGA 투어 신인으로 데뷔했으나 한 시즌 만에 투어 카드를 잃었고, 2018년에는 조건부 출전권으로 LPGA 투어에 복귀했으나 역시 다음 시즌까지 시드를 유지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1타 차로 통과하지 못해 올해도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뛰고 있었다. 7월 말 LPGA 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는 아너 판 담(네덜란드)의 캐디로 나서기까지 했다.

포포프는 LPGA 투어는 물론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등 여자골프 세계 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는 투어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 이달 초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결원이 많이 생겨 출전 기회를 얻었고 그 대회에서 9위에 올라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6월 해나 그린(호주)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제패할 때 당시 세계 랭킹이 114위였고, 이것은 2006년 여자골프 세계 랭킹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순위의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이었다.

포포프는 이날 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그는 "LPGA 투어에 처음 데뷔한 2015년에 몸무게가 11㎏ 이상 빠져서 병원을 스무 군데 정도 돌아다녔다"며 "3년이 지나서야 겨우 라임병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라임병은 진드기가 옮기는 '보렐리아균' 감염이 원인으로 감염 초기에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악화하면 혈액을 타고 다른 부위에 퍼져 관절염, 심장질환, 신경계 이상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심할 경우 뇌수막염, 척수염, 부정맥까지 우려되는 병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인비가 1언더파 283타를 쳐 단독 4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남편 남기협 씨가 캐디를 맡은 박인비는 첫날 6오버파로 부진했지만 이후 2∼4라운드에서 무려 7타를 줄여 이번 대회 4명만 기록한 언더파 점수를 적어냈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는 박인비와 앨리 맥도널드(미국) 두 명만 기록한 '데일리 베스트'가 됐다. 2주 연속 영국에서 대회를 치른 LPGA 투어는 장소를 미국으로 다시 옮겨 28일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에서 개막하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으로 2020시즌 일정을 이어간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