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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끄고 현금 써라” 집회 전 지침…시간싸움 방역에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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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 등 도넘은 ‘방역 방해’

교인 800여명 소재 파악 안돼

2500명 검사받아 434명 확진

이 중 최소 10명은 집회 나가

“교통카드 등 쓰지 말라”

보수 회원들 사이 메시지 공유

경찰, 집회 참가자 추적에 차질

도주·탈출 사례도 잇따라

포항 이어 파주서도 병원 탈출

당국 “대유행 위기 문턱에서…”


한겨레

성북구청 관계자들과 주민, 상인들이 1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앞 장위2동 주민센터에서 시작한 방역작업은 시작 전 교회 관계자와 유튜버들의 항의 때문에 늦춰지기도 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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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를 잡으려면 신속한 진단검사와 접촉자 추적을 바탕으로 한 ‘시간싸움’이 중요하지만, 사랑제일교회 일부 교인들이 검사·치료를 거부하고 있고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는 전국적 전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를 꺼서 방역당국 추적을 따돌려야 한다’고 서로 독려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추적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의료체계가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0시 기준으로 명단을 확보한 사랑제일교회 4천여명 교인 가운데 3200여명을 격리했고, 2500여명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 434명(양성률 약 17%)이 확진됐다”며 “그러나 연락처와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는 590여명과 연락이 닿지 않는 200여명 등 총 800여명에 대한 검사와 격리가 어려운 상황이라 경찰청 협조를 받아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가 1차로 제공한 명단에는 일부 교인이 누락돼 있었던 점도 드러났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행정조사로 확보한 추가 명단에는 1차 명단에 없는 484명이 추가됐다”며 “교회가 부실한 자료를 제출하고 방역에 협조를 안 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병원·어린이집·콜센터 등 다양한 시설로 전파되고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도 방역당국에 부담이다. 역학조사 역량이 그만큼 분산돼 추적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어서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검사와 확진자 격리조처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당일 오전부터 보수단체 또는 보수성향 기독교 단체 회원들 사이에서는 “(집회 전후) 휴대전화를 끄고, 현금을 사용하며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말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지침이 문자메시지, 각종 메신저, 인터넷 블로그 등 다양한 경로로 빠르게 공유됐다. 서울 양천구의 한 교회 교인으로, 15일 집회에 참석했던 60대 남성 ㄱ씨는 “집회 참가자들과 우리 교회 교인들이 있는 대화방에서 15일 해당 문자메시지를 공유받고 주변에 전파했다”며 “방역 관련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우리 입장에선 보건소와 경찰의 추적을 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해 참가자들을 추적하려던 경찰은, 대신 그동안의 “채증 영상, 집회 참가자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 폐회로텔레비전(CCTV) 자료를 분석해 집회 참석자들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만큼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중대본이 파악하기로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중 적어도 10명이 지난 8일 경복궁 집회와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다.

확진자 일부는 도주 또는 탈출까지 해 방역당국의 힘을 빼고 있다. 경기 파주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이던 50대 남성이 이날 0시18분께 병원에서 탈출해 추적 중이고, 전날 경북 포항에서는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40대 여성 확진자가 의료원 이송을 앞두고 자택에서 달아났다가 4시간 만에 붙잡혔다.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치료를 거부하거나 탈출하면 격리조처를 위반하게 된다”며 “형사처벌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자칫 방역에 대한 협조가 늦어져서 의심환자 진단검사가 늦어진다면 미국이나 유럽 각국처럼 우리도 대유행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지금이 그런 위기로 빠져들 수 있는 바로 문턱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이재호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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