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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펀드, 정부 믿고 투자해도 될까···유동성 흡수 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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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업 재원 중 10% 민간 공모로 조성… 안정성 원금 보장에 준하는 수준
전세보증금 부채로 포함해 DSR 규제해야 갭투자 차단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넘쳐나고 있다. 실물경제에 가야 할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 8월 5일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구상안을 발표했다. 뉴딜펀드로 160조원 규모의 ‘한국판(K) 뉴딜’ 사업 재원 중 약 10%를 민간 공모방식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수익률은 ‘국채금리+알파(α)’ 수준으로, 안정성은 원금 보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초 ‘원금 보장’이라고 표현했다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일자, ‘원금 보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디지털뉴딜 분과위원장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이광재 의원은 지난 8월 13일 뉴딜펀드에 대해 3억원 한도로 5%대 저율과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3억원을 초과한 투자금에 대해서는 수익에 14%의 원천징수세율을 적용하는 분리과세 특례를 신설한다. 해당 법안에 민주당 의원 48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사실상 당론으로 법안이 제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가 재정에만 의존하지 말고 금융과 민간 자금이 참여하는 뉴딜펀드 조성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점차 구체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 번째)와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 첫 번째)이 8월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현장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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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아니면 국채 발행 정공법으로 가야

뉴딜펀드는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 등 정부가 추진하는 K뉴딜 사업에서 거론되는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나 5세대(G) 통신망, 자율주행 인프라 등이 투자처로 거론된다. 이광재 의원은 “1경8000조원에 이르는 국내 금융자산, 1000조원의 부동자금을 고려할 때 풍부한 유동성을 미래지향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한국판 뉴딜의 성공이 곧 국민 이익이 되고,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핵심 기술에 투자해 연관 산업까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기재부와 함께 뉴딜펀드 세부안을 짜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손병두 부위원장은 8월 11일 “뉴딜펀드는 금융투자시장에 새로운 투자기회와 활력을 제공하고 국민에게 안정적인 재산증식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뉴딜펀드가 시중의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국민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뉴딜펀드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고수익과 원금 보장(추구)을 내세워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 자칫 ‘유사수신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펀드라는 이름이 붙으면 자본시장법상 위험상품에 투자하고 원금을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정부가 불완전 판매를 하게 되는 꼴이라는 것이다.

연 3% 안팎으로 거론되는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기업의 세후 순이익이 연 3%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률이 목표대로 나지 않으면 결국 세금으로 이를 벌충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뉴딜 사업을 하려면 정부가 세금을 걷거나 여의치 않으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이 뉴딜 사업을 벌이면 정부가 구매를 보증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부채 증가나 세금 낭비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정부가 직접 금융 상품을 만들어 사업에 나서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실 볼 경우 세금 투입 가능성도

경제학자 정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폰지사기’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폰지사기는 초기에는 신규 가입자의 돈으로 기존 가입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다가 신규 가입자 모집이 어려워지거나 환불 요구가 많아지면 도주·폐업하는 행각을 말한다. 물론 더 돈을 밀어 넣을 수 없을 때 망하게 되는 폰지사기와 달리 뉴딜펀드의 경우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가 되면 어떻게든 ‘설계자’인 정부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뉴딜펀드는 가장 먼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선순위대출에 속해 원금을 떼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출자금과 후순위대출을 넘어설 정도로 손실을 입으면 결국 원금을 까먹게 된다. 정부·여당은 최대한 원금보장을 할 수 있도록 투자사업당 5000억원 한도의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고, 아울러 투자자가 해지를 원할 경우 정부가 지급금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펀드의 규모를 키우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과 퇴직연금 등 기관투자자도 선순위대출에 참여한다.

국민연금기금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외부전문가로 활동하는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책적 목표와 투자구조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돈을 많이 풀어도 실물경제로 옮겨가지 않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에 머물면서 통화 유통속도가 (한은 통계 작성 이후 최저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부동자금을 흡수한다는 기본적인 목적과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선순위대출로 구조화하고 정부가 출자금을 내는 전략적 투자자로 들어가는 구조는 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처가 명확하지 않아 수익률을 예상하기 어렵고, 손해를 볼 경우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펀드는 저축이 아니기 때문에 원금보장은 일단 말이 안 된다”며 “자본시장법 위반을 피해 우회적으로 정부가 보증을 할 순 있어도 정부보증을 믿고 운용 측면에서의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에서 일정액이 보증보험의 수수료로 빠지면 정부가 제시한 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뉴딜펀드가 증시의 대체재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률이 국채나 회사채 투자에 비해 큰 우위에 있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다만 만기 기간이 길 경우 장기투자를 하는 연기금은 뉴딜펀드 참여에 적극적일 수 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연 1.7% 정도로 낮아 유인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송인호 부장은 “연기금의 경우 장기 수익률이 중요해 일정 수준을 항상 장기로 투자할 의무가 있다”며 “장기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큰 상황에서 국채 이상의 수익률이 나온다면 이런 상품에 대한 수요 측면의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세 효과가 자산가에게 과도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재형저축은 시장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보장하고, 세금도 깎아주는 혜택이 있었지만 중·저소득 계층의 목돈 마련을 돕는 취지에서 연소득 5000만원 미만이라는 가입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뉴딜펀드는 가입자 제한이 없다.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세제 혜택은 크게 늘어난다. 현행법상 투자금 3억원에 1200만원의 수익금이 발생할 경우 종합소득세 최고세율 42%를 적용(과세표준 5억원 초과 시)받아 500여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뉴딜펀드 투자금의 경우 5%의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하면 60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자산가의 세금을 깎아주면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뉴딜 사업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정부가 나서 세제 지원을 해주는 뉴딜펀드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흡수, 주식 장기투자 우선해야

류 대표는 유동성을 흡수하는 장치로 뉴딜펀드보다 주식시장의 장기투자가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세제 지원을 할 거면 기업의 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강조하는 ESG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SG 투자는 그린뉴딜과도 닿아 있어 명분이 있고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며 “해외의 ESG펀드가 국내에 유입되는 효과가 있고, 장기펀드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장기자금은 부동산, 핫머니는 주식시장에 있는데 주식시장에 장기자금이 들어오게 하려면 먼저 기업의 거버넌스를 투명하게 만들어 주식시장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감 몰아주기나 합병·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로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강화하면서 일반 주주는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에선 주식시장에 장기투자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30년을 따라다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정책 역량을 모으면 돈은 자연히 들어온다”며 “굳이 뉴딜펀드처럼 인위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송인호 부장은 유동성 흡수를 위해 기존의 리츠 시장을 안정화·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리츠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하고 임대수익을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임대소득이 나오는 오피스가 주요 투자 대상인데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리츠도 각광받고 있다. 송인호 부장은 “신규 자금을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이 상업용 빌딩의 주주가 된다는 홍보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리츠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과 규제를 받아 주거용 부동산을 투자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DSR 규제로 갭투자 차단해야

뉴딜펀드는 부동산으로 흘러갈 부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측면이 있다. 사모펀드로 유동성을 흡수하려다 부실 논란으로 길이 막히자 대안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집값을 잡을 생각이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을 떠받치는 게 전세보증금이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이자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는 부동산금융 관리지표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에서 DSR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SR은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채무자의 연간 소득으로 나누어 40%(은행권) 등 기준을 초과하는 대출을 규제하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채무자의 상환(소득) 능력이 아니라 주택 가격만 보고 대출 규모를 정하는 규제는 사업자대출과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LTV 40%만 대출받아도 전세보증금 60%를 더하면 자기 돈 없이도 투기가 가능하다. 전세보증금을 부채로 잡고 DSR로 규제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 변호사는 “다른 나라의 경우 DSR로 규제해 우리처럼 갭투자(전세보증금 승계 거래)를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갭투자의 경우 전세보증금이 주택매매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분으로만 따지면 오히려 임대인보다 임차인의 몫이 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세보증금이 부풀려지면 임대인은 큰 부담 없이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전·월세 상한제는 집값 상승을 막는 제도로서도 의미가 있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갚아야 할 부채지만 DSR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는다.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금 규모가 은행권의 데이터로 잡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이 얼마라고 은행에 알려줘야 부채 규모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경우는 없다. 법적 부채이면서도 금융 감독상의 부채로 잡히지 않는 전세라는 독특한 주택임대차 제도로 인해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계부채가 매우 과소평가된다.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한국주택금융공사 고제헌 연구위원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부채와 준전세 보증금 부채를 합친 전세부채 규모는 2016년 735조원으로, 그 규모가 은행 부채보다 1.2~1.3배 높다. 김 교수 등은 당시 논문에서 “전세부채가 2016년에 비해 2%만 증가한다는 보수적 가정 하에 추정한 2017년의 가계부채(750조원 추정 전세부채 포함)는 2201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교수 등은 “이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스위스, 호주와 함께 2017년 기준 세계 1~2위를 다투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결제은행(BIS)이 연구에서 제시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가계부채 수준의 임계치도 훨씬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도 전세부채 증가와 이를 부추기는 갭투자를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동산으로 몰린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 집값을 안정화하는 방안으로 금리 인상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경우 부작용이 커서 단기적으론 DSR과 같은 대출규제의 실효성이 크다. 김남근 변호사는 “일본처럼 금리를 올려 부동산버블을 꺼트릴 순 있지만 장기불황의 휴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은 쉽지 않다”면서 “결국 부동산 투자보다 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가게 하려면 DSR 규제를 철저히 하고 장기적으론 공시가격 현실화와 함께 보유세 부담(실효세율 1% 수준까지)을 높이는 방향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전세보증금 규모를 파악할 수 있어서 DSR 규제가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월세신고제는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30일 내로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중도금·잔금 납부일 등의 계약사항을 관청에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전·월세 신고제가 DSR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전세부채를 포함한 가계부채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송인호 부장은 “지금은 비등록 전세 시장이 60% 이상이라 전체 전세보증금 규모를 알기 어렵지만 만약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면 투명하게 전세보증금을 파악할 수 있다”며 “전세보증금이 부채로 잡히면 지금처럼 갭투자를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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