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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군국주의 성지 야스쿠니서 울려퍼진 “천황 만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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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폭염 더위에도

참배객 지난해보다 3∼4배 늘어

우익들 욱일기 앞세워 일제 상징

기미가요 제창·교육칙어 암송

고이즈미 환경상 등 각료 4명 참배

2차 아베 내각 정권 출범 이후 최다

세계일보

구 일본군 육군과 해군 군복을 입은 우익 단체 회원들이 15일 야스쿠니신사에서 욱일기를 들고 신사를 향해 받들어 총을 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텐노 헤이카 반자이, 반자이, 반자이 (天皇陛下 萬歲, 萬歲, 萬歲·천황 폐하 만세, 만세, 만세).”

우리의 광복이자 일본의 패전 75주년인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구(千代田區)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는 만세 삼창(三唱) 울려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참배객이 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어림잡아 지난해보다 3∼4배나 많은 인파가 일본 군국주의의 성지(聖地)를 참배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야스쿠니에서 “텐노헤이카 반자이”

일본에서는 종전 기념일로 불리는 이날 체감온도 섭씨 40도를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사회적 거리도 외면한 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려는 일본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일본 시민과 별도로 호전적인 구호의 깃발을 든 우익 단체 회원들도 낮 12시 일본 전역에서 1분간 묵념하는 공식 추도 행사에 앞서 차례로 개별 행사를 가졌다. 구 일본군 육군복과 해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총검이 착검된 소총과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와 일장기를 들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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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야스쿠니신사에서 참배객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이어 또 다른 우익 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30여명이 참배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제창한 뒤 메이지(明治) 일왕 때 황국신민(皇國臣民)을 기르기 위해 채택된 교육 칙어(勅語)를 암송했다.

일왕이 다스리는 세상의 영속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기미가요와 국민의 충성심과 효도심이 국체(國體)의 정화이자 교육의 근원임을 밝힌 교육칙어는 일본제국의 시대에 군국주의 사상의 핵심을 이룬다.

이들은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에 대한 일본 우익식 표현)은 성전(聖戰)이다’. ‘헌법 개정, 자위군비(軍備)’ 등의 구호를 쓴 대형 깃발을 펄럭이며 텐노헤이카 반자이라는 만세 삼창을 부르며 행사를 마쳤다. 아시아태평양 민중을 제국주의의 고통과 전화(戰禍)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던 선조들의 과오엔 눈곱만치의 반성의 변(辯)도 없었다.

◆아베 정권 각료 4명 참배 발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각료 4명이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영토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이 그들이다.

각료의 8·15 참배는 4년 만에 처음이자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8·15 때 야스쿠니신사 각료 참배자 수는 2013~2015년엔 각 3명, 2016년에 2명 있었고, 2017~2019년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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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 단체 회원이 15일 야스쿠니신사에서 교육칙어를 암송하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고이즈미 환경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으로 차기 총리 후보군 중 하명이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꼽히는 하기우도 문과상은 에토 영토담당상, 다가이치 총무상과 함께 본 우익의 구심점인 일본회의 소속이다.

일본 내에서도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정교(政敎)분리를 규정한 헌법 위반 논란을 낳는다. 야스쿠니신사는 법적으로 종교 시설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참배하지 않았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또 공물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다카토리 슈이치(高鳥修一)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을 통해 자민당 총재 명의로 야스쿠니 신사에 보낼 나무장식품인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납부했다.

아베 총리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지 1년 후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가 중·일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그 뒤로는 8·15와 봄·가을 제사인 춘·추계 예대제(例大祭) 때 공물만 보내고 있다.

아베 총리가 ‘국무총리 대신’이 아닌 ‘자민당 총재’로 비용을 보낸 것은 주변국 반발과 정교분리 논란을 우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신원불명 전몰자의 유골을 안치한 시설로 야스쿠니신사 인근에 조성된 지도리가후치(千鳥淵) 전몰자 묘원을 찾아 헌화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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