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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민주노총 '오늘 집회 강행'…서울시 "확진자 발생시 구상권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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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안국역서 8.15 노동자대회 개최…보수집회 인근

'투쟁 중심' 지도부 변화 이후 첫 마찰…노정관계 악화일로

뉴스1

여의도 국회 앞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자료사진) 2019.7.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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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5일 서울시의 집회 금지명령에 불복하고 준비한 광복절 집회를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회에 앞서 각종 방역 조치를 철저히 준비했다며, 집회·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서울시 명령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안국역 5번 출구에서 '8.15 노동자대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2000여명 규모로 추진된다. 이들은 안국역에서 낙원상가 입구까지 양방향 전 차로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매해 광복절마다 민주노총은 전국 단위의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열어 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전국 집중' 형식을 포기하고, 당국과 협의 아래 참석 인원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만 해도 민주노총의 8.15 전국 노동자대회는 1만여명 규모로 추진됐었다.

민주노총은 "이렇게 원만하고 유연하게 협의, 협조하며 준비해 온 8.15 민족자주대회에 대한 서울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령 조치는 당황스럽다"고 서울시 명령이 나온 지난 13일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준비된 8.15 노동자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와 서울시는 집회금지 행정명령 조치와 감염법의 족쇄를 풀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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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하반기 사업·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 현장. 2020.8.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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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의자에 페이스쉴드도 준비했는데…"

민주노총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이 합리적이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치란 입장이다. 앞서 수차례 열린 민주노총 행사에서 코로나19 감염자는 일절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근거다.

또한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고용시장의 '약한 고리'인 임시일용직·비정규 노동자 등에게 직격탄을 날렸다는 점에서, 이들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로 삶의 근간이 흔들린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과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도 예전의 방식과는 달리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줬고 정부의 예방지침보다 더 강도가 높은 자체 지침을 시행했다"며 "이런 자체적인 노력으로 민주노총의 집회나 행사에서 코로나19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전날 공개한 '8.15 노동자대회 방역수칙'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 참가 전 체온 측정에 이어 서명부 작성까지 방역 당국의 지침을 모두 따르기로 돼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참석자들에게 비말 차단을 위한 페이스 쉴드를 배포할 예정이며,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킨 의자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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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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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자유'냐 '확산방지'냐…맞서는 양쪽 논리

서울시와 정부 당국은 강경한 입장이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증폭되면서, 수도권 내 지역사회 집단감염 우려가 현실화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노총 집회 인근 지역에서 보수 진영의 또다른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다는 점도 확산 우려를 키운다.

앞서 신도 수십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는 이날 정오쯤 민주노총 집회 장소와 가까운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2만명 규모의 건국절 국민대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이 아닌 다른 단체의 집회로 인해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괄적인 집합 금지가 필수적이라는 게 당국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날 집회 강행 단체에 대해 현장 채증을 거쳐 주최자와 참여자를 고발하는 한편 확진자 발생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7일간 43→36→28→34→54→56→103명(14일, 오전 0시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교회와 식당 등 지역사회 내 감염이 확산하면서 하루새 서울 지역에서만 58명이 늘었는데, 이는 서울시 기준 일일 최대 신규 확진자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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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가운데)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부결과 관련해 사퇴할 뜻을 밝히고 있다. 2020.7.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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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3기 지도부 선출 눈앞에…민노총 선명성 경쟁 예고


민주노총의 집회 강행 방침은 최근 지도부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말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끌던 민주노총 직선 2기 지도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 추인 불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한 정파 위주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비대위는 지난 11일 출범 기자회견에서 "2500만명 노동자 모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조직적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기조를 공고히 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오는 27일 2020년 제2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연말 직선 3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일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로 민주노총은 내부 세력 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거 국면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노사정 합의안에 거부한 정파는 선명성을 내세우고자 투쟁기조를 더욱 드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김 전 위원장이 속했던 온건 성향의 정파도 선명성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행보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민주노총의 고강도 투쟁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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