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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파운드리 육성, 법인세 면제" 中 반도체굴기가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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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길게보고 크게놀기]긴박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머니투데이

지난 7일 중국 화웨이의 소비자사업부문 위청동 CEO가 2020년 중국정보화100인회 컨퍼런스에서 한 연설이 중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화웨이 CEO: "반도체 생산에 진입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

이날 위청동 대표는 미국 제재로 인해 오는 9월15일 이후부터는 스마트폰에 탑재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을 구할 수 없다며 화웨이가 반도체 설계만 하고 생산에 진입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위청동 대표가 이런 소회를 밝힌 이유는 뭘까. 바로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대만 파운드리업체인 TSMC가 지난 5월 15일까지만 화웨이의 생산주문을 수주했고 수주물량은 9월15일까지 납품을 완료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위탁생산한 AP인 기린1020을 오는 가을 출시할 플래그십 모델인 메이트 40에 탑재할 계획이다. 기린1020은 이전 제품인 기린990보다 성능이 50% 이상 뛰어난 모델이고 CPU 코어로 영국 ARM사의 코어텍스-A78을 사용한다. 코어텍스-A78은 퀄컴의 최상위 AP인 스냅드래곤865에 탑재된 코어텍스-A77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여기까지는 만사가 순조로웠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5580만대를 출하해, 삼성전자(5420만대)를 제치고 20%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앞으로는 프리미엄 모델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있지만, SMIC의 반도체 제조공정은 지난해 말 14나노 양산을 시작한 수준이다. TSMC의 5나노 제조공정으로 생산하는 기린1020를 생산할 기술력이 안 된다.

◇중국의 하이실리콘과 SMIC

화웨이도 반도체 설계에는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를 설계하는 하이실리콘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이실리콘은 매출액 52억 달러를 기록하며 매출액 기준 글로벌 반도체 기업 10위에 올랐다. 중국 기업 최초로 글로벌 10대 반도체 기업에 진입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도 10개 기업 중 가장 높은 49%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10대 반도체 기업을 보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이 그대로 드러난다. 인텔이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가 2위, 대만 TSMC가 3위, SK하이닉스가 4위를 기록했는데, 10개 기업중 미국이 6개, 우리나라가 2개, 대만과 중국이 각각 1개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임을 여실히 알 수 있다. 현 구도에서 TSMC도 미국 편을 들 수 밖에 없으니 중국은 고립무원의 상태다.

하이실리콘은 말석인 10위를 겨우 차지했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됐기 때문에 순위 탈락은 시간문제다. 하이실리콘 매출 90%가 화웨이와의 내부거래다. TSMC가 화웨이를 위해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AP를 생산해주지 않는다면 하이실리콘 매출은 급감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중국 파운드리 업체가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AP를 생산할 기술 수준이 된다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래서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파운드리 업체의 육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28나노 이하 제조공정은 10년 동안 법인세 면제

지난 4일 중국 정부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는데, 정책 지원 규모가 가히 압도적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파운드리 업체를 위한 세금 감면 방안이다. 15년 이상 영업을 지속한 기업 중 28나노 이하의 제조공정을 가진 기업은 법인세를 10년 동안 전액 면제한다는 방안이다.

중국 기업은 당기 순이익에 대해서 25%에 달하는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걸 전액 감면해준다는 얘기다. 중국이 파운드리 업체를 얼마나 육성하고 싶은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반도체·소프트웨어 업종의 자금조달 조건을 완화하고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한 마디로 돈은 얼마든지 제공할 테니, 중국 기업가들에게 제발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들도 맞장구를 치고 있다. 역시 가장 대표적인 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다. SMIC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 중 유일하게 14나노 공정 양산에 진입한 기업이다. 아직 글로벌 선두업체와 기술격차는 크지만, 중국 선두기업답게 매출액은 증가 추세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이 9억38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1억3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44% 급증했다.

SMIC는 설비투자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말 SMIC는 베이징시 경제과기개발구와 76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서 매월 10만장의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이 결과에 따라서 삼성전자(2위)와 SK하이닉스(4위)의 순위도 달라질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굴기가 무서운 이유다.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zorba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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