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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UAE 수교' 숙원 이룬 이스라엘, 그 뒤엔 모사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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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72년만에 걸프지역 국가와 첫 외교관계 수립

조선일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UAE 왕세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의 중재로 양국 협력에 대한 협정을 맺고 외교 관계를 수립하기로 13일(현지 시각) 합의했다. 두 나라의 수교는 1971년 UAE 건국 이후 49년 만이다. 이번 합의 배경에는 이란의 위협에 대한 우려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몇 년에 걸친 집요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몇 분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하얀 UAE(아부다비) 왕세제와 아주 특별한 (3자)통화를 했고, 그들은 역사적 평화 합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해 실질적으로 통제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를 자국 영토로 공식 합병하지 않는 조건으로, UAE와 공식 수교해 서로 상대국에 대사관을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3주 안에 합의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UAE, 미국은 이번 합의를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공동의 조상 아브라함의 이름을 따서 '에이브러햄 합의'로 부르기로 했다. 중재역을 맡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도널드 J 트럼프 합의'라고 부르기를 원했다"고 했다.

트럼프의 자화자찬에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날 "이스라엘이 가장 큰 승리자"라고 했다. 역내에서 '불청객' 내지 '침입자' 취급을 받던 이스라엘이 건국 72년 만에 처음 걸프 지역 아랍 국가와 수교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외교관계 수립은 상대국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의미가 있다.

조선일보

“다 내 덕이야” 트럼프의 자화자찬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앉은 사람) 미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외교 관계 수립 합의 사실을 발표하자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 에이비 버코위츠 백악관 중동특사,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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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아랍연맹 22국 중 국경을 맞댄 이집트, 요르단과는 각각 1979년, 1994년에 평화협정을 맺고 수교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빼앗은 이스라엘을 인정해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에 나머지 20국과는 수교하지 못했다. UAE와의 공식 외교 관계 수립은 아랍 국가와의 세 번째 수교가 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의 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오후 총리가 모사드 수장인 요시 코헨에게 전화를 걸어 "몇 년에 걸쳐 걸프 국가들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UAE와의) 평화조약이 결실을 맺도록 도와준 것을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1982년부터 모사드에서 일한 코헨은 2013년 8월부터 1년 4개월간 네타냐후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한 뒤 2016년 모사드 수장이 됐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코헨은 지난 수년간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같은 걸프 지역 아랍 국가 정보기관장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이 국가들과의 관계를 비밀리에 다져왔다고 한다. 특히 UAE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에만 여러 차례 UAE를 은밀히 방문했다.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한 UAE는 아랍 국가에 속하지만 이스라엘과 직접 싸운 적은 없다.

이스라엘과 UAE의 관계를 가깝게 해준 것은 공동의 적(敵)인 이란의 존재였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UAE는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국인 이란과 마주 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첩보기관 중 하나인 모사드가 제공하는 이란에 대한 정보는 UAE에 매우 긴요한 것이다. 특히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핵보유국 이스라엘과의 국방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지난 3월에는 UAE가 모사드를 통해 이스라엘에 코로나 진단키트 10만개를 보내줬다고 한다.

양국 관계 정상화의 마무리는 미국이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로 유대계 미국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달 초쯤부터 이스라엘과 UAE 간의 비공개 대화를 중재하기 시작했다. UAE는 자국이 이스라엘을 적법한 국가로 인정하는 대신, 아랍계 팔레스타인 주민이 많은 서안지구를 합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외교 관계 수립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 아니면 누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오를 만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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