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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원숭이한테도 못써" 美에 팽당한 러 백신, 필리핀 도입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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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당국 제안에도 '백신 검토' 거부

임상 3상시험 거치지 않고 승인해 안전성 의구심

코로나 피해 심각한 일부 개발도상국은 도입 추진

중앙일보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자국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승인하고 나섰다. 백신을 개발 중인 러시아 연구소의 모습.[러시아 국부펀드(RDIF)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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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에 대해 각국의 반응이 엇갈린다. 우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백신 협력' 의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백신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고 13일 CNN(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최근 미국 백악관 산하 백신 개발 프로젝트 팀에 코로나19 백신 개발 협력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러시아의 한 고위 관리는 이 매체에 "미국은 러시아의 백신과 검사, 치료를 포함한 기술에 대해 전반적인 불신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美 "사람은 고사하고 원숭이에게도 접종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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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공식 등록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Sputnik V)’ 샘플.[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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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리들도 '스푸트니크 V'의 개발 과정이 반쯤 진행된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어 진지한 관심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 보건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사람은 고사하고 원숭이에게도 러시아 백신을 접종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 관리들은 미국이 자국의 백신을 접종해 미국인의 생명을 구해야 하며 "진지하게 채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백신의 효과성이 입증될 경우 미국 정부가 정치적 논리로 백신을 거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의구심 들어도 도입 추진하는 개발도상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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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도 마닐라의 대통령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닐라를 오가는 국내 육상, 해상, 상공 여행을 중단하는 등의 마닐라 '봉쇄' 조치를 발표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 백신은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가기도 전에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아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받고 있다. 이 백신은 모스크바에 기반을 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에서 러시아 국부펀드(RDIF)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아직까지 러시아 정부가 백신을 승인한 근거가 된 테스트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신뢰성을 저하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백신 도입을 추진하는 나라들도 있다. 주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개발도상국들이다. 먼저 필리핀이 도입 의사를 밝혔고 브라질도 남부지역에서 러시아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이어 베트남도 백신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현지 국영방송의 보도가 나왔다.

베트남 국영방송 VTC에 따르면 부 뚜언 끄엉 베트남 보건부 의약품관리국장은 14일 응우옌 타인 롱 보건부 장관 직무대행이 '스푸트니크 V' 주문 제안에 동의해 정부에 승인을 신청할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필리핀 대통령궁은 "필리핀 백신 전문가들이 스푸트니크V의 임상시험 결과를 검토한 뒤 필리핀에서 3상 임상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0일 밤 TV연설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백신 무료 공급을 제안받았다"며 "백신이 도착하면 자신이 첫 시험대상이 될 것"이라 밝혔다. 필리핀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국가다.

이어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 정부는 12일 '스푸트니크 V'를 시험하고 생산하기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 당국은 브라질 연방정부로부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백신 생산을 지원하는 국부 펀드는 지난 11일 기자 회견에서 "남아메리카, 중동, 아시아의 최소 20 개국이 백신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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