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란·터키, 이스라엘-UAE 평화협정 "무슬림 등에 칼" 맹비난(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란 "팔레스타인 해방 위해 흘린 피는 배신자의 목을 조를 것"

터키 "역사와 양심이 위선적 행위 용서하지 않을 것"

연합뉴스

2018년 테헤란에서 열린 반미 시위에서 불에 타는 이스라엘 국기와 성조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테헤란·이스탄불=연합뉴스) 강훈상 김승욱 특파원 =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에 이뤄진 관계 정상화를 위한 평화협정에 대해 이란과 터키가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란 외무부는 14일(현지시간) 국영 방송을 통해 낸 성명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UAE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강하게 규탄한다"라며 "이는 중동에서 '저항의 축'을 더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양국의 어리석은 전략적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합의는 팔레스타인과 모든 무슬림의 등에 칼을 꽂는 짓이다"라며 "UAE,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정부는 이 불법적이고 위험한 행태로 벌어지는 모든 결과를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 건국 뒤) 지난 70년간 성스러운 팔레스타인의 땅을 해방하려고 저항하며 흘린 무고한 피는 머지않아 배신자들의 목을 조르게 될 것"이라며 "시온주의 정권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의 방정식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리궁전에 앉아서 팔레스타인인의 얼굴을 발톱으로 할퀸 지배자들(중동의 친미 군주국)은 이제라도 각성해 피아를 제대로 구분하라"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UAE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UAE와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아랍 이슬람권 국가 가운데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곳은 이집트와 요르단에 이어 UAE가 세 번째가 될 전망이다.

UAE는 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다른 대부분의 아랍 이슬람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적성국이며,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무장정파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걸프 지역의 친미 수니파 군주국가(카타르 제외)와도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연합뉴스

로하니(좌) 이란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란 대통령실 제공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터키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UAE 간 평화협정에 대해 "팔레스타인을 배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 사람들의 역사와 양심은 이를 잊지 않을 것이며 절대 이 같은 위선적인 행위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팔레스타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언급한 이스라엘과 UAE 간 협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터키는 지난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함께 발표한 중동평화구상에 대해서도 '합병계획'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중동평화구상에는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일정 기간 동결하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 국가를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팔레스타인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현재 터키는 평화협정 당사자인 이스라엘·UAE와 모두 불편한 관계다.

냉전 시절 대소련 전선의 최일선을 담당한 터키는 이스라엘과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정의개발당(AKP)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6차례 외교 관계가 중단되는 등 양국 관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로 입항하는 민간구호선 '마비 마르마라'를 공격해 터키인 구호활동가 10명이 목숨을 잃자 터키는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하고 단교를 선언했다.

양국은 2017년 1월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터키는 여전히 팔레스타인을 두둔하고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터키와 UAE는 리비아에서 간접적으로 대치 중이다.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리비아에서 터키는 서부 트리폴리 일대를 통제하는 리비아통합정부(GNA)를 지원하고 있으며,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러시아·프랑스 등과 함께 동부 군벌 세력인 리비아국민군(LNA)을 돕고 있다.

이슬람주의에 바탕을 둔 GNA는 터키의 집권당인 AKP와 이념적 궤를 같이하며, 세속주의를 추구하는 LNA는 걸프 지역 세속주의 이슬람국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

kind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