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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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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논란에도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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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백악관에서 하겠다고 언론에 밝혀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도 "문제"

"백악관, 특정 정당 위해 사용 안돼"

BBC "워싱턴 저항 시위 촉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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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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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하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포스트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에서 정치적 행사를 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미 제기된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뉴욕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아마도 연설을 백악관에서 할 것"이라며 "이곳은 위대한 곳으로 나를 기분 좋게 하고, 이 나라를 기분 좋게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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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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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마도 우리는 여기 있는 많은 잔디밭 중 한 곳에서 하게 될 것이며, '중국 바이러스'를 고려해 밖에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야외에서 연설할 계획이라는 뜻이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 중 한 곳을 연설 장소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 5일 "매우 잘못됐다"면서 "법적, 윤리적 이유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당도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동조하지 않는다. 상원 공화당 2인자인 존 튠 원내총무는 "연방 건물에서 하는 행위는 문제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 존 코린 상원의원(텍사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연방 정부 재산을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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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한 뒤 퇴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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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것은 연방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해치법(Hatch Act) 위반이라는 게 반대 진영의 주장이다. 해치법은 연방 공무원이 정부 건물 내에서 또는 유니폼을 입고, 업무시간에, 연방 정부 재산을 사용해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금지한다.

다만, 대통령과 부통령은 해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수락 연설이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행사를 위해 동원되는 백악관 직원과 경호 요원 등 연방 직원들은 해치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연방 감시기구인 특별조사국(OSC)은 전날 "대통령과 부통령은 해치법 어떤 조항도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해치법은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화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다만, OSC도 백악관 직원들은 해치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행사에 관여하는 정도와 백악관 내 직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국민의 집'으로 불리는 백악관을 특정 정당 후보가 선거 운동 무대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의 로버트 와즈맨 대표는 AP통신에 "백악관은 국민의 집이다. 공화당 본부도,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캠프도 아니다"라며 "백악관을 정당 후보 수락 연설의 배경 무대로 삼겠다는 발상에 모든 미국인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BBC는 수도 워싱턴시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수락 연설을 하기로 결정하면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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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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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당초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후보 수락 연설도 계획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하며 대규모 회합을 불허하자 플로리다주 잭슨빌로 개최지를 옮겼다.

하지만 여름 들어 플로리다주에서 코로나19가 급증하면서 핫스팟이 되자 전당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이후 잭슨빌을 대체할 연설 장소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과 게티즈버그 전장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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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에서 남북 전쟁 재현 행사가 열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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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즈버그 전장은 남북전쟁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는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명연설을 남긴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티즈버그에서 연설은 안 하더라도 날씨가 좀 더 선선해지면 다른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7~20일 전당대회를 연다. 대부분 행사를 온라인으로 열 계획이며, 마지막 날인 20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수락 연설은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24~27일 열리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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