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8년→2심 12년 상향…"일부 1997년부터 강간 피해 호소"
재판부 "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할 뿐…예수 구원받을 자격 없어"
"성폭행 목사 판결 환영" |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에 이르지 않은 범행 피해자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여성 신도 9명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성폭행 목사'가 항소심에서 1심(8년)보다 높은 형량을 받은 배경에는 숨은 피해자들이 있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김성주 부장판사)는 14일 A 목사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을 언급했다.
김 부장판사는 주문을 읽고서 A 목사에게 "목회자로서 예수의 구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꾸짖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기소 내용은 A 목사가 자신이 담임 목사로 재직했던 전북의 한 교회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성폭행, 강제 추행 등 23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꼼꼼히 들여다본 뒤 2009년 이전 상황에도 주목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 중 일부는 1997년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하는 범행 피해자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주장이 옳다면 A 목사는 이 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한 1989년으로부터 불과 9년 뒤에 범행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기소된 내용보다 실제 범행 횟수는 더 많아 보인다"며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남성 재판 선고(PG) |
A 목사가 보다 일찍 법정에 설 뻔한 사례도 나왔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여성 신도 여러 명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2007년에 제기됐고 강제추행 혐의로 고발될 뻔했다"며 "당시 피고인은 이 사실을 인정해 교회를 떠날 것과 교회 사택 출입을 자제한다는 내용의 합의 각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이 추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피해 신도 중 일부는 2005년, 2006년에 피고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으나 형사처벌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러 지금 재판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A 목사가 범행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쏟아낸 파렴치한 말들도 소개됐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신도들의 집을 방문하거나 차량 혹은 별장으로 유인해 범행하면서 '나는 하느님 대리자다. 이렇게 해야 복을 받는다. 거역하면 자식이 잘못되거나 병에 걸리는 벌을 받는다'는 말을 했다는 피해자 진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느님의 사랑으로 하는 거니 괜찮다'는 등의 말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상할 수도 없는 비상식적 일들을 반복해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피해자의 절절한 진술을 들었으면서 피고인은 교인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상처에 공감하거나 반성하는 태도가 보이지 않고 사과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 목사는 그간 법정에서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라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A 목사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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