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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한집 수천만원씩 떠내려간 구례 상인들…"대통령 볼 틈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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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례(전남)=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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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이 구례5일시장의 수해를 복구하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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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물로 수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 구례읍 '5일시장' 상인들은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다. 13일 찜통 더위 속에서도 거리에는 판넬, 천막, 그릇 등을 씻고 말리는 손길이 분주했다.

현재까지 구례군은 전남 지역 시·군 중 수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파악된다. 전남도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이번 장마로 인한 도 전체 피해액은 약 4277억원인데, 이중 구례군 피해액이 1260억원이다. 현재까지 3521명의 이재민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도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상인들은 현재 지원금으로는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구례군 등 11개 시군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재가했다.


"대통령 온 것 응원되지만…실제 피해 복구하기에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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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5일시장의 한 방앗간. 수해를 입어 기름떼에 덮힌 기계 등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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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시장 입구의 한 방앗간으로 들어가자 기름떼가 덕지덕지 묻은 기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벽지의 약 2.5m 높이까지 남은 '물 자국'이 수몰 당시 상황을 대신 설명해줬다. 잠긴 곡식은 모두 버렸다.

가게 주인 정경원씨(60)는 "한가득한 기계들을 모두 버려야 할 판"이라며 "나 혼자 기계, 곡식, 건물 등에 입은 피해만 해도 3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바로 앞 정육점은 한 청년이 15일 전에 오픈했는데 고기를 다 버리며 4000~5000만원 정도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대통령이 내려오신 것도 물론 힘이 되지만 100만~200만원의 지원금은 재해주민에게는 '위로금' 수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섬진강 500m 거리 내 상가는 보험사들이 꺼려 재해보험도 못 든다"며 "정부 등 기관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복구할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상인들도 재난지원금이나 추가적 조치에 희망을 걸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장에서 마늘 장사를 하는 손재명씨(59)도 "대통령 방문은 고맙지만 가게를 치우느라 미처 볼 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늘 1500접이 못쓰게 되는 등 6000만원 넘는 손해를 봤다"며 "일단 팔 물건을 다시 사는 일이 급한데 현재까지 얘기된 지원금으로는 역부족이라 관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옷장사를 하는 김광옥씨(67)는 "구례에 있는 집도 무너져 피해 산정액만 3200만원이 나왔다"며 "상가, 집 등을 같이 생각하면 재난지원금 액수 가지고는 택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복구 이후 소상공인 단체들이 보상 등 방안을 추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리지도 않고 방류" 수자원공사에게 큰 분노 드러낸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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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젖은 신발을 정리하는 재해 주민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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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미리 상인이나 주민 등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소양강댐, 주암댐 방류 결정을 내린 한국수자원공사에 큰 분노를 드러내며 질타했다. 김 총무는 "수자원공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사고는 100% 인재"라고 강조했다.

김 총무는 "8일 7시30분쯤 물이 차기 시작했는데, 1시간이나 30분 전에 가두(길거리) 방송이라도 해줬으면 새벽 5시부터 나와 있던 상인들이 물건을 충분히 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류 전 문자메세지가 왔지만 나도 물이 이미 찬 뒤 문자를 확인했고 일하는 상인들이 바로 확인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번 사고가 물건 파손과 더불어 큰 정신적 피해까지 안겼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물난리 당시 이곳에 있었는데 다시 떠올리면 너무 불안하다"며 "사고로 인해 울화가 나고 충격을 받아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물난리를 맞은 시댁을 도우러 인천에서 온 김모씨는 "이곳이 섬진강 중하류 지역인데 지대가 넓다는 점을 너무 믿고 방류를 한 게 원인"이라며 "주민들은 '밑에 사람들은 다 죽으라고 이렇게 트냐'고 하는데, 천재지변과 더불어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례(전남)=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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