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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 더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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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복절 맞아 중학생 200명 조사

"한국사회 긍정성 강조 다문화정책 영향인 듯…자문화 지나치게 강조하는 측면도"

연합뉴스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비(非)다문화 가정 자녀보다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더 강하게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다문화 정책의 영향으로 추정되는데, 다문화 가정 아동의 원활한 사회 적응을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사회의 다문화 포용 역량이 여전히 부족함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광복절을 맞아 서울·경기지역 중학생 200명(다문화 가정 87명, 비다문화 가정 1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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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 자긍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나는 다른 나라 사람이기보다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 항목에 다문화 가정 응답자 78.2%가 '매우 그렇다'나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지만, 같은 항목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다문화 가정 학생은 60.2%였다.

해당 항목에 부정적으로 답한 다문화 가정 학생은 전체 87명 중 4명(4.6%)뿐이었다. 부정적 응답을 한 비다문화 가정 학생은 14.2%였다.

'한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응답자 비율도 다문화 가정(94.3%)이 비다문화 가정(86.7%)보다 높았고, '앞으로 한국에 살고 싶다'는 문항 역시 다문화 가정(93.1%)이 비다문화 가정(87.6%)보다 높았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도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나' 묻는 항목에서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응답이 '그렇다'(47.7%), '보통이다'(46.5%), '그렇지 않다'(5.8%) 순으로 높았는데, 비다문화 가정은 '보통이다'(65.2%), '그렇지 않다'(20.5%), '그렇다'(14.3%)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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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세부적으로는 비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가족',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에 대해 높은 신뢰를 보인 반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이웃'과 '외국인', '낯선 사람' 등 집단에 높은 신뢰도를 보여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감이 비다문화 가정 아이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소속감'을 묻는 항목에서는 다문화 가정 응답자 72.4%가 '한국 사람'이라고 답했고, '한국 사람인 동시에 부모님 출신 국가 사람'이 20.7%, '부모님 출신국가' 3.4%, '잘 모르겠다' 3.4%였다.

이같은 결과에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모두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사를 담당한 재단 아동복지연구소의 이수진 팀장은 "한국사회의 다문화 가정 정책 기조인 '동화주의 모델'은 이주민이 한국의 주류 문화를 수용해 다른 구성원들과 차이 없이 흡수되는 것을 지향하는 통합정책"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한국사회의 긍정성을 강조한 적응 교육을 받게 되고, 그 결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과잉 내재화'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다문화 가정 아동이 한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원활하게 적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도 "한국사회가 자문화를 지나치게 강조해 여러 문화를 포용하는 역량이 여전히 부족하고, 그 결과 다문화 가정 아동이 이중문화 경험을 바탕으로 펼칠 수 있는 잠재력을 제한한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리서치 전문업체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이 7월 27일∼8월 6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6.9% 포인트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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