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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28년 기다린 택배기사의 첫 휴가 "첫 가족여행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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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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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이 '실버택배'로 노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실버 배송원이 주민에게 택배 상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CJ대한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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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일은 설, 추석 명절에도 언제 불려나갈지 몰라 쉬는 날에도 맘 졸이며 항시 대기한다. 일 시작 이후 처음으로 휴가 계획을 세웠는데 그것만으로도 설렜다"

28년 동안 기다려온 택배기사들의 '첫 휴일'이 시작됐다. 하지만 휴가 기간 택배 물량 적체 우려로 오는 17일인 임시공휴일에는 쉬지 못한다. 또 일부 기사들은 오늘도 정상 출근해야해 추후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이날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 등 주요 택배사들은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를 기념해 전국 휴무에 돌입했다. 1992년 택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실시된지 28년만이다.

이번 택배 휴무일은 정부 주도가 아닌 업계 내에서 사측과 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결과라는 데 의의가 있다. 업계에서 휴무일 논의가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택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려 급물살을 탔다.


택배기사가 하루 쉰 만큼 택배 물량은 쌓인다…일회성 휴식은 근본적 해결책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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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입주민이 자신의 물품을 찾고 있다.지난 2일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택배차량 통제협조' 안내문을 부착했다. 안내문에는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차량 통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택배기사와의 마찰이 생길 경우 입주민의 대응법을 안내했다.해당 안내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확산되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택배기사를 상대로 갑질을 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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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일회성 휴일을 지정하는 것이 택배기사들의 고강도 노동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직장인들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그 기간동안 쌓였던 업무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택배 물량 역시 하루 쉰만큼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사전에 예고된 이벤트기는 하지만 택배물량이 과도히 쌓일 수 있어 오는 17일 임시공휴일에는 정상근무를 실시하기로 했다.

게다가 월요일에 물량이 적고 화요일부터 많아지기 시작하는 택배 업무 특성상 14일 하루를 쉬면 17일(월요일)과 18일(화요일)에 업무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판매자가 주말에 휴식하고 보통 월요일에 제품을 출고하기 때문에 월요일 물량은 적고 화요일에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월요일부터 그간 쌓였던 택배가 대거 풀리면서 평소보다 업무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택배기사가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쿠팡이나 SSG닷컴 등 배달기사를 직고용하는 업체들에 소속된 기사들은 이날에도 정상 근무한다. 주 5일 근무와 연차 등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기사일 시작한 후 처음으로 가족 여행 계획세웠다"…법제화 추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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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전국택배노조 '8월 16, 17일 택배 없는 날 동참 호소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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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휴무일의 첫 신호탄을 쐈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택배기사 일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등 업계 첫 평일 휴가에 반색하는 분위기가 현장 곳곳에서 포착된다.

하지만 택배 물량 적체 문제도 무시할 수 없어 법제화 등을 통해 정기적 휴일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3일 한국통합물류협회와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택배업체 4곳과 함께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올해 업계 처음으로 시도하는 평일 휴일이라 행정적 지원이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있지는 않다"면서도 "단순히 한 해 이벤트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을 보장해줄 수 있게 내년도 법제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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