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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분 연설' 스타 윤희숙 "與 무리한 공격, 날 돋보이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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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 인터뷰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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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5분에 운명이 바뀐다. 초선 151명 중 한 명이었을 뿐인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제 전국적 인지도의 인물이 됐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이 만들어낸 정치적 마법이다. 통합당 안팎에선 여의도 입성 3개월 경력의 그를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는다.

윤 의원을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연설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은 건 여당의 공격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핵심은 공생인데, 이 원칙을 어긴 임대차 3법을 졸속 처리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을 뿐이다. 무리하게 공격을 하다 보니 저를 너무 돋보이게 해줬다”며 “국민은 의도가 좋아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너무 많이 학습한 상태”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 정책통이다. 올초 『정책의 배신』 집필을 마무리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떠나면서 “국민을 이렇게까지 이간질한 정부는 없었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모든 문제에 있어 피아를 구별하고 적을 만들어 자기 정당화에만 몰입하는 걸 보니 이 정부는 일을 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국책연구기관에서 지원하는 게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책을 쓰며 명징해졌다”고 설명했다.

Q : 임대차 3법의 가장 큰 문제는.

A : 적대적 관계를 조장하는 법이다. 규제법을 만들면 임대인은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며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협조 요청' 모드로 했다면 부작용이 덜 했을 수도 있다.

Q : 최근에는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도 언급된다

A : 아직도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환상을 못 깼다. 투기세력이 있겠지만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건 실수요자다. 규제를 남발해 범법자를 양산하고, 정책을 애초 잘 했으면 필요도 없는 기관까지 만들려고 한다. 본인들 생각대로 시장이 움직여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는데 여당이 마음을 고쳐먹으면 지지율도 다시 올라갈 거라고 생각한다.



“정치논리로 할 게 있고 아닌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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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 인터뷰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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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정책실패 사례로 본다. 그는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가 경제논리가 아니라 정치논리로 움직인다”며 박근혜 정부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공익위원에서 사퇴했던 일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되고 보니 ‘정치논리로 할 문제가 있고 아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Q : 최저임금에서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하는 이유는

A : 한 번 사람을 자르고 기계로 대체하면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춰도 그 일자리는 영원히 사라진다. 현 정부 정책도 약자를 위한다는 프로파간다(선전)만 있을 뿐, 정책으로 뒷받침하지 못했다. 경제 자체가 무너지면서 취약 계층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고 있다.

Q : 보수 정당은 약자를 위한다는 말조차 없지 않았나.

A : 2000년대 이후 보수 정권 9년간(이명박·박근혜 정부) 양극화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성장 담론에만 치중했다. 보수 정당 9년 집권기가 문재인 정부 출범에 자양분이 됐을지 모른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 경제혁신위원회에서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 재정립하려고 한다. 보수 정당에서도 경제정책 공과에 대한 치열한 내부 노선투쟁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장 후보? 아직 그런 능력·경험 없어”




윤 의원은 "양극화 완화의 최후 보루는 공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공교육 문제를 언급한 이유라고도 했다. "경제적·문화적 여력이 없어 소외될 수 있는 약자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공교육이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공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면 소외계층의 소득 증대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윤 의원의 생각이다.

그에게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관해 묻자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의도에 온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내가 거론되는 건 슬프고 국민에게도 죄송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언급되는 건 박원순 전 시장 사건으로 여성 후보가 좋다는 얘기가 나와서 그런 것 같다”며 “성별로 후보 적합성을 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저는 아직 그런 능력과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지향적 한국 정치에서 미래지향 담론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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