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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흑인 표 분산전략? 흑인 래퍼 출마 적극 돕는 이방카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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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녜이 웨스트 후보등록 지원… 민주당에 갈 표, 나눠질 가능성

조선일보

미국의 유명 흑인 래퍼 카녜이 웨스트(43·사진)가 지난 7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노이즈 마케팅쯤으로 생각했다. 그는 그래미상을 여러 번 받은 래퍼이자 수십억달러 갑부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왔지만, 정치와는 무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웨스트가 트럼프 캠프의 조직적 후원 속에 판을 흔들 '제3 후보' 대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 시각) "웨스트가 지난 주말 콜로라도에서 트럼프의 사위이자 재선 캠프 선대위원장 격인 재러드 쿠슈너(39)와 이방카 트럼프 부부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왜 만났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최근 웨스트가 콜로라도주 공화당 관계자들 도움으로 유권자 수만 명의 추천 서명을 받아 후보 등록한 것과 관련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무소속인 웨스트는 위스콘신·오하이오 같은 경합주에서도 신속하게 후보 등록을 했는데, 역시 트럼프 측 인사들과 공화당 조직이 일부 동원됐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이 때문에 웨스트의 출마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트럼프 진영의 전략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웨스트는 젊은 흑인들이 선망하는 연예인으로, "흑인 낙태율을 낮추기 위해 출산 시 100만달러씩 주겠다"는 공약도 내걸고 있다. 그런 그가 민주당 핵심 기반인 흑인 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12일 웨스트 지지율을 조사했더니 2%가 나왔는데, 거의 흑인 유권자였다.

이 정도 지지율로도 판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힐과 워싱턴포스트는 "웨스트가 경합주에서 몇만 표, 몇천 표만 가져가도 전체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 로저 스톤(68)이 이 '웨스트 전략'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스톤은 2016년에도 흑인들에게 '힐러리는 백인 엘리트 우월주의자'라는 맞춤 광고를 내보내 흑인 투표율을 대거 떨어뜨린 선거 공작의 대가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된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스톤을 지난달 사면해줬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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