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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씨젠 최고실적 거뒀지만…K진단키트 옥석가리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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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젠 주가, MSCI코리아 지수도 편입

수출 키트 142개 난립해 반값 폭락

기대 실적 크게 못미치는 곳 속출

글로벌 시장 통할 기술 개발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의 ‘대장주’ 씨젠이 “2분기 매출액 2748억원, 영업이익 1690억원”이라고 13일 공시했다. 분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다. 김준홍 씨젠 IR팀 이사는 “코로나19 관련 제품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매출액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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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급등한 씨젠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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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젠텍·랩지노믹스 등 경쟁 업체들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지만, 시장 전망치와 괴리가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회사의 주가가 급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씨젠의 2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준홍 이사는 “통상적으로 3분기는 비수기였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며 “특히 4분기에는 독감 등의 호흡기 질환이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예측하더라도 올 연간 매출은 상반기 매출의 2배 이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젠은 이날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리아 지수에도 편입됐다.

하지만 ‘K진단키트’ 업계는 레드오션으로 빠져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진단시약 수출용 허가를 받은 품목은 142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진단키트 업체의 수출 판매가격은 개당 3~7달러, 많게는 10달러에 형성돼있다. 대체로 유전자 증폭(PCR) 방식이 항원·항체 진단 방식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다. 진단키트 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반 개당 15~20달러에 수출했던 가격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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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월별 수출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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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진단키트의 월별 수출 금액은 지난 4월 정점(약 2541억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5월 2151억원에서 6월에는 1730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판매량을 보면(수출중량 기준) 5월에 이전 달보다 오히려 30t 늘었다. 6월에도 4월보다 약 12t 많았다. 수출물량은 늘었지만 돈벌이는 예전만큼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진단키트 시장 전반의 거품이 꺼지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실제 최근 한 국내 업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EUA) 승인을 받았다가 수출 제품을 회수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10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어 흔히 ‘신속진단키트’라 불리는 항체진단기기다. PCR 방식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어 FDA도 80%의 정확도만 넘으면 긴급사용승인을 내줬지만, 이 기준마저 충족하지 못해 반출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올 초에 비해 완화되자, 일단 진단키트 재고부터 쌓아놓던 분위기도 달라졌다. 진단키트 등 의약품 중개무역을 하는 업계 관계자는 “해외 정부가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나자 승인 내줬던 진단키트를 다시 검증하기 시작했다”며 “초기 항체진단키트를 만드는 일부 업체들이 중국산 오염된 항체를 수입해 사용하면서 오류가 생겨 반품됐다”고 전했다.

결국 가격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상반기에 누렸던 고가의 ‘K진단키트 특수’는 이제 더이상 누리기 어려워졌다”며 “향후 2차 팬데믹이 올 때를 대비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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