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임대차법 2주 “집 비워달라 전화 올까 두렵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 어려워진 서울 전셋집 구하기

값 59주 연속 뛰어 평균 5억 육박

은평 -37%, 중랑 -36% 매물 급감

분양가 4억7000만원 새 아파트

최근 전셋값 6억원으로 추월

중앙일보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한 달 새 전세 매물이 65% 줄어든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4% 올랐다. 주간 전셋값 상승 폭은 전주(0.17%)보다 다소 낮아졌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포·용산·성동구가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서울 25개 구 중에선 강동구(0.24%)의 전셋값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그동안 전셋값도 많이 올랐지만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입지와 생활여건이 좋은 곳일수록 매물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다. 바뀐 임대차보호법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잦아진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으로 전달보다 774만원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 한 달 전부터 전셋값이 급격히 뛰었다”며 “당분간 전셋값 상승 폭이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주인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면서 시장 전체적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3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 매물(3만2505건)은 지난달 29일(3만8557건)보다 15.7% 감소했다. 세입자가 원하면 임대차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보장하고,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묶는 임대차 2법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37%)와 중랑구(-36.4%)·구로구(-28.6%) 등에서 전세 매물 감소 폭이 컸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중앙일보

7월 전국 아파트 매매값, 전세값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에서는 전세 매물이 지난 12일 11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9일(329건)과 비교하면 65% 줄었다. 이 단지는 전셋값이 분양가를 추월한 상태다. 2017년 입주자 모집 당시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분양가는 4억7000만원이었지만 최근 전셋값은 6억원 수준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전세(전용면적 59㎡)로 사는 황모(36)씨는 “집주인이 아들을 장가보낸다는 얘기를 했다. 아들의 신혼집으로 쓰겠다며 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 나가달라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최대한 버틸 방법을 찾으며 집주인의 전화를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말 준공한 헬리오시티는 입주 2년을 맞아 전셋값이 최대 5억원가량 오른 상태다. 통상적으로 새 아파트 단지에선 입주 2년을 맞아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가 되면 주변 시세에 맞춰 전셋값이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값 격차는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각종 대책으로 시장 수요를 억누른 부작용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4.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경북(-2.4포인트)과 강원(-2.1포인트)·전북(-1.1포인트)·경남(-0.5포인트)에선 아파트 매매가격이 내렸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해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인상하는 것도 지방의 집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서울 강남권 등에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지방 아파트를 먼저 처분하고 있어서다. 경남·북과 전북·강원도 등에서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거의 비슷해진 곳이 속출하면서 ‘깡통전세’ 우려도 커진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세입자가 이사할 때 전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경남 창원시 창원감계힐스테이트 4차(전용면적 59㎡)는 최근 1억5000만원 수준에서 전세 매물이 나온다. 한때 2억2000만원까지 올랐던 매매가격은 1억9000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염지현·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