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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창업이래 최대 위기 롯데, 2인자 황각규 경영일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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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롯데온 부진 등 잇단 악재

신동빈 위기돌파 한여름 전격 인사

지주사 대표엔 하이마트 이동우

하이마트·물산·렌탈 대표도 교체

중앙일보

황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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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2인자인 황각규(65)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롯데지주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롯데지주를 포함한 일부 계열사의 임원인사를 결정했다. 롯데지주는 “그룹의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황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와 함께 그룹의 총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신동빈 롯데 회장이 위기 속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세대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황 부회장의 후임은 이동우(60)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선임됐다. 롯데백화점 출신인 이 대표는 2015년부터 하이마트를 이끌어왔다. 추진력이 강하고 조직을 다잡는 스타일이라 내부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다. 롯데지주의 이사회 의장은 황 부회장이 계속 맡기로 했다.

롯데그룹이 연말이 아닌 때 고위 임원 인사를 하는 것은 그룹 창립 후 처음이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의 첫 근무지인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부터 함께 일해온 상징적 인사다. 그만큼 “롯데의 절박함과 신 회장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 들어 누적 적자가 1조원에 이르며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지금 액션(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주주에게서 계속 외면받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계열사의 임원


일부 계열사 대표도 바뀌었다. 롯데하이마트 신임 대표로는 황영근(53)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김현수(64) 롯데물산 대표(사장)는 롯데렌탈 대표로 내정됐다. 롯데물산 대표는 류제돈(60) 롯데지주 비서팀장이 맡는다. 전영민(53) 롯데인재개발원장은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로 이동한다. 지난해 12월부터 황 부회장과 함께 롯데지주를 이끌어 온 송용덕(65) 부회장은 유임됐다.

롯데그룹에는 2015년 이후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2017년에는 경북 성주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사업이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면세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올해 하반기에도 주력 계열사(롯데쇼핑·롯데케미칼)의 실적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증시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7조~8조원이 줄었다. 13일 인사 대상에 오른 롯데지주의 한 임원은 “롯데 창업 53년 역사에서 지금이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의 반응이 좋지 않은 점이 위기감을 부추기는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지주가 2017년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롯데지주는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지주회사 팀장급 임원 20여 명 중 상당수를 계열사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지주회사가 그룹 차원의 전략을 짜는 역할은 줄이고 혁신·지원조직으로 재정비한다. 롯데지주의 경영전략실은 경영혁신실로 개편했다. 경영혁신실장으로는 이훈기(53) 롯데렌탈 대표(전무)가 임명됐다. 이 신임 실장은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 롯데렌탈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쳤다. 기존에 경영전략실장을 맡았던 윤종민(60) 사장은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이동한다.

전영선·곽재민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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