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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보유세 폭탄’ 반발에 文 "OECD 절반에 불과"… 사실일까?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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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서울 영등포구 63아트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뉴시스


[검증대상]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요 억제’ 정책 추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발표한 7·10대책에는 다주택자 취득세·보유세·양도세를 모두 큰 폭으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시장에서는 ‘징벌적 과세’, ‘세금 폭탄’이라는 등 반발이 거셌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부정적 여론은 “한국의 보유세는 여전히 낮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으로 더욱 확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세제를 강화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 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낮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수준에 머물러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세금 강화 기조를 이어갈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 인식은 “집 가진 게 죄냐”며 저항하는 시장 반응과는 딴판이다. 문 대통령이 오판하는 걸까. 시장이 착각하는 걸까. 세계일보는 13일 문 대통령 발언이 나온 배경을 살펴봤다.

[검증과정]

◆ OECD 절반 수준인 한국의 실효세율? → 사실

보유세 실효세율이란 부동산 보유자가 실질적으로 세 부담을 느끼는 정도를 추정하는 지표다. 부동산 세금은 소유단계(취득·보유·양도)에 따라 다르게 부과된다. 보유 시 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가 우리나라 부동산 총액 중 차지하는 비중이 실효세율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이 사실이라면,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반발 여론도 다소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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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수치를 확인할 민간 공개자료는 없다.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도 보유세 실효세율을 따로 산출해 발표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 2018년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표한 ‘부동산 세제 현황 및 최근 논의동향’을 통해 과거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보유세 실효세율 관련 내용을 담은 가장 최근 연구자료다.

예정처에 따르면 2015년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였다. 당시 우리나라 부동산 총액 1경 741조 원을 민간부동산 보유세 12.5조원으로 나눈 값이다. 동일한 분석방법으로 당시 OECD 회원국 35개(현재는 37개) 중 14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계산한 예정처는 문 대통령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14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0.38%로, 한국의 2배 이상이었다. 나라별로는 미국 1.00%, 캐나다 0.87%, 영국 0.78%, 프랑스 0.57%, 일본 0.54%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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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부동산 세제 현황 및 최근 논의동향',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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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보유세 아닌 ‘거래세’가 문제…OECD도 “거래세 낮춰라”

보유세 실효세율만 따지면 문 대통령 주장은 틀린게 아니다. 그러나 취득세와 양도세를 빼고 보유세만으로 세 부담 정도를 판단하는 게 적절한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예정처 보고서는 나라마다 부동산 세제가 다르다는 점을 함께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세금 중 어디에 비중을 더 두는지에 따라 OECD 회원국을 4개 범주로 분류했다. 한국은 ‘낮은 보유세/높은 거래세’ 그룹에 속한다. 나머지 3개 범주는 ‘높은 보유세/높은 거래세’, ‘높은 보유세/낮은 거래세’, ‘낮은 보유세/낮은 거래세’다. 보유세 비중만으로 한 나라의 부동산 세제를 평가하기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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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부동산의 매물 정보란. 뉴스1


OECD 35개국의 부동산세제 세입비중을 토대로 만든 자료를 보면 문 대통령 주장과 사뭇 다른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낮은 보유세/높은 거래세’ 그룹에서도 거래세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로 나타났다. 그런 만큼 보유세 부담만 갖고 세금 강화를 밀어붙이는 건 억지 논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선진국과 비교한 거래세 부담을 놓고 보면 되레 세금을 내려야한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거래세란 부동산을 살 때 내는 취득세를 이른다. 거래세가 높으면 주택 소유자가 매매를 꺼려 부동산시장이 동결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OECD 역시 지난 2015년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서 “거래 초기에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 우리나라 재산과세 구조를 시장친화적인 ‘낮은 거래세, 높은 보유세’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권고한 바 있다. 미국이 모범적이다. 미국은 연방정부차원에서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보유세를 높게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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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부동산 세제 현황 및 최근 논의동향',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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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제 강화 통한 정부의 시장 개입은 일반적? → 대체로 사실

집값을 무조건 잡겠다는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오히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역효과를 부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은 전 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부동산 문제로 몸살을 앓는 주요국 상황을 살펴보면 이 주장도 ‘대체로 사실’로 판단된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6월 ‘주요국의 주택가격 변동과 부동산 조세정책’을 발표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의 최근 부동산정책 동향을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을 제외한 분석 대상 국가는 모두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부동산 조세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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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주요국의 주택가격 변동과 부동산 조세정책',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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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고가 주택 범위를 조정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시장에 개입해왔다. 가장 최근 조치는 2018년 10월 때로, 150만 파운드를 초과하는 주택 구입자에 최대 12%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에겐 3%가 중과된 15% 세율이 반영된다. 금융위기 때는 저가주택과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비과세 범위를 확대해 저소득층을 보호했다.

프랑스는 2017년부터 꾸준히 2~3%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2018년에는 고가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부동산부유세를 도입했다. 130만 유로가 넘는 부동산 보유분에 대해 0.5%에서 1.5%까지 부과된다.

가격 급등락이 많은 편인 싱가포르는 부동산 시장이 오를 때마다 다주택자 세금을 강화했다. 2018년에는 다주택자와 외국인 대상으로 취득세를 5% 올렸다.

박혜원 인턴기자 won015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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