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쫓겨난 세 아이 아빠…죽으라는 거냐” 인국공 비정규직 ‘눈물의 삭발’ [김기자의 현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접고용 전환 과정에서 실직 위기 / 인국공 비정규직 ‘졸속 정규직 전환을 강행한 청와대, 국토부, 인천공항공사 규탄’ / 인천공항 보안검색원과 야생동물 통제 요원 등 200여명 참석 / ‘인천공항 정규직화는 정부의 성과에만 급급’ / 세 아이 아빠 야생동물통제 요원 이종혁 “나보고 죽으라는 거냐”

세계일보

13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인천공항 비정규직 부당해고 집회가 열린 가운데 공항경비 박미영씨가 발언에 나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가정을 파탄 내는 직고용을 중단하라! 자회사 전환합의 이행 대통령은 책임져라! 불법해고 중단하라! 일방적 추진 거부한다. 노사정 협의 재개하라!”

13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 노조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부당해고 집회’를 열고 이같이 외쳤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접고용 전환 과정에서 실직 위기에 처한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들이 정부가 약속한 고용 안정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에는 인천공항 여객보안검색 요원과 야생동물통제 요원 및 한국노총 산하 노동단체들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상 상영, 대표자 발언, 삭발식, 청계천 일대 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청와대는 성과를 위해 왜? 우리가 희생을 당해야 하나요???’,‘가정 파탄 내는 일방적 직고용 거부’,‘당신들이 나를 ‘실직자’만들고 우리 가족 굶어 죽게 생겼다. 당신들이 우리 아이 셋 먹여 살릴 거냐?’,‘자회사 전환 합의이행 대통령이 책임져라!’ 글귀가 적힌 현수막과 손 피켓 등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세계일보

행진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


진행자 홍정영 씨는 “졸속 정규직화로 불법적으로 해고를 당하고 있는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알면서도 졸속 정규직 전환을 강행한 청와대, 국토부, 인천공항공사를 규탄하고자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조 공민천 위원장은 “정부 성과를 위해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지 마라 비정규직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고용 안정이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 방문 이래 고용 안정 약속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일보

인천공항 비정규직 부당해고 규탄 집회가 열린 가운데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세계일보

이거 그는 “공항공사와 국토부 정부에 정부의 졸속 정규직화는 보안검색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뒤흔들었다”면서 “공사는 우리는 어떠한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청원 경찰로 직접 고용한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 위원장은 “공사와 정부는 자신들의 실적을 쌓기 위해서는 법률을 무시 할 수 있나? 자신들의 실적 성과를 위해 우리가 희생되어야 하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이다”면서 “인천공항 정규직화는 정부의 성과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직고용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보안검색 직원들의 고용 안정 약속을 지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강조했다.

세계일보

구호를 외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마이크를 이어받은 보안검색운영노동조합 공인수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항을 방문하여 비정규직 제로를 선포하며 우리에게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의견을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청원 경찰 직고용을 발표했다”며 “직고용 채용 절차에서 탈락자는 해고될 수밖에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공 위원장은 “우리 원하는 것은 1902명 검색요원 모두가 함께하는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통령의 성과를 위해 당사 자인 보안검색요원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직고용 채용 절차를 강행하고 다수의 보안검색 요원들을 실직자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규직 전환이냐? 엉터리 같은 정규직 전환은 없다. 더는 공사와 정부는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당사 자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면서 “우리는 바라는 것은 고용 안정을 바라고, 실직자로 내모는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며 목소리 높여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보안검색 요원과 야생동물통제 요원 30여명이 ‘일방적 직고용 거부’ 뜻으로 단체 삭발식이 진행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보안검색 근무복을 입고, 여성 노동자들도 삭발식에 동참했다. 삭발식에 진행되는 동안 집회 참석자들이 사이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삭발식에 동참한 한 여성 노동자는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여러 차례 눈물을 삼키더니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세계일보

야생동물통제 요원 이종혁씨가 발언에 나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눈물을 삼키는 야생동물통제 요원 이종혁씨.


세계일보

삭발식 도중 눈물을 흘리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원.


이날 삭발식에 참석한 야생동물통제 요원 이종혁 씨는 “나는 인천공항에서 십수 년 근무해 왔다. 갑자기 시험을 보라도 하더니 이제는 비정규직도 아니고 실직자가 됐다”라며 “비정규직 제로를 처음 말한 문재인 대통령은 왜 방관하는가? 인천공항을 찾아와 약속한 고용 안정은 어디 있는가? 비정규직 죽여서 무늬만 정규직화하냐 나보고 죽으라는 거냐”라며 애써 눈물을 삼키며 물었다.

이어 이 씨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한 가족의 가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규직을 약속했을 때 우리 세 아이와 제 아내는 행복한 미래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정부는 나보고 시험을 보라고 하더니 탈락시키고 실직자를 만들었다”며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흐르는 눈물을 삼켰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목숨은 하루살이인가? 우리는 고용을 바랄 수 없는가? 우리 가족의 생계는 누가 책임지는가?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삭발식이 끝나자 삭발한 노조원 중심으로 “원치 않는 일방적 직고용 거부 자회사 전환 합의이행 대통령이 책임져라!” 라는 대형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에 돌입했다.

세계일보

세계일보

앞서 공사는 지난 6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에 따라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사는 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사한 사람은 절대평가 방식의 직고용 적격심사 절차를, 이후에 입사한 사람은 공개 채용 절차를 밟게 했다.

최근 5월부터 실시된 공사 직고용 채용에 응시한 방재직(소방 및 야생동물통제) 236명 중 47명이 최종 탈락했다. 탈락자는 이번 채용 응시자 수 대비 19.9%에 달한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