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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라지고 월세 증가 … 서민 ‘주거 시름’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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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시행 2주 부작용 속출

서울 25개區중 8개區 월세 물건 증가

중구 7.4% 늘어 최고… 동대문구 5.2%↑

5억 전세 보증금 2억에 월세 전환 경우

현재 기준 금리로 1년 1200만원 부담

3억 전세 대출 1년 이자 750만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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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밀집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2+2년의 임차 기간을 보장하고 재계약 시 보증금 인상은 5% 이내로 제한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시장 곳곳에서 매물 잠김과 전셋값 급등, 월세 증가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e편한세상캐슬’의 전용면적 44㎡ 아파트가 최근 5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같은 평수의 지난달 최고 전세가격은 3억9000만원이었다.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열흘 남짓 지난 사이 전셋값이 1억100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특히 이 아파트는 2017년 당시 분양가가 3억3080만∼3억6970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전세금만으로도 분양가를 모두 충당하고도 남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그 자리를 채우는 곳도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리브온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8개 구에서 월세 물건이 증가했다. 중구(7.4%)가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동대문구(5.2%), 용산구(4.4%), 금천구(4.3%), 강북구(2.7%), 영등포구(2.4%), 강동구(2.1%), 마포구(1.6%)가 그 뒤를 이었다.

월세전환에 따라 늘어난 주거비용은 임차인 몫이다. 현재 기준금리를 토대로 정부가 정한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4%로, 5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2억원에 월세로 전환하면 1년에 12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현금 2억원에 나머지 3억원을 시중은행에서 대출(금리 2.5% 기준)받아 전세로 산다면 주거비는 1년에 750만원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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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 현상도 목격된다. 국민은행 통계에서 3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2.4로 2015년 11월9일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100을 넘을수록 거래가 활발함을 뜻하는 전세거래지수는 28.4로 매우 낮았다.

또 이달 들어 이날까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올라온 계약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1929건으로 하루 평균 143건에 그쳤다. 아직 신고가 안 된 물건이 있겠지만, 작년 같은 달에 하루 평균 479건이 계약된 데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전세 공급이 없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도 전날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모두 3만2505건으로 지난달 29일(3만8557건)보다 15.7%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세 매물 감소는 서울 25개 구 전역에서 일어났다. 은평구(-37.0%), 중랑구(-36.4%), 구로구(-28.6%)의 감소폭이 특히 컸다.

1만 가구에 육박하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단지에서도 전세 물건이 10여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임대차 매물 밀집지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서민의 주거난이 우려된다”며 “저금리 현상에 따른 보증부월세 전환 증가로 서민층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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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부족에 따른 거래 감소는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정부 공식통계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주간 기준으로 59주째 오르는 중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없어 수급 불안정이 지속하고 있고, 보증금을 크게 높여 불러 가격이 불안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의 전월세 시장 상황을 임대차 3법 탓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기존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신청해야 효력이 있으므로, 실제 제도 도입으로 인한 효과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1개월이 지나는 시점부터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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