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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똘똘한 한채 남기고" 다주택자 매물에…지방 `빈집`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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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대책 후폭풍 ◆

매일경제

경남 사천K아파트는 6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텅텅 비어 있는 집이 많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입주기간이 8월 말까지인데 입주율은 36%에 불과하다. 분양권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하 마피)이 붙었다. 예를 들어 전용 59㎡형은 분양가보다 3000만원 빠진 1억4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 평형의 경우 투자자가 많이 구입해 전세가 많이 나오고 있다. 빈 아파트가 되지 않게 전세가를 낮춰주면서 세입자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규제지역을 확대한 6·17 대책과 취득세·양도세·재산세 등을 강화한 7·10 대책으로 지방 아파트 입주장에 '비상'이 걸렸다. 대출 계획이 어그러지거나,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기존 집이 안 팔리면서 새 아파트 입주를 계획했던 사람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외지 투자자와 법인 수요가 많았던 지방 아파트는 직격탄을 맞았다. 분양가보다 손해를 보고 입주권을 던지는 '마피'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부동산을 잡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오히려 지방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모습이다.

13일 주택산업연구원의 '7월 입주경기실사지수(HOSI)'에 따르면 연이은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전국 입주율이 81.6%로 전달보다 4.1%포인트 하락했다. 입주율 하락은 입주 물량이 적은 제주를 빼고 전국적으로 나타났지만 지방이 제일 심각하다. 강원권은 6월 84%에서 지난달 74%로, 대구·부산·경상권은 6월 84%에서 지난달 79%로 인천·경기권은 6월 입주율 91%에서 지난달 88%로 입주율이 내려앉았다.

주산연은 분양권 소유자가 잔금까지 납부를 완료한 경우를 '입주 실적'으로 보고,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회원사 500여 곳을 대상으로 해당 시기 입주 실적을 조사했다.

건설사들은 기존 주택 매각 지연(35.0%)과 잔금대출 미확보(33.3%), 세입자 미확보(20.0%), 분양권 매도 지연(10.0%) 등의 이유로 입주율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박홍철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기존에 잔금대출 미확보는 미입주 사유 중 20%대였는데 지난달에 30%대로 크게 늘었다.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세자금 대출 강화, 규제지역 확대로 인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인천 송도 L아파트 분양권을 소유한 김 모씨는 "가족, 친척들에게 새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자랑했는데 6·17 대책으로 입주 계획이 어그러졌다"며 씁쓸해했다. 223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이달 입주를 시작했다. 그러나 6·17 대책으로 송도가 속한 인천 연수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입주를 계획한 사람들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고 분양권을 던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작은 빌라를 소유한 김씨는 "6·17 대책으로 1년 안에 무조건 집을 팔라고 하는데 그럼 안 팔리는 빌라를 반값에라도 팔라는 뜻인가"라면서 "전세를 놓아야 하나 그냥 분양권을 매도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정책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오히려 유탄은 지방 아파트들이 맞고 있다. 노영민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의 주택 매각 사례에서 보듯이 다주택자들은 서울 아파트를 팔지 않고 지방 아파트를 먼저 매각하기 때문에 정부 규제가 오히려 정면으로 지방의 집 소유자를 겨냥한 셈이 됐다.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기존 집이 팔리지 않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분양권이 안 팔려서 입주를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주산연의 설명이다.

경북 칠곡 S아파트 999가구도 9월 입주 마감인데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곳은 전용 59㎡가 '마피' 2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급하게 던진 매물이 두 곳 있다. -2000만원으로 매물을 내놨다가 최근 급해서 2000만원을 더 내렸다"고 했다.

2016년 말 분양 당시 완판됐던 경남 창원시 H아파트는 6월 말로 입주지정기간이 끝났지만 입주율이 74% 수준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법인들이 지난 5월까지 활발히 매입했는데 6·17 대책 이후 법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집을 팔지, 전세를 놓을지 고민 중인 것 같다"며 "그러다보니 아직 비어 있는 아파트가 꽤 된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 대덕수청지구 J아파트도 지난달 입주인데 불 꺼진 곳이 많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주율이 30~40%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가 너무 심해서 마이너스 매물이 나오고 있다. 외지 투자자들이 붙지 않아서 매물 소진이 느리다"고 했다. 주산연은 추가 정부 규제가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입주 경기가 악화되는 만큼 건설사들의 입주 현황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이번에 법인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계약자들이 급하게 아파트를 처분하거나 전세를 싸게 내놓으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그럼에도 매수 희망자나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지방 아파트 위주로 집값 하락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철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미입주가 발생하면 건설사들의 자금 수급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입주율 하락은 건설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선희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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